기획과 글쓰기 글쓰기는 도구다. 글쓰기는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수공예 기술과 같다.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사유하기를 뜻한다. 글쓰기란 종이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행위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사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유가 가능하다면 글쓰기는 가능하다. 글쓰기는 언어 재능을 타고난 특별한 소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명료하게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명료하게 쓸 수 있다. 글쓰기는 순차적이고 선형적인 과정이다. 문장은 논리적 정합성에 따라 이어진다. 글을 쓸 때는 수사적 기교 이전에 사유의 명확성과 엄밀성이 요구된다. 생각을 문장이라는 논리적 단위로 잘게 쪼개는 작업을 통해, 한 문장 한 문장씩 써가는 작업을 통해 글쓰기 역량은 제고된다. 글쓰기는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글을 쓰다 보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만들고, 끊임없이 사색하면서 진정한 나를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완성은 수정과 퇴고다. 수정과 퇴고는 출력한 후 지면으로 보면서 하는 것이 좋다. 색깔 볼펜으로 출력한 글에 표시하면서 수정하면 효과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수정할 수 있다. 출력한 글을 반드시 소리 내어
다수의 교권침해 사례를 겪고 있는 교육현장 교권침해 사건을 접할 때마다 사실, 교사에 대한 ‘범죄’라고 좀 더 강력하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범죄로 규정하지 않은 행위를 범죄라 지칭할 수는 없기에, 그냥 마음만 그랬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노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중 장애학생들을 교육하는 특수교사들은 대학교에서 특수교육 개론을 배울 때부터, 아니 대학 원서를 쓸 때부터 이미 많은 ‘사명감’과 ‘헌신’을 알게 모르게 주입(?)받고 교육현장으로 나오게 된다. 최소한의 사명감이 없다면, 침 비린내 가득한 특수학교에서 한 달간의 교생실습도 버티지 못한다. 그 말은 특수교사들은 자기희생을 조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환경에서 길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기희생이 당연하니, 권리가 침해되어도 심지어 과격한 일부 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일단 참게 된다. 다른 교사들이 참으니 나도 참아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다른 선생님들과 하소연을 나누고 다시 수업하러 간다. 원고 청탁을 받고 바로 특수교사 동기와 후배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특수교육현장에서 겪었던 최근 사례를 공유해달라고. 그러자 역시나 수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학교 교실
인천에서 특수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특수교사의 사망 사건은 비단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내가 기억하는 한 언론의 관심을 받은 첫 번째 사건인 듯하다. 인천 A 초등학교의 특수교사는 과도한 업무와 중증장애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맡은 학생을 잘 지도하기 위해 지역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배치 인력 지원 기간이 지났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것을 사 먹여라’라는 말만 돌아왔다. 특히 A 초등학교는 일반초등학교로 통합교육을 시행하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통합교육을 잘 해내기 위한 적절한 지원 인력 없이 한 명의 특수교사가 특수교육 전반을 관리하고 운영해 나가고 있었으며, 특수학급 인원도 법적 정원을 초과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A 초등학교에는 개별적인 신변처리와 식사지도 등 학교생활 중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학생이 무려 4명이나 있었음에도, 전문적인 보조인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객관적인 사실만 두고 보더라도 이 교실에서 특수교사가 무언가를 잘 해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과연 특수교육이란 무엇일까? 특수교육의 법적 정의를 기초로 살펴보면 특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교사는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이다. 교실에서 날이 선 말투,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아이가 한 명만 있어도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퇴근하면서 걱정을 학교에 놓고 나오기도 쉽지 않다. 내일 수업 고민, 처리해야 할 업무 등등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탓이다. 그래서 학년 마무리인 12월쯤 되면 선생님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진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교무실은 벌써 내년도 학교 이동, 부서 배치, 담임 배정 등으로 술렁거린다. 가슴 한편에는 체념과 실망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어차피 나는 또 인정 못 받을 거다. 올해의 고생이 내년의 고통으로 이어지겠지. 나의 처지를 배려해 줄 여건도 안 되고, 힘든 업무와 학생 지도를 피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래서 연말, 송년회 모임은 상처로 다가온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모범생이었고 공부도 잘했다. 이제는 학창시절 뒤처졌던 동창들이 더 잘나가고 행복한 듯싶다. 힘들다고 푸념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안정된 데다 방학까지 있는 선생님이 뭐가 힘들다 그래?”라는 질책(?)만 되돌아 뿐임을 잘 아는 탓이다. 이럴수록 명예퇴직과 이직을 꿈꾸는 일도 잦아진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9년의 의무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중학교까지는 학교교육을 받아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라도 유예를 통해 제도권 교육을 보장한다. 그러나 이 의무교육은 오직 9년이라는 물리적 기간과 과정에만 의미를 두고 있다. 출석일수만 채워지면 일정 수준의 학력 성취 여부와는 무관하게 의무교육은 실현된다. 물리적 기간이 아닌 학력 성취 여부가 중요하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의무교육 9년을 학력수준 도달 여부와 관계없이 완성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 맥락에서 타당한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과정 모델을 도입하는 이 시점에서 일정 학력수준 도달 문제는 사회적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기초학력보장법」이 법제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기초학력 수준만으로 미래교육을 위한 개정 교육과정과 한창 이슈화되는 IB 교육을 감당해 낼 수 있는지는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간만으로 한정하는 의무교육 수행을 그에 상응하는 학력보장까지 의무의 병행 요소로 인식하고 제도화하는 ‘학력 의무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교육을 위한 개정 교육과정과 IB 교육의 교실 수업방식은 거의 학생 주도적 배움을 추구한
