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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통합에서 소외되는 특수학급

장애학생들 '수업 방해꾼'으로 내몰려
사고우려 수련회·체험학습서도 제외
"통합 가르치기 앞서 교사부터 실천을"


올해 신규 임용된 서울 K초 P특수교사는 요즘 고민이다. 1학년에 자폐 아이가 입학했는데 담임 교사가 '일반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자꾸 아이를 아침부터 특수학급에 밀어 넣기 때문이다.

P교사는 "오늘도 아침에 아이를 데리고 와서 '여기서 잘 놀고 있어' 하고 가셨다"며 "전일제로 밀어 넣을 거면 아이가 일반학교에 올 이유가 없었다"고 답답해했다.

20일 장애인의 날에는 여느 해처럼 많은 학생들이 '장애 체험 활동'이나 '함께 걷기 운동'을 하며 '통합'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통합을 가르치는 학교, 교사 중에는 장애학생을 '수업방해꾼'
으로 꺼리고 특수교사와 특수학급을 소외시키는 경우가 있어 교사 스스로의 인식 전환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P교사의 고민은 그런 대표적 사례다. 10살 민호(가명)는 가끔 이유 없이 소리쳐 웃고 학습수준이 낮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그래서 국어, 수학 등을 뺀 예체능 교과 등은 충분히
통합이 가능한데도 담임교사의 태도는 완강하다. P교사는 "자폐아 관련 자료도 만들어 드리고 원반에 들어가 장애이해 수업도 하며 이 아이가 일반학교에 온 건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설득했
지만 돌아오는 건 기분 나쁜 시선뿐"이라고 허탈해 했다.

경기 S초 C교사도 최근 원반으로 가지 않으려는 아이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원반 수업시간에 아이가 사라져 교사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원반 선생님들은 "장애 학생 때문에 다른 학생들 수업이 안 된다"며 전일제로 맡아주기만을 은근히 바랐다. C교사는 "말이 통합교육이지 특수학급은 일반학교 안에 '특수학교'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장애학생들은 체험학습, 수련회 등에서도 다반사로 제외된다. 부모가 따라붙는 경우에는 어렵게 허락되지만 그만큼 아이의 통합은 멀어진다. 서울 S초 K특수교사는 "학교에서 1박2일 캠프를 했는데 특수학급 애가 보이지 않아 다른 애들에게 물었더니 '선생님이 ○○이는 집에 가서 엄마랑 자라고 했어요'라고 대답했다"며 "사전에 특수교사와 한마디 상의라도 해줬어야 했다"고 서운해했다. 통합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올해 특수학교로 간 Y교사도 "이전 학교들에서 허탈감과 상실감을 많이 느꼈다. 학년말 학급잔치가 있어도 연락조차 하지 않고 수업시간도 예고 없이 변경해 아이가 공중에 뜨는 일을 많이 겪었다"고 토로했다.

특별활동 부서도 원반 교사나 특수학급 교사가 맡은 부서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장애아는 물론 특수교사들도 통합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반적인 회람이 학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작게는 학교 회식부터 연수 소식을 몰라 빠지게 되는 황당한 일도 겪는다. 하지만 더욱 큰 소외는 특수교사를 일반학급을 돕는 보조자로, 전문성보다는 봉사정신을 지닌 천사로, 학생 몇 명 데리고 노는 자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경기 N초 J특수교사는 "장애아로 판별되지 않은 2학년 학생을 부적응아라며 입급시키라는 요구를 받기도 하고 또 수련회에 참여 못하는 6학년들을 모아 수업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며
"우리를 특수교사로 인정하지 않고 한 단계 밑에 있는 보조자쯤으로 여겨 속상하다"고 말한다.

또 서울 S초 K특수교사는 "'아이들이 적어서 참 좋겠다'거나 '가르칠 게 있느냐'는 말들에서 동료의식을 느끼긴 어렵다"며 "특수교사부터 통합이 안 되는데 아이들을 통합시킨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 S초 N특수교사는 "기본적인 시설 인력도 갖추지 못한 채 추진되는 통합교육으로 일반교사들의 부담만 커졌다. 그래서 원반교사들의 인식전환만을 바라기도 미안한 마음"이라며 "하지만 힘들더라도 아이가 몇 년 후엔 혼자 옷을 입고 대화를 나누고 글을 읽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내 아이라는 사랑과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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