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친정과 시댁 부모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집안 분위기가 우울했는데 단비와도 같은 당선 소식에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웃고 행복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쩍 드는 생각이지만 내게 아이들은 존재 이유이며 비타민이다. 지난 겨울에는 독감 유행으로 보건실이 전쟁을 치렀다. 밀려드는 독감 의심 환자들과 학부모 상담으로 지병인 천식까지 재발돼 많이 아팠다. 그런데 독감이 다 나아서도 6학년 학생들이 보건실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6학년 국어 교과와 관련해 이번 독감으로 보건샘이 고생 많이 하시며 우리 학교를 잘 지키셨으니 뉴스 인터뷰로 수행평가 발표를 하겠다는 것이다. 모세기관지염까지 겹쳐 목소리가 갈라지고 기침발작이 시작돼 말하기도 힘들어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반짝반짝 눈을 깜박이며 사정을 하는 녀석들에게 거절을 할 수 없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터뷰를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한 팀이 가고 나서 2일 내내 반을 바꿔가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어떤 학생은 해줬는데 누구는 안 한다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8번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는 녀석들, 보건샘 얼굴 저작권 보호를 해야 한다며 캐릭터 이모티
오늘은 월요일,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출근했다. 보건교사로 일하다 보면 월요일은 보건실이 아픈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나 또한 경력이 쌓일수록 월요일은 늘 긴장되고 두렵기까지 하다. 주말 내내 놀거나 어디 다녀와서 아픈 경우가 대부분인데 주말이니 꾹 참았다 월요일에 병원을 가든지 보건실로 오기 때문이다. 또한 주말동안 이완된 몸이 새로운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층 보건실로 올라오니 역시나 아이들이 이미 문 앞에 줄서 있다. 아, 월요일이었지. 마음을 다잡고 보건실 문을 열자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와 앉는다.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하다. 한 아이에게 여러 명이 몰려서 시끄러운 것이다. 어디 많이 다쳤나 싶어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 아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양손을 가슴에 붙이고 있었다. 가만 보니 고사리 같은 2학년 남자아이 손 안에 참새가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참새 다리가 이상했다. 그제야 그 아이는 "보건 쌤, 참새 치료해주세요" 한다.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민아, 나는 사람을 치료하는 보건 쌤
10일 65주년 개교기념식을 개최한 경기 동두천여중(교장 강미자) 식장에는 다소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오세창 동두천시장을 비롯해 장영미 시의장, 임완택 교육장, 남병근 경기북부경찰청 차장 등 지역 인사 300여명이 함께한 것이다. 이처럼 지역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이유는 단순히 동두천여중의 65주년 축하라기보다, 이 학교가 자랑하는 ‘수용성교육(5차원 전면교육)’ 20주년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이날 동두천여중은 기념식을 주관하며 수용성교육의 결과를 보고하는 시간도 가졌다. 지력·심력·체력·자기관리·인간관계 5요소를 골고루 기른 학생들은 고교 진학 후 사교육 없이도 수도권 4년제 대학에 붙는가 하면, 교내 학교폭력은 대폭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열매를 맺었다. 이를 경청한 이들마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동두천여중이 수용성교육을 처음 접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동연 KAIST 미래전략연구위원회 위원장이 1997년부터 중국, 몽골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 후 동두천여중에 소개했다. 동두천여중은 일단 2년 간 방과후학교에서 기초학력미달학생을 위주로 일부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그 결과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났다. 도저히
원동연(63·사진) KAIST 미래교육연구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미래교육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용성교육(5차원 전면교육)’의 창안자다. 수용성교육이란 그가 20년 전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교 부총장 시절 처음 선보인 교육법으로 지력(Intellectual power), 심력(Mental power), 체력(Physical power), 자기관리능력(Self-management), 인간관계능력(Human relations) 5요소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원래 명칭은 ‘5차원 전면교육’이었으나 KAIST 미래전략연구센터가 올해 초 ‘대한민국 국가미래교육전략’을 펴내면서 ‘수용성교육’이란 이름으로 소개했다. 아무리 좋은 지식, 정보가 있더라도 이를 제대로 분별하고 받아들일 능력이 없다면 손실만 따를 뿐이다. 특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불가능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인류에게 끼칠 영향을 먼저 고려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수용성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같이 이름을 붙였다. 11일 서울 송파구 소재 ‘디아(DIA)글로벌아카데미(수용성교육 대안학교)’에서
해가 많이 짧아졌다. 아침에도 6시가 되면 밝지를 않다. 갈수록 밤은 깊어가고 낮은 짧아지겠지. 그럴수록 내면의 삶이 더욱 깊어지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선생님? 양질의 문제를 출제하는 선생님이다. 지금은 중간고사를 실시하는 때이다. 선생님은 문제 출제하는 것이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 한 유명대학을 졸업한 젊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보다 문제 출제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문제를 출제를 해도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출제하는 것이다. 이런 선생님에게는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교재연구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문제를 출제해 놓고 오답이 나온다든지 지문이 틀렸다든지 할 경우가 나온다. 이러지 않도록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보안유지를 잘하는 선생님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있고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에 문제 유출 가능성이 더 높아져 있다. 이것을 방지하는 방법은 문제를 철저히 보안하는 것이다. 컴퓨터에는 암호장치를 해야 하고 USB 등 저장장치를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 문제라도 유출이 되면 전교생이 다시 재시험을 치러야
