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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르게 읽는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지음|흐름출판 펴냄

 

사실을 토로하자면 나는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기 시작하면서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의구심을 가졌다. 36살의 전도유망한 신경외과 의사가 오랜 고생 끝에 인생의 절정기에 도달한 순간 폐암에 걸렸다는 사연은 누구에게나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다.

 

그렇지만 사망 원인의 1위는 언제나 암이며 의사도 사람인 이상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내 나이가 50대 중반이 되면서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상가를 빈번히 들락거리다 보니 죽음에 대해서 무덤덤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덮는 순간 나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톨스토이가 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죽음을 다룬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생각했는데 이제 그 자리를 <숨결이 바람 될 때>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

 

죽음과 삶의 성찰

 

무엇이 이 책을 이토록 특별하게 만들었는가? 우선 이 책의 저자 폴 칼라니티가 문학을 공부하고 나서 의사 공부를 했다는 사실로 짐작할 수 있는데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다 보면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문학작품이 자주 등장한다. 따라서 이 책은 의사의 투병기라기보다는 독서 성장기라고도 볼 수 있고 죽음을 다룬 책이기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삶에 대한 성찰로 읽힐 수 있다. 청년 시절 나는 서머싯 몸이 쓴 <인생의 굴레에서>를 필립이라는 고아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고 해피엔딩으로 마감되는 서사 중심으로 읽었었다.

 

그러나 중년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니 <인생의 굴레에서>가 훌륭한 독서 성장기로 읽혔다. 과연 이 책에는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 필립이 평생 읽어나가는 훌륭한 고전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 읽어야 할 서양 고전이 모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숨결이 바람될 때>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도 톨스토이, 세익스피어, T. S 엘리어트를 비롯한 서양 문학을 대표하는 고전문학 작품이 다수 등장한다.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데 모두 도움되는 책들이니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만 따라 읽어도 훌륭한 독서의 경로가 되리라 확신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또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 말기 암 환자만큼 절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저자는 자신에게 남은 생을 수술실 의사, 남편, 아버지, 자식 등 다양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죽음을 논하는 책이 아니고 삶을 논하는 책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이 담담하게 자신에게 허락된 짧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누가 감동과 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결말이 죽음이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마치 반전이 넘치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고 제발 암을 극복하고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하게 될 만큼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도 감탄하게 된다. 더구나 이 책이 암 병동에서 힘겹게 집필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저자는 이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남겨진 아내가 쓴 에필로그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에필로그가 이토록 책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책은 죽음이라는 비극을 다룬 책이지만 우울할 때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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