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특정부위에 따라 분리된 다중지능이론 지능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상황들 간의 상호작용의 산물로서, 개인마다 고유한 특징을 나타낸다. 그러한 상호작용이 무엇이든 간에, 교육자의 임무는 자명하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인간의 지적인 능력, 즉 지능이 작용하는 방식을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Haward Gardner(1983)는 최근까지 밝혀진 인간 뇌의 구조 · 기능과 학습의 관계에 관한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마음의 틀(Frames of Mind)’이라는 저서를 통해 구체적인 각각의 능력이 뇌의 특정 부위와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신경심리학적 접근으로서 뇌의 특정 부위의 손상에 따라 특정 능력의 장애를 가지게 되는 사례들을 통해 관련 능력이 하나의 지능으로 분리돼 있음을 검증해 지능을 정하는 준거로 삼았다. 창의성을 비롯해 인간에게 나타나는 모든 신체적 · 정신적 작용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Gardner의 다중지능(복합지능, Multiple Intelligence; MI)을 뇌기능과 관련시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Gardner가 주장한 8가지 지능의 특성을 뇌의 구조 · 기능과 관련시켜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언어 지능(Linguistic Intelligence) 언어 지능은 주로 뇌의 좌반구가 관장하는데, 유아기에는 왼쪽 측두엽이 더 많이 관여한다. 대부분의 언어적 과정은 좌뇌의 중심부위, 즉 브로카(Broca) 영역과 베르니케(Wernicke) 영역에서 일어난다. 브로카 영역은 문법적으로 유의미한 문장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며, 이곳이 손상된 환자는 단어와 문장을 이해하긴 하지만 단순한 문장이 아닐 경우 단어를 문법적으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반면 다른 사고과정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언어적 기능이나 구절을 잘 사용하고 단어 선택에서 민감하며 탁월한 언어적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시인, 수필가, 소설가, 정치가가 될 소질이 있는 것이다. 과학에서도 자신의 아이디어나 자연 현상 · 사물 혹은 실험결과를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나. 음악 지능(Musical Intelligence) 누군가가 특별한 음악적 훈련을 받지 않고도 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짧은 기간 내에 악기를 비교적 잘 연주할 수 있게 된다면 그는 음악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음악 지능은 음악적 기억력 · 창의력 · 청음력 등에 영향을 주는 지능이다. 자폐증 학생 중에 말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음악 지능은 언어 지능과는 별개의 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생후 2개월이 되면서 엄마의 자장가 가락과 음조를 구별할 수 있게 돼 음악 지능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취학연령 이후에는 기술적 측면 외의 음악능력이 발달하지 않는다. 음악 지능은 언어적 능력처럼 뇌에서의 관장 위치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일반인의 경우 대체로 우반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음악 훈련을 많이 받을수록, 좌반구의 기능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다. 논리수학적 지능(Logical-Mathematical Intelligence) 서구에서는 역사적으로 논리수학적 지능을 지나칠 정도로 중시해왔다. 한때는 논리수학적 지능이 곧 문제 해결력으로 간주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논리수학적 지능 역시 다른 지능처럼 하나의 지적 영역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숫자관계나 개념을 이해하는 수능력은 우반구에서, 수학의 부호를 읽고 만드는 능력은 좌반구에서 통제한다고 하지만, 논리수학적 지능은 여러 뇌 부위에서 관장하는 지적 능력이다. 논리수학적 지능에는 논리 수학적 기억력이나 논리 수학적 창의성, 과학능력과 산수능력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능력의 발달과정은 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이론을 그대로 적용해 살펴볼 수 있다. 논리수학적 지능은 감각동작, 전조작, 구체적 조작, 그리고 마지막으로 형식적 조작의 수준에 도달해 발달한다. 이 지능에서 뛰어나면 수학자나 과학자의 자질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논리적 문제를 포착하고 그 한계를 결정하거나 어렵고 난해한 문제를 포착하고 해결하는 것은 논리수학적 지능의 고유한 영역이다.
라. 시공간적 지능(Spatial Intelligence) 도형, 그림, 지도, 입체 설계 등의 공간적인 상징체계를 익히고, 창출하며, 그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으로서, 공간적 기억력, 공간적 창의성, 예민한 시각능력, 시각적 기억력, 시각적 상상력 등이 잘 조화되어 나타나는 지능이다. 시공간적 지능은 우반구의 후두엽이 주로 관장하지만 좌반구의 후두엽이 손상돼도 시공간적 문제의 해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반구의 측두엽이 손상되면 시각 집중, 공간적 표현과 조절, 영상적 재생과 기억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하부의 측두 신경이 시각적 자극의 물리적 속성의 부호화에 관여한다. 뇌 연구의 설득력 있는 증거에 의하면 오른손잡이의 경우 주로 좌반구가 언어 능력을 관장하고 우반구는 시공간적 능력을 관장하는데, 만약 오른쪽 뇌의 뒷부분에 손상을 입으면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얼굴이나 장소를 잘 기억하지 못하며 아주 상세한 것에 둔감해진다. 그러나 그들은 떨어진 공간력을 언어적 능력으로 보상하려고 시도한다. 아기는 대상 영속성 개념을 먼저 획득하게 되고 점차 전체적으로 시공간적 관계를 설명하게 되면서 시공간적 지능이 더욱 발달하게 된다. 그러한 능력을 잘 발전시켜 시공간적 정보의 도표적 형상을 만들어 내고 형체나 물체를 지각하며 변화나 변형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면 미술가, 조각가, 위상 수학자, 물리학자, 바둑기사 등이 될 소질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마. 신체운동 지능(Bodily-Kinesthetic Intelligence) 대뇌피질, 시신경, 기저신경질, 소뇌가 신체운동 지능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중추 신경은 몸의 반대편 대뇌피질에 위치해 있다. 즉, 오른손잡이는 왼쪽 뇌에, 왼손잡이는 오른쪽 뇌에 중추신경이 산재한다. 운동은 고도로 분화 · 통합된 수많은 신경적 · 근육적 요인을 필요로 하는 복합적인 작용이다. 어린 아기는 대근육에서 소근육의 순서로 신체가 발달되며, 이 지능에서 뛰어난 학생은 춤, 운동 경기 등의 상징체계를 잘 배우고 창출한다. 이러한 기술을 잘 배우고 빠르게 능숙해지면서 이 지능의 최고 수준인 무용수, 수영 선수, 기술자, 구기 선수, 기악가, 발명가 등이 될 수 있다. 자기의 몸을 분화시키고 목적에 적합한 표현을 능숙하게 하며 손가락이나 손의 미세한 근육을 움직이거나 대근육 운동과 기계적 부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는 것이 신체운동 지능이 작용하는 고유한 과제이다.