심리상담사들이 아동·청소년의 문제행동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연령대가 낮아진다고 한탄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죽고 싶다”고 호소하는 중학생들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요즘에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초등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섬뜩하고 아찔합니다. 도대체 아이들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최성애, (사)감정코칭협회 추계학술대회 기조강연, 2024.11.8.). 실로 아동·청소년의 마음 건강 추세가 몹시 암울합니다.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20년도 2.3만 명이었는데, 2년 만에 3.7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연합뉴스, 2023.9.7.). 청소년 자살은 2017년에 인구 10만 명당 7.7%에서 2020년에는 11.1%로 상승했습니다(통계청). 촉법소년 범죄접수가 2017년에 7,897명에서 4년 만에 12,502명으로 증가했습니다(대법원).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도 위태롭습니다. ADHD 환자 수가 2018년과 2022년 사이에 무려 2.4배 증가했습니다. 정신질환 환자 수는 2018년과 2021년 사이에 24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올랐습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아이들의 몸 건강도 심각합니다. 과체중·비
요즘 학생들은 주제를 제시하고 글을 써보라고 하면 “어려워요”라고 하거나, 너무 간단하게 글쓰기를 마치는 경향이 있어서 논리적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아가 독자적 글쓰기나 글 완성하기를 어려워하며 주저하는 학생도 있어 친구들과 함께 쓰는 ‘협동 글쓰기’를 기획하게 되었다. 글 쓰는 과정과 모둠 글쓰기를 하면서 역할 분담하는 방법이나, 또래들과 제안하는 까닭(근거)을 정리하면서 정보의 양과 수준을 높이는 기회도 되어 학생들의 글쓰기 결과물 수준은 혼자서 글쓰기 결과물보다 무척 높게 나타났다. 단원 재구성하기 ‘협동하여 제안하는 글쓰기’ 활동은 4학년 1학기 8단원 ‘이런 제안 어때요’를 재구성하여 진행하였다. 본 단원은 우리 주변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이 드러나게 제안하는 글 쓰기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제안하는 글의 특성을 알고 문제상황과 제안하는 내용, 그런 제안을 하는 까닭을 생각하도록 했다. 그리고 제안하는 글을 쓰는 방법과 과정을 익혀 글에 들어갈 내용을 생성하고 정리해 보는 활동을 한다. 이 단원의 국어과 교과역량은 ‘비판적·창의적사고역량’이다. 여러 문제상황을 주체적인 관점에서 해석
내 실수 경험 2024년 7월, 미국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에서 열린 제18차 세계비교교육학회에서 ‘연구를 위한 생성 AI: 인터넷에서 연구 수행을 위한 일반 대형언어모델의 현 수준’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 저자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네이싼 옹(Nathan Ong) 박사이고, 나는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내가 담당한 분야는 ‘ChatGPT의 데이터 분석력 실험’이었다. 논문 최종 발표본을 제출하기 전에 옹 박사로부터 내가 담당한 분야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봐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울러 최근 ChatGPT 성능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으니, 과거의 답과 현재의 답을 비교하는 부분도 포함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의 요청에 따라 2023년 10월에 수행했던 실험에서 ChatGPT가 제시했던 답을 다시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제시된 답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는데 내가 간과했던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커다란 실수를 할 뻔했다. 내가 했던 실험에 사용한 자료는 ‘퀴즈앤’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실시하고 있는 사전인출(가르치기 전에 보는 시험) 결과인 엑셀파일이다. 이 파일을 ChatGPT에 탑재하고, “첨부한 엑셀파일을 바탕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을 옛날에는 무엇이라고 했을까요? 두 글자인데….” “학자요.”, “대감이요.”, “선비요.”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대답한다. “맞아요. 선비라고 했어요. 오늘 어린이 여러분을 보니까 자세도 반듯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마치 예전의 선비를 보는 것 같네요. 그럼, 이제부터 선비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실천했는지 알아볼까요?” 구전동화로 전하는 지행합일 교육 지난 11월, 서울한산초등학교. 오늘은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이하 수련원)의 선비체험교실이 열리는 날. 선비정신 체험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진 ‘어린이 선비’라는 선비정신 교재를 중심으로 지혜공부·정심공부·실습체험으로 진행된다. 이날 2학년 2반 교실에선 서울 강서양천교육장을 지낸 심금순 전 교장이 지도위원으로 나서 어린 학생들에게 선비정신을 주제로 수업을 한다. 심 지도위원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배움의 실천’. 열심히 학문을 익히고, 무술을 연마하며, 예술을 사랑했던 선비들의 생활상과 그들이 엄격하게 지켰던 예절들을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비들이 존경받았던 것은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라
특수학급은 일반 학교에서 어떤 공간일까? 통합을 위한 공간? 분리를 위한 공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제2조 정의)에 의하면 특수학급은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일반 학교에 설치된 학급을 말하며, 특수교육 교원은 특수학교 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서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을 말한다. 이에 특수학급 교사는 일반 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에서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이다. 그렇다면 통합교육의 의미가 중요해진다. 그 의미에 따라 특수학급이 통합을 위한 공간인지, 분리를 위한 공간인지 판단해 볼 수 있다. 특수학급, 통합을 위한 공간인가? 분리를 위한 공간인가? 그렇다면 통합교육은 무엇인가? 다시 법령을 살펴보자. 통합교육(「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 학교에서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런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특수교사는 우리 사회가 지닌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민감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장애에 대한 감수성1이 예민하지 않다. 학생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