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어느 때보다도 선생님들의 업무가 과중하고 신경 쓰는 일이 많다보니 마치 감정노동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본연의 임무인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는 물론 방과후학교 업무도 수행한다. 특히 학교폭력 예방지도 등은 무엇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가정, 사회, 국가의 대책과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평소 지도에 태만하고, 무관심하고, 소통이 안 되었다는 등 자질이 부족한 선생님으로 낙인찍히는 현실이 슬프다. 매스컴들은 어떤가! ‘촌지 감시를 받는 스승의 날’, ‘스승의 날 선물 부담’, 심지어 ‘학원선생님이 낫다’, ‘무릎 꿇고 사과해요’, ‘선생님 구타’ 등 교권을 무너뜨리고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는 소식을 전한다. 가정과 사회의 몫까지 떠밀며 교원들에게 초인적인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오로지 사명감과 교육애로 묵묵히 투혼을 발휘하다 보면 지칠 대로 지치고 스트레스는 가중되고 있다.
방학, 재충전과 삶의 윤활유 되도록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학습하는 학생들은 물론 바쁜 업무와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있는 선생님들도 방학을 기다리고 있다. 방학도 다음 학기 준비와 자기 발전을 위해 즐겁고 알차게 보내야 하기에 일반인들의 휴가와는 사뭇 다르다. 갖가지 업무로 지친 심신과 실추된 자존심을 추스르면서 자기 계발, 여가 선용, 여행 등을 통하여 방학을 당당하고 옹골차게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일반인들이 부러워하고 심지어 놀면서 봉급 받는다고 시샘하는 방학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자기연찬과 여행, 휴식을 통하여 재충전하는 특권으로 쓸 수 있고, 윤활유(潤滑油)가 될 수 있다. 필자도 무계획적으로 들떴을 때는 시작할 때만 잔뜩 기대를 하고, 막상 지나고 보면 허무함을 느끼고 후회하는 방학을 보내기도 했다. “활도 쓰지 않을 때는 줄을 풀어놓아야지, 언제나 매어 두면 못쓰게 된다”는 말처럼, 선생님들도 적절한 쉼이 필요하다. 그러나 휴식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하나는 쉬기 위해 멈추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쉬지 않고 달리다가 문제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멈춰서는 것이다. 쉬기 위해 멈추면 휴식과 충전, 삶의 여유와 활력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되지만, 고장이 나서 멈추게 되면 뒤늦은 회한과 상처만 남는다. 고장이 나기 전에 즐기며 쉬기 위해, 자아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현명한 선생님들이 되기를 바란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일곱 번째 항목이 바로 ‘Sharpen the Saw’이다. 이것을 ‘심신을 단련하라’라고 해석하는 책이 많은데 사실은 ‘톱날을 갈아라’는 의미이고, 착실히 준비하는 것이 당장에는 답답한 듯 보여도 결국엔 성공의 속도를 빠르게 해준다는 교훈이다.
또한 ‘휴(休)테크’라는 신조어처럼 잘 쉬는 것과 여행도 중요한 투자다. 여행에서 얻는 영감(靈感)은 생활을 신바람 나게 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하고, 삶의 자산이 된다. 일중독에 빠져 살다보니 어느덧 교직생활 40여 년이 흘렀다.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어진 업무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런 일상 업무보다는 연수와 여행, 체험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나고 특히 인상 깊다. 1995년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연수, 2003년 금강산 연수, 교감·교장 자격연수 등. 모두 열심히 일한 보상으로 유공교원과 승진자로 뽑힌 것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또한 방학 때 훌쩍 다녀온 개인적인 여행과 스스로 틈틈이 갈고 닦은 자기연찬도 수필 등단 등 삶의 나이테가 되어 또렷하게 새겨진다. 역시 방학을 잘 활용하여야 발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무슨 천지개벽도 아닌데 앞만 바라보며 달려오다 보니 정년퇴직이 가까워진다. 누구보다도 건강하다고 자부하였는데, 마음은 청춘이지만 나이 탓인지 몸도 신경 쓰게 되니 ‘남는 게 무엇이지?’하며 뒤늦게 깨닫게 된다. 건강, 값지고 알찬 체험, 아름다운 추억들이 노후에 돈이나 명예보다 훨씬 가치 있을 것인데……. 젊고 현명한 우리 선생님들은 필자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소중한 체험을 통하여 값진 자산과 추억을 만들도록 이번 여름방학 때부터는 더욱 바람직하게 정진하시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