바. 인간 친화 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 인간 친화 지능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무엇이 사람을 동기화시키는지 알며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협동해 가는가를 아는 능력이다.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고 대인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며 그에 관한 새로운 상징체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사회적 지식을 다룰 때 작용하는 창의적인 인간 친화 지능은 동물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인간 친화 지능은 문화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인간 친화 지능에는 각 개인들 간의 차이점을 알아차리는 능력, 사람들의 기분이나 성향, 의도를 알아내는 등 여러 가지 능력이 포함된다. 이 지능의 발달 과정을 보면, 생후 2개월에는 다른 사람의 형태와 얼굴 등을 구분하고, 1세에는 낯가림을 하면서 애착을 형성한다. 2 ~ 5세에는 다른 사람의 역할을 시연해 볼 수 있게 되고, 학령기에 이르면 사회적 기능 · 지식을 배워 다른 사람의 단순한 의도와 생각을 파악하게 된다. 학령기 중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여주는 행동의 동기를 알게 되고, 위계질서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며, 상호관계를 정신적으로 조작하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타인의 숨겨진 욕망, 근심, 동기에 더욱 예민하게 되고, 사회에 대한 이해가 더욱 세분화되며, 법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게 되고 사회의 도덕원리인 정의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인간 친화 지능을 관장하는 뇌 영역은 전두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이 손상되면, 다른 지적 능력은 손상되지 않은 채로 있지만 대인관계를 맺는 성격적 측면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여기에 손상을 입으면 다른 문제해결 능력에는 지장을 주지 않지만 성격적 변화가 야기되며 종종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 치매의 한 종류인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후두엽에 손상을 입었을 때 나타나는데 공간력, 논리력, 언어적 능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 환자들은 외모가 반듯하고 자기의 실수를 알아차리고 사과도 할 수 있지만, 사회적인 관계는 수행하기가 어렵다. 치매의 다른 형태인 픽스병은 뇌의 전두엽 손상에 의해 나타나며 사회적인 관계를 영위하는데 지장을 초래한다. 인간 친화 지능에 속하는 기능들은 종교, 정치 지도자, 교사, 심리치료사, 부모에게서 고도로 정교화 된다.
사. 자기 성찰 지능 (Intrapersonal Intelligence) 자기 자신을 느끼고 자기 감정의 범위와 종류를 구별해내며, 그런 감정을 명명하고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자기 성찰 지능이 발달된 사람은 실행 가능하고 효과적인 모범으로서 자기 자신을 선택해, 자신을 위해 정확하고 진지한 삶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기 성찰 지능은 아주 사적이며 일반적으로 다른 지능과 혼합되어 나타나므로, 이 지능의 구체적 모습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즉, 음악의 곡을 통해 음악 지능이 나타나지만 음악가 중에서 인간의 내적 감정에 더 호소력을 갖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바로 그런 사람을 자기 성찰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를 느낀다는 점에서 자기 성찰 지능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지적 능력이다. 가족 중심의 동양과 같은 사회보다는 자기중심적 사회인 서구에서 자기 성찰 지능을 더 강조한다. 자기 성찰 지능에서는 전두엽의 앞쪽 부분이 중요하다. 전두엽은 성격 변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전두엽 하부가 손상되면 신경과민이나 행복증, 자아도취, 초조감 등이 야기되고, 전두엽 상부가 손상되면 무관심, 태만감, 우울증의 한 종류인 무관심 등이 유발된다. 그러나 전두엽에 손상이 있더라도 다른 인지적 지능은 대부분 보존된다. 자기 성찰 지능이 손상된 전형적인 예가 자폐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자신을 지칭하는 말조차 쓸 수 없지만, 여타의 다른 능력, 즉 음악이나 계산, 공간, 기계 영역에서는 놀라운 능력을 나타낸다. 이것으로 보아 자기 성찰 지능 역시 다른 지능과 구분되는 고유한 지적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아. 자연 친화 지능(Naturalist Intelligence) 박물적(자연탐구적) 지능은 다양한 식물 · 광물 · 동물 등을 분류하고 인식하는 능력이다. 뿐만 아니라 차나 신발 같은 문화적 산물이나 인공물을 인식하고 이들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이에 속한다. 모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어떤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것들을 놀랍게 잘 인식하고 분류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3, 4세의 아이가 어른들보다 공룡을 더 잘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 능력의 가장 대표적인 과학자로 다윈(Darwin)을 들 수 있다. 그는 생물들의 특징 하나 하나를 의미 있게 보았다는 점에서 뛰어난 인물이다. 자연 친화 지능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도 생존하는 데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화적인 증거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