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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고교 종교교육 인권침해 논란

사학-건학이념 존중, 당연한 권리다
학생-학교선택권 없으니 강요 말아야
교육청 무대책속 학생,시민단체 반발


기독교계 학교인 서울 D고의 한 고3생이 종교의식 강요에 반발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강제 전학조치 되면서 그간 종교계 학교에서 실시돼 온 전교생 대상 종교의식이 ‘기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종교적인 건학이념에 따라 학생들에게 일정 시간의 종교수업과 의식에 참여시키는 건 당연한 권리라는 사학 측과 학교 선택권이 없는 중등학교 현실에서 모든 학생에게 특정 종교를 가르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종교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학생들의 오랜 불만이 공식적인 충돌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전국 사립 중·고 중 종교계 학교에 대한 현황은 교육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국이 16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중·고교 중 종교재단 설립학교와 종교과목 개설학교 현황을 조사했지만 이마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서울의 경우 종교재단 설립(종교과목 개설) 학교가 중·고교 각각 30(30), 52(50)개교, 경기도는 중학교 6(6), 고교 17(14)로 전국적으로는 수백개 학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종교계 중등학교들은 매주 특정 종교 과목을 수업하고 종교의식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학교의 전통과 학풍을 이어가는 면에서 인정할 부분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많은 학교가 종교적 신념이 다른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 하지 않는 점이다. 서울 D고 강의석(18) 군이 지난달 16일부터 열흘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비기독교인이라도 매일 아침 학급예배 때는 번호순으로 돌아가며 기도를 해야 한다. 또 매주 수요일 전교생 예배 때도 찬송가를 부르고 사도신경을 외워야 한다.

1학년 때는 음악 수행평가로 주기도송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뺑뺑이로 학교에 배정되는 상황에서 특정 종교만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군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whdrytkfkd)에도 강제적인 종교의식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T중에 다닌다는 학생은 “아침자습시간 강압적인 예배가 이뤄지고 다른 행동을 하면 맞기까지 한다.

또 매주 성경시간에는 듣기 싫은 사람까지 억지로 가르치고 시험까지 본다”고 토로했다. 서울 Y여고 졸업생은 “담임이 독실한 신자일 경우 매일 조종례 시간에 학생들이 돌아가며 기도했다. 더 참을 수 없었던 건 각 반마다 돌아가면서 예배시간에 찬송가 합창을 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일주일동안 계속 찬송가를 불러야 했다”고 말했다.

대구 S여고에 다녔다는 학생도 “첫 예배 전에 누가 예배가기 싫음 어떡해요 물었더니 그럼 운동장 풀뽑으라고 하시더군요. 지나가는 말씀이었겠지만 무척 놀랐다”고 회상했다. 종교계 학교의 이런 운영방식은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지침과도 어긋난다. 교육부가 고시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제1997-15호)과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과정편성운영지침'에 따르면 '학교가 종교과목을 부과(개설)할 때는 종교 이외 과목을 포함, 복수로 과목을 편성해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각 시도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 등에 따르면 '교양교과는 과목명, 이수단위, 이수여부를 입력한다' '정규교과 외의 활동은 희망 학생에 한해 실시해야 한다'로 규정돼 있다.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종교 등 교양과목은 학생 선택이 원칙이고 시험을 치르거나 성적을 낼 수도 없으며 예배 등 정규교과 외의 활동도 희망학생에 한해야 한다”며 “이를 준수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여 시정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독일 등 서유럽 등의
경우는 복수과목 개설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계 학교의 입장은 다르다. D고 교장은 “성경과 예배 등 종교 교육은 철학적 차원에서 이뤄지며 시험이나 강요는 없어 문제가 아니다. 다만 예배나 성경 과목을 완전 자율선택으로 하는 것은 기독교 학교의 건학 이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는 종단이 결정할 문제다.

한 학생이 이를 거부한다고 해서 건학이념을 바꿀 수는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학생이 전학 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당국은 희망하는 종교계 학교에 대해 선지원후추첨 제도를 적용하는 등 배정제도를 개선해 사학의 특성을 살려주고 근본적인 갈등요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평준화 상황에서 학생 배정에 종교를 우선 반영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종교계 학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현재 서울 시내 종교계 학교 중 다른 선택과목을 개설한 학교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학부모, 학생 단체들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성명을 속속 내놓고 있고 강 군도 조만간 강제종교의식반대모임을 만들어 국가인권위 진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제기에 나서기로 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는 지난 1월 이화여대 졸업반 오 모씨가 교내 채플 의무 수강에 반발해 제기한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미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1998년 '채플 학점 의무규정을 둔 학칙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를 제기한
숭실대생에 대해 “사립대학의 장은 헌법상 보장된 대학자치권에 근거해 학생들의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채플을 의무화할 수 있으며 현재 대학의 채플은 종교인 양성이 목적이 아니라 보편적인 교양인 양성을 목표로 하기에 채플을 졸업요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나 대학과는 달리 중고교는 학교 선택권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데다 이에 대한 진정도 없고 판례도 없었기 때문에 인권위가 진정이 제기됐을 때 어떻게 결정할 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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