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개정을 추진하는 사립학교법이 국회에서 연내 가결되고 사립학교 법인들이 '신입생 배정 거부'에 실제 나선다면 교육계 전반에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사학법인 해산 때 재산이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는다는 교육부 해석에도 불구하고 사학법인들은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헌법소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낼 계획이어서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초.중.고교를 관할하는 시.도 교육청은 사학법인들과 충분히 협의해 신입생 배정 거부 사태를 막는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사학측 입장 뭔가 = 사학측은 전체 이사의 3분의 1 이상을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로 채우도록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이는 사학법인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 사학측 주장이다.
홍성대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명예회장은 17일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도록 개정안에 명시된 학운위는 법적 성격이 자문기구라는 점에서 이를 심의기구화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못박았다.
더욱이 법정기구화된 교사회나 학부모회 대표들로 구성된 학운위에 학교운영결정권을 넘겨준다면 교육현장에서 이해세력의 다툼이 가열돼 지적.정서적 성장이 멈춘다는 점에서 법안 개정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 사학측 주장이다.
사학측 관계자는 "법 개정 세력에 의해 사학이 장악된다면 건학이념과 다른 방향에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며 "설립자의 건학정신과 다른 교육이 이뤄질 때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초래된 원인은 일부 사학의 비리.부정"이라며 "사학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한 책임이 있는 우리가 스스로 허물을 치워나가야 할 것"이라는 자성론을 내놓았다.
▲법적 대응책 = 사학법인이 학교폐쇄, 신입생 배정 거부, 모집 거부에 나설 경우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초.중등교육법 제4조 3항에는 `사립학교를 설립.경영하는 자가 학교를 폐지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한 중요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학교폐쇄는 현행법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며 법인해산 때 재산은 설립자가 아닌 국가에 귀속된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2천만원 이하 벌금이나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특히 사립 중.고교법인 협의회가 밝히고 나선 신입생 배정 거부 역시 초.중등교육법 제67조에 의거, 경고 3회→법인 고발조치→임원 취임승인 취소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즉,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사학법인에는 시.도 교육청이 파견한 관선이사가 성임돼 법인 운영의 정상화를 확보하기 때문에 사학법인 설립자들은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배제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사학법인이 학교폐쇄나 신입생 배정 거부에 나서는 것은 스스로 악수를 두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립 중.고교법인 협의회 관계자는 그러나 "교육부가 관련 법령을 내세워 사립학교 폐지나 신입생 배정 거부를 막고 있지만 수백억, 수천억원씩 출연한 사람들이 2천만원 벌금에 3년 이하 징역에 겁먹을 정도로 나약하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교육부.교육청 향후 방침 = 중.고교 배정과 등록이 내년 2월 중순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다.
중학교는 2월 12일, 고교는 2월 15일 이뤄지는 신입생 배정을 사학법인이 거부해 법적 조치가 취해진다면 새학기가 지나서도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런 만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행정력을 동원해 학교가 정상적으로 학생을 배정받아 교육할 수 있도록 지도에 나서는 것은 물론 학운위와 교직원, 학부모회 등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를 수용해 학생을 배정받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도 "법적 절차가 취해질 경우 학교수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만큼 고발조치에 앞서 설립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파행운영을 막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중학교의 22.9%, 고등학교의 45.1%를 차지하는 사학법인들이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를 폐지하거나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등 정상적인 학사 운영에 파행이 초래될 경우 신속 엄정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