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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겨울 문학기행


"와, 정말 겨울여행을 떠나긴 떠나네요?"

12인승 렌트카 속의 아홉 명의 여자들이 충북 단양행 풍경을 내다보며 신이 났다. 어쩌면 어울리기 쉽지 않은 학부형과 여교사가 동행한 이 모임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평생교육 '시교실' 회원이라는 점이다.

음성의 고추탑, 충주의 사과탑을 보며 달래강, 주천강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월악산과 왼쪽으로는 충주호를 끼고 달렸다. 제천과 단양의 경계선이 되는 고개를 넘자마자 "여기다! 여기야!"하고 정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시인마을'이라 새겨진 팔뚝 길이의 낡은 나무 판자였다. 지난 가을 열린 '제2회 전국평생학습축제'에 참여한 시교실 회원들의 시화 15점을 그려준 고강 김준환 선생님의 흔적이 배어 있었다.

정 선생님과 오랜 지인이신 고강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혼자 사신다는 하늘색 슬레트 지붕의 선방에 들어갔다. 순간,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평생 문학을 사랑하고 그림에 홀린 어느 예술인의 전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노랗게 묵은 한지 벽지, 문고리로 이어진 작은 곁방, 벽면과 좌탁마다 시화, 손수 빚은 도자기 등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작은 대청 마루나 건넌방, 바깥의 흙벽에도 옛 사물들이 그대로 놓여져 곳곳이 구경거리였다.

"사실 도시에 있어도 외롭고, 여기에 있어도 외롭더라고요. 차라리 여기서 외로운 것이 낫지 않나 싶어요."

'외롭다'는 그 한 마디가 그 동안 내가 가진 것들을 한꺼번에 비워버리는 것 같았다. 새해 들어 쉰한살의 믿기지 않은 나이를 먹는 내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진한 회한이 담겼다. 모두들 숙연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 가구 중 빈집이 반인 마을을 걸어나오며 자꾸 뒤돌아보았다. 훗날 깡그리 버리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여기에 있다는 위안에, 무소유의 용기와 희망을 얻은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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