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입니다. 39명 중 매번 39등 하는 녀석은 겉보기에 멀쩡한 아이였지요. 이 애가 토요일에 학교를 안 나와 주말에 어떤 일인지 궁금해 집으로 여러 차례 전화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월요일 오전에서야 겨우 잠이 덜 깬 목소리의 엄마와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야, 네 담임이야. 너 토요일에 학교 가는 거였다며?”라고 하시더군요. 애가 “알았어, 간다고 그래!”하고 소리 지르는 것이 들렸습니다. 퍽 당황스러웠지만 순간, ‘이것 참! 엄마도, 아이도 우울하구만’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후에 아이 아빠가 애 중2 때 집을 나가신 후 소식이 끊겼음을 알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날 풀리면, 이 애가 엄마와 다투고 가출을 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복도에서 만났을 때 “○○야, 너 마음이 힘들면 말해라. 담탱은 꾀병도 병이라 믿는다”라고 귀에 대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교실 뒤에 가출예방 게시자료를 부착하였습니다.
---------------------- 가출하고 싶거든 체험학습 다녀오3 ^^ 그게 진짜 용기야. 혼자 여행도 못 가는 주제에 무슨 가출? 부산 태종대든 동해 낙산사든 인천 월미도든 그렇게 싸다녀봐. 학기 중에라도 힘들면 체험학습 떠나렴. 집에서 방구들 신세지거나 PC방에서 시간 죽이지 말고 외롭거든 외로움을 정면으로 들여다봐야지. 외면해선 답이 안 나와. 힘들면 떠나라, 가출 대신 여행! 담탱이 밀어준다, 아자! (가출예방 게시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