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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르게 읽는 책] 나스타샤

조지수 작가의 <나스타샤>를 단순히 캐나다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 이야기로 단언하는 것은 성급하고 부주의한 일이다. <나스타샤>는 700쪽이 훌쩍 넘는 장편소설인 만큼 우리에겐 낯설고 신기한 캐나다의 문화와 인생과 세상을 통찰하는 아름다운 철학적 문구가 가득하다. 그리고 너무 보고 싶어서 진짜로 죽은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캐나다가 눈 앞에 펼쳐진 듯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 고래에 관한 백과사전식 지식이 가득하다면 <나스타샤>는 캐나다 사람이 열광하는 플라잉 낚시에 관한 이야기가 마치 볼쇼이 발레단 수석 무용수처럼 우아하게 펼쳐진다. 고국인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교수 생활을 하는 주인공 조지와 캐나다인 친구 그렉이 낚시와 캠핑을 즐기기 위해서 고군분투 끝에 2m 높이의 경사를 건설해 수력발전기를 가동하는 장면을 보고 캐나다에서 캠핑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 않은 독자는 드물 것이다. 그리고 낚시에 진심인 캐나다 사람을 겨냥한 지렁이 양식 사업 성공 이야기는 또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난 지. 이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치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이 모여있다는 캐나다의 봄, 여름, 가을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리라.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아름다운 지식 여행도 떠나게 되리라.

 

새로 이사 온 주민에게 오일 교환권, 비프 교환권, 존슨 앤드 존슨 크림, 동네 미용실 사용권을 선물로 주고 같이 아침 식사할 수 있는 모임, 컬링 클럽 가입 신청 전화번호, 같이 커피 마실 수 있는 모임을 안내한다는 소설 속 무대인 캐나다 웰드릭이라는 동네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궁금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지도를 검색하고 또 검색했던가. 제발 그런 동네가 실제로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말이다.

 

주인공 조지는 캐나다의 작은 동네 웰드릭에서 절친인 그렉을 비롯한 이웃과 낚시, 컬링, 야영을 즐기는 가난한 대학교수다. 그러나 구소련에서 반체제 활동을 하다가 소련 정보기관의 추격을 피해 난민 신분으로 캐나다로 탈출한 아름다운 여성 나스타샤를 만나고부터 인생이 달라진다. 그들은 금방 사랑에 빠지지만 나스타샤는 고국에 남편과 아이를 남겨둔 처지인 만큼 그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다.

 

인생 통찰하는 철학적 이야기 가득

 

조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죽을 때가 되면 함께 동굴로 들어가 꼭 안고 죽음을 기다릴 것이며 수백 수천 년이 지나 살과 뼈가 섞이면 어느 것이 누구 것인지 모를 것이라는 나스타샤의 고백에 ‘너희 슬라브 사람이 그렇게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동안 서유럽 사람은 유전자 식별 법과 동위원소 식별법을 만들었다’고 조지가 속으로 응수하는 장면은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애절한 사랑과 유머를 상징한다.

 

이 소설의 결말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 소설을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나갈 미래의 독자에게는 매우 불친절한 일이다. 새뮤얼 존슨은 런던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인생에 흥미를 잃은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이 소설을 두고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당신이 <나스타샤>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소설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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