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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제언> 고통 없는 학교교육을


얼마 전 한 교육전문기관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전국의 중고교생과 학부모 교사 교수 등을 상대로 현재의 교육체제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내용이었다. 응답자의 72.9%가 '교육이 고통을 준다'고 답변했다.

'교육이 희망을 준다'는 대답은 4.7%에 불과했다. 우리 국민의 4분지 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현재의 교육체제에 고통을 느끼거나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것은 표집을 통한 설문조사의 결과이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교육과 관계되는 사람들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두 말할 필요 없이 교육은 미래를 설계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과업이다. 그런데 '희망은커녕 고통을 주고 있다'니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는 어떻게 된 것인가. 우선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심을 떨칠 수 없다.

요즘 시내를 다니다보면 중고등학교의 정문에는 두 종류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고액 불법과외 추방'과 '유수 고교나 대학 합격생 명단'이 그것이다. 전자는 '사교육비 문제', 후자는 '학벌중심의 입시제도'와 관련이 있다. 나는 이 두 가지가 현재 우리 교육체제에서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고액 불법과외 문제'부터 살펴보자. 수능시험이 끝난 지난 연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심야 학원교습과 불법 고액과외를 집중 단속한 바 있다. 또 언론 매체를 통해 국민에게 호소하고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내보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각 지역교육청을 돌면서 '학교교육 정상화 촉진대회'를 개최하고 "선행학습을 추방하자"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식으로 자식 교육을 밀어붙인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서 찾아야 한다. 내 자식만 못 배운다고 생각할 때 부모들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다음으로 '학벌 중심의 입시제도'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일류의식에서 비롯된다. 중학교에서는 과학고나 외국어고, 고등학교에서는 명문대에 많이 보내야만 학부모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아무리 인성교육을 잘 하는 학교라도 입시 성적이 좋지 않으면 학부모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러면 이러한 국민의 고통을 풀어주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평범하고 기본적인 것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첫째, 학교 교육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는 교사, 학부모, 정부가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공부는 스스로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교사 의존적인 학습으로는 깊은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적 발달은 물론 인성과 적성을 계발한다. 학교 공부에 충실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둘째로 학벌중심의 입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고교 교육이 대학입시에 예속된 나라는 없다.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 재수가 일반화돼 있다. 수능시험을 점차 내신 중심으로 전환해 점수 위주의 진학을 완화해야 한다. 담임교사의 추천서 하나가 대학입시의 중요한 전형자료로 활용될 때 교사의 권위도 살아나고 학벌 중심의 입시도 사라질 것이다.

셋째, 자녀교육에 대한 사회 공동체적 의식이 필요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내 자식만 고액과외를 받는 것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위화감을 조성하는 일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가진 부모들이 그렇지 못한 부모와 자녀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데 있다. 사실 우리 국민의 뜨거운 교육열이 세계 속의 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과도한 사교육비와 학벌중심의 입시가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다면 그것은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이제 '고통 없는 학교교육'에 교육 관계자와 온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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