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발표된 영국의 "반사회적 행위 방지법(Anti-social Behaviour Act 2003)에는 자녀의 무단결석에 대한 학부모의 책임을 묻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법의 시행령에는 학부모가 학기 중에 학교장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가족휴가를 갈 경우, 학교는 학부모에게 약 20 만원의 벌금을 부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시행령의 배경에는 영국인의 일반적인 "학교출석과 교육은 직결되지 않는다" 라는 인식에 교육기술성이 쐐기를 박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에서는 일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재택교육'을 허락하고 있다. 영국의 학부모들은 한국의 학부모들에 비해 학교교육에 대한 기대치는 그렇게 높지도 않으며 또한 한국처럼 '학교만이 교육의 장'이라는 고정관념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학부모 벌금형' 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학기 중 자녀를 데리고 가족휴가를 떠나는 가정이 그만큼 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기 중 가족휴가를 유인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서는 여행업체들의 가격할인 공세이다. 영국의 여행업체 단체인 ABTA에 따르면 4인 가족, 2주간, 지중해
연안 휴양지, 팩키지 상품의 예를 들면 그 가격이 여름방학 성수기 때는 약 300 만원 정도이지만 비수기 때는 거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학기 중, 비수기의 여행상품을 선택하면 백 여 만원 이상의 휴가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학교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의 '벌금형' 공지가 그다지 무단결석을 줄이는 묘안으로 작용하리라고 기대 되지는 않는다. 런던 센드허스트 초등학교장 발 휴스(Val Hughes)씨에 따르면 '아직까지 공문을 받아 보지 못해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학부모와 학교사이에 유대관계를 생각한다면 기본적으로 학교가 학부모에게 벌금을 물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상습적으로 무단결석을 하는 아이가 있으면 지방 교육청에 알리고 나머지 일은 지방교육청같은 학교 외 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 아니겠느냐' 라고 학교가 학부모 처벌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효과라면 그러한 정책의 발표가 학부모들에게 아이를 무단결석을 시키고자 할 때 일종의 부담감은 주지 않겠는가' 하는 정도이다. 영국정부가 무단결석에 이렇게 민감한 이유는 청소년들의 반사회적 행위를 학교제도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2002년 내무성 통계는 학령기 청소년에 의한 반사회적 범죄행위의 절반이상이 '학교시간대'에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2003년 5월 교육 기술성 통계에서는 매일 5만 여명의 학생이 무단결석을 하고 있으며 그 학생들의 절반이 부모와 함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서 중등학생 (11∼16세)만 하더라도 년간 무단결석이 56만 건이나 되며 이것은 1997년과 비교해 25%가 증가한 수치이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는 2001년에 비해 6%가 증가했다. 이러한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현 내무성 장관 데이빗 블랑켓 (David Blunkett) 씨가 교육기술성 장관으로 재임 할 당시 (1997-2001) 2002년까지 무단 결석율을 1/3 이상 줄이겠다고 공언을 했다.
지난 몇 년간 자녀의 무단결석에 대한 학부모처벌에 관한 법을 살펴보면 1996년 교육법(Education Act 1996), 444조에서 무단결석을 일삼는 아이를 방관하는 학부모는 '유죄' 로 규정하고, 1998 사회질서법 (Crime and Disorder Act 1998) 37장 9조 에서는 무단결석을 방관하는 학부모에 대해 법원이 최고 500만원 또는 3개월 징역을 언도할 수 있는 처벌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2002년 경찰법(Police Reform Act 2002) 30조 4 항에서는 경찰이나 공익요원이 학교시간대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아동을 불심 검문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학부모에겐 재판 없이 즉심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법률개정과 함께 '무단결석 방관은 유죄' 라는 대 국민 홍보활동에 사용한 정부예산은 2001년 10월부터 지난 2년간 1조 3천 억 원으로서 영국 초등학교 650개교 정도의 학교 일년 운영비와 거의 맞먹는 예산이다.
하지만 위의 통계수치가 보여주듯이 학부모에 대한 처벌강화가 무단결석을 억제하는데는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무단결석을 억제하지 못하는 영국정부의 두 가지 한계로서, 그 하나는 모든 학교를 표준화의 틀에 맞추어 감으로서 학교의 교수과정이 점점 우연성을 잃어가고 주입식교육이 되어 아이들에는 즐겁지 학교가 되어 간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는 등교를 거부하는 자녀에 대해 학부모가 등교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