강마을의 들이 조금씩 비어갑니다. 노란 들판이 네모난 색종이처럼 한 장씩 비어갑니다. 서늘한 공기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차게 느껴집니다. 안개라도 무성한 날이면 아이들은 어깨와 목을 움츠리고 학교에 등교합니다. 여학생들은 치마 밑으로 허연 다리를 드러내고 춥다고 걸중겅중 걷습니다. 추우면 스타킹을 신을 것이라고 혀를 차지만, 또 그러지는 않네요. 호호 들판의 곡식들은 풍성하고 그 곡식들이 우리를 살리는 밥이 됩니다. 하지만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은 것이 우리 역사에서 몇 십 년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한국의 명문가에서는 집밖에 가마솥을 걸고 나라가 하지 못하는 가난을 구제하였습니다. 이런 멋진 삶을 산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일은 즐겁습니다. 저는 경주에 가면 꼭 최부자집엘 들렀다 옵니다. ‘과거는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며느리는 시집온 3년 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재산은 만석이상 가지지 마라.’ 삼 백 년 이상 가문을 유지해온 비결이었을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백산 안희제 선생과 함께 백산상회를 통해 독립자금을 지원하였던 경주 최씨
이번 추석을 전후한 한국의 연휴는 역사상 가장 긴 기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기에 공항은 북적거렸다. 필자도 9월 27일 부산을 출발해 나리타에 갔다. 치바에서는 저녁에 오래 전부터 교류하던 일본인 현직 교사들과 식사를 하면서 한일교류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9월 28일(금) 오후에는 도쿄한국학교에서 연구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특강을 하고 인근 기독교회관에서 선생님들과 연수에 관한 의견 교환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아들 집에 들러 새로 이사한 집을 둘러보고 3일간 함께 지내다가 도중에 코베에서 내려 외국인 거류지를 관광하고 히로시마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미야지마를 관람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곳에도 역시 많은 외국인들이 북적거렸다. 히로시마에서 1박을 한 후 아침 일찍부터 미야자키역까지 많은 시간을 기차로 달렸다. 미야자키의 아오시마는 전에 가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여유있게 시간을 갖고 바닷물이 빠진 현장을 둘러 볼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섬에 들어가 다시 한번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시간이 됐다. 짐을 맡긴 장소에서 81살이 된 할머니를 만났는데 작년에 남편을 잃었다면서 부부가 살
저는 삶을 기적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삶을 사는 데는 두 가지 방법만 있을 뿐. 하나는 기적이란 없는 양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인 양 사는 것이다. 나는 후자를 믿는다. " 라고 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이 삶이 기적이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광대한 우주 공간에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완벽한 생명체로 살아 숨 쉬며 자유 의지로 살고 있으니! 소멸될 운명임을 알면서도 그 길을 묵묵히 가고 있지만 비관하거나 미리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이 모든 생명체의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환생을 믿거나 윤회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단 한 번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것도 사색하는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축복,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나라에 태어난 행운, 가난함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얻은 공무원과 교직 생활 40년! 이 모든 결과는 기적이라는 말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학급 담임을 충실히 맡아온 덕분에 1500명이 넘는 제자를 길러낸 그 오랜 세월도 축복이 분명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척박해졌
화전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세 번째 탐방 학습 『섬진강 체험길 걷기와 토지 문학관 둘러보기』가 시월 한 가운데에서 열린다. 가을비 그친 다음 날 파란 하늘을 보듬은 하동 평사리 무듬이 들판의 짙은 겨자색 가을이 남해 아이들의 가슴에 가을동화로 물들기 시작한다. 섬진강을 따라 오른다. 무듬이 황금 들판엔 말라져 가는 콩 이파리가 바람에 수런거리고 곳곳엔 바람의 흔적이 실루엣으로 남아있다. 무엇을 새기려고 했을까? 물결치듯 그리움은 ‘우우우~’ 가을로 익어간다. 이 평사리 들판에 아이들의 웃음은 청아하게 날아올라 구름에스며 하얀 문장을 새긴다. 남해아이들! 섬이며 마늘농사에 바쁜 남해에서 넘실거리는 넓은 가을 들판을 보고 거닐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선을 발끝에서 위로 옮기면 진한 노랑, 군청색 산, 코발트블루 하늘과 하얀 구름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자리 잡는다. 가을 햇볕 아래 넉넉함이 아이들의 얼굴에 배어난다. 그늘이 없다. 공부, 학원, 스마트폰에 시달린 몸과 눈이 숨표와 쉼표를 찍는다. 넓은 들길은 엄마의 품 안이다 형제봉을 바라보며 부부송과 동정호를 지나는 동안 아이들의 걸음은 느려진다. 소금기 머금은 바람에 익숙해진 후각은 지리산 자락에서 풀어내는 산바람
한국교총은 교육부(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곤), 경남교육청(교육감 박종훈)과 공동으로 13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소재 교총회관 2층 다산홀에서 ‘2017년 학생언어문화개선 우수 사례 시상식’을 개최했다. 플래시몹 대회는 경북 영천여고 등 6개교가 수상했고, ‘나를 바꾼 한마디 말’을 주제로 공모한 웹툰 부문에서는 경기 성보경영고 정연수 학생이 대상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교총은 2011년부터 청소년들의 올바른 언어 사용 습관 형성을 위해 학생언어문화개선 사업을 전개해왔다. ‘2017년 학생언어문화개선’ 우수 사례는 학생언어문화개선 홈페이지(kfta.korea.com)에 탑재해 전국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