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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르게 읽는 책>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엑스북스 펴냄

 

교사는 두 번 태어난다. 처음 발령을 받고 교사가 되었을 때 처음 태어나고 자식이 생기면 두 번째 태어난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부모 뜻대로 성장하지 않는 것을 실감하고 엄격하기만 했던 학생에 대한 지도 기준이 누그러뜨려지기 마련이다. 내 딸아이는 비교적 순탄하고 자랐고 입시도 무난하게 치렀고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딸아이와 의견 충돌이 많았고 심지어는 버릇이 없으며 제멋대로 행동한다고 느꼈던 적도 간혹 있었다. 오죽했으면 다른 집은 어떻게 자식을 훈육하는지 궁금한 나머지 홈스쿨링을 성공적으로 한 부모를 인터뷰하는 책을 내려는 생각도 했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에 대한 확증편향을 갖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본인의 기준과 가치관으로 자식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자식의 행동이 눈에 거슬리고 성에 안 차서 화가 나고 자괴감에 빠져들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자식이 하는 일에 비교적 간섭하지 않고 공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대학 진학을 할 때만은 딸아이에게 교육대학에 지원하도록 권했다. 그러나 딸아이는 우리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쫓아서 진학을 해버렸다. 또 대학생이 된 딸아이는 갑자기 휴학하겠다고 선언했다.

 

군대에 가거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등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휴학을 여간해서 하지 않았던 세대에 대학을 다녔던 우리 부부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딸아이는 우리 부부의 반대를 뿌리치고 휴학하고 인턴으로 회사에 다녔다. 지나고 보니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쫓아서 대학을 선택하며 휴학을 하더라도 자신의 전공에 대한 실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인턴 활동을 한 것이 잘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결국 우리 부부는 자식이 하는 일에 최대한 간섭을 하지 않고 응원을 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의 기준과 잣대를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물론 실천하기에는 늘 쉽지 않다.

 

나는 가끔 도스토옙스키의 두 번째 아내 안나가 남편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서 바람직한 교사상을 생각한다. 막돼먹고 염치가 없는 전처의 의붓자식, 틈만 나면 돈을 뜯어 가는 형수와 조카들, 감당하기 어려운 도박 빚,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는 간질 증세. 이런 것들이 스무 살의 어여쁜 안나가 결혼하기로 한 남편 도스토옙스키의 스펙이었다.

 

그러나 불운하고 가난에 찌들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은 안나를 만나고부터 정반대로 나아갔다. 중독 수준이었던 도박에서 벗어났고 말년에는 평생 그를 괴롭히던 빚을 모두 청산했다. 오로지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한 날을 기록한 안나의 자서전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은 700쪽에 가까운 두툼한 분량이지만 남편을 원망하거나 남편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가치관을 남편에게 강요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안나는 오직 남편을 사랑하기만 했으며 어떻게 하면 남편이 편안한 환경 속에서 글을 쓸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 심지어는 남편이 좀처럼 글을 쓰지 못하자 패물을 팔아서 마련한 돈을 남편에게 쥐여주고 도박장이라도 잠시 다녀오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출산을 앞둔 안나를 위해서 산파가 사는 집을 단번에 찾아갈 수 있도록 매일 산파 집을 오가며 길 찾는 연습을 하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배가 아무리 고파도 곤히 자는 아내가 깰까 봐 망부석처럼 침대에 가만히 앉아 기다릴 만큼 아내를 사랑했던 도스토옙스키는 아내의 헌신에 도박을 끊고 글쓰기에 매진한 끝에 일생일대의 명작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자식이나 학생에게 줘야 할 것은 오로지 사랑과 응원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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