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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3] 당신은 교육전문직이 맞습니까?

 

임용고시와 너무 다른 교육현장

법조인, 의료인, 학자나 교수, 엔지니어 등 전문화된 교육 과정을 거쳐 고도의 지적 작업을 성취해내는 직업을 보통 전문직이라고 한다. 우리 공교육의 교사들은 4년제 이상의 학사과정을 통해 교육에 관한 지식과 기능을 갖추고 실습 과정을 통해서 국가가 인증하는 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거기에다 공립 교사의 경우는 ‘고시’라고 부를 정도로 어렵고 힘든 임용고사에 합격을 하여 공립 초·중·고 교사직에 진입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다른 어떤 직종 이상의 고도의 지적 수준을 요구하는 매우 우수한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초·중등 학교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직은 전문직인가? 하는 이 질문에 대하여 일반인들도 그리고 우리 교사들도 단번에 그렇다고 말하지를 못한다. 교사는 ‘사’자로 끝남에도 일반인들도 전문직이라는 것에 쉽게 동의를 하지 않고, 교사들조차도 우리 교사직에 대하여 자신있게 전문직이라고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교사로 임직한 때부터 정년을 맞이할 때까지 전문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임교사가 처음으로 교사를 시작할 때 교육에 관한 많은 전문적 지식과 기능을 우선 제대로 적용하여 활용하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더 전문적인 업무를 해나가도록 하는 것이 전문직이 가져야 할 특징일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 나가면 그렇지 못한 현실을 만나게 된다.

 

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교사의 첫발을 내딛는 교사와 내년에 바로 정년을 앞둔 30년 이상의 교사 경력을 갖춘 교사에게 요구되는 업무가 거의 동일하다. 고3 수업과 진학업무 같은 어느 정도의 경험을 통한 역량을 갖추어야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오히려 신임교사에게 주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한 일을 맡은 신임교사에게 자세하게 그 업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매뉴얼도 잘 갖추어지지 않은 채 맡겨지는 일이 허다하다.

 

왜냐하면 교사들에게는 매년 담당하는 과목과 담당하는 업무가 새롭게 주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 파악과 추진으로 인해 초임교사에게 제대로 업무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한다.  교육 경력의 연수에 따라 쌓여지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능들을 별도로 요구하는 것이 특별히 없으므로 교사직을 시작하면서 교사 개인의 태도와 역량에 따라 전문가로 성장하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62세까지 특별한 새로운 자격을 요하지 않는 직업의 안정성은 전문성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

 

20대 후반에 첫 교직을 시작하고 몇 년 지나 30대가 되기 전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초임 때 갖춘 지식과 기능으로 62세까지도 직업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은 직업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전문성 신장이라는 내적 성장 동기가 있는 젊은 교사들에게는 그렇게 좋은 직업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젊은 교사들은 전문성에 대한 욕구 충족을 위해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박사 학위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30대 중반 이후의 교사들이 자신이 전문적인 교사로서 성장하기 위한 길로 유력하게 보이는 것이 ‘전문직’으로의 길이다. 사실 ‘전문직’은 교육공무원법상의 용어로는 ‘교육전문직원’으로 장학사·장학관·연구관이 여기에 해당된다. 교사로서의 자기 발전을 꾀하는 똑똑하고 유능한 교사는 이 ‘전문직’에 도전하게 되고 장학사나 연구사의 경력을 쌓게 되면 다른 사람보다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는 유리한 길에 접어들게 된다. 어떻게 보면 교사로서 유일한 길로 보이는 ‘전문직’으로서 하는 일은 교육 자체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을 요구하지도 않고 교육 본연의 전문적인 업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전문직’에게 요구되는 자격과 실제 수행하는 업무를 보면 교육 그 자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정’적인 일에 치우쳐 있다. 17개 시도교육청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면 전문직이라 불리는 ‘장학사’에게 부여되는 업무가 기본적으로 10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업무 표를 보면 장학사 담당 업무 아래 교사 출신이 아닌 일반직 출신인 주무관이 하는 일도 열거되어 있다.

 

그런데 전문직이라고 하는 장학사와 일반행정직원이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과 곤란도에 있어서 큰 차이도 보이지 않는다. 교육의 전문성을 갖춘 자라는 의미가 담긴 교육전문직원은 분명 직급상 학교 현장에 있는 1급 정교사보다는 높아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데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일이라기보다는 법과 규정의 적용과 행정적인 업무가 대부분이다. 

 

물론 좋은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런 교육이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교육 전문가가 되길 희망하는 교사 출신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교육의 전문성을 갖추고 싶어하는 유능하고 똑똑한 교사들은 교육의 본업에 충실한 일을 맡아서 수행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교육지원청에서 ‘전문’의 타이틀을 단 장학사와 연구사들 역시 자신이 해보지 않았던 영역이 대부분이라 우리나라 교육청의 전문직들은 야근과 밤샘이 일상처럼 되어 있다. 분명히 본인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학교 현장과 떨어져 있는 일인 줄 알면서 교감·교장이 되어 학교로 돌아갈 그날을 기다리며 참고 있는 것이다.

 

‘교육전문직’에 맞는 역할은 현장 교사들의 교수학습, 평가, 교육과정 운영, 생활지도 등을 관리하고 점검하기 전에 그 전문성으로 직접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고 평가하면서 현장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평가도 그리고 성장과 발전의 변화를 기록하는 일 모두가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서 멀어진 사람일수록 전문가 소리를 듣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전문직을 하고 학교 현장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학생들의 수업과 평가의 현장과는 떨어져 있는 교감과 교장으로 관리직에 바로 투입되게 된다. 

 

교육전문직이 할 일, 행정직이 할 일

현재 학교 교육을 미래 사회로 이끌어갈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전문직이 하고 있는 일들은 곧 AI와 로봇 그리고 전문적인 행정직원에 의해서 대체될 것이다.  이제부터의 교육전문직은 교육 그 자체에 대한 전문가로 성장하고 그 전문성으로 학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청·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게 되는 교육전문직이 진정으로 교육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청 업무 중 교육전문가의 업무는 교육과정운영, 수업, 평가, 학생지도교사 중심으로 전환하고 행정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는 일반행정에서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육전문직으로서 교육에 대한 전문적 역량을 갖추도록 하여 교감과 교장의 관리직으로 투입되기 전 학교 현장에 투입되어 실행을 통하여 학교의 질을 변화시키는 현장의 전문가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직을 통해 교감·교장이 되는 것이 교사로서 전문가가 되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 글로벌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학생들의 바람직한 변화와 성장을 일으킬 수 있는 교육 본연의 업무에 대한 깊은 연구와 실행이 교사로서 전문가의 길을 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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