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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하기

시는 압축된 언어에 인간의 가치와 정서를 농축해 담아낸다. 절제된 언어 양식인 시를 창작해 보면서 삶의 여유와 깊이를 깨닫고 밀도 있는 소통의 방식을 익힐 수 있다.

필자의 첫 발령 학교는 여자중학교였다. 남자 중 · 고등학교를 졸업한 필자에게 여학교는 동경의 대상이자 환상을 갖고 있던 곳이었다. 첫 출근 전, 아이들의 모습이 어떨까 많은 상상을 했다. 그 때 상상했던 장면 중 하나는 봄날의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서 몸을 기댄 채 시집을 읽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물론, 이러한 상상은 환상으로 끝나고 말았다. 점심시간 급식실로 질주하는 아이들과 교실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에게서 시집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시는 언제나 필자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시는 언어 예술의 정수
 시(詩)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장구한 흐름을 갖고 있다. 보통 시는 문학 장르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의미나 가치에 있어 차원을 달리한다. 서사시로 전해지는 서양의 신화와 역사는 시가 단순히 하나의 장르에만 국한되는 작은 범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는 인류 보편의 산물로 동서양의 공간과 과거, 현재의 시간을 초월해 실재한다. 형식과 구성의 차이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인간의 보편적 정서와 가치를 절제된 언어 속에 담아낸다는 점에서 같은 모습을 보인다.
나름의 구조와 음악적 리듬을 형성하고,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형상화시킨다는 점, 함축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시는 언어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시에는 인간의 의식뿐 아니라 무의식이 반영돼 있어 해석의 가능성과 깊이를 더욱 심화시킨다.
현재 학교의 문학교육에서 시에 대한 교육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시 교육은 시가 갖고 있는 상징성과 예술성, 주제의 함축성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즉, 미적 범주와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상급 학교로 갈수록 시에 대한 학습이 대부분 해석과 의미 부여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초등학교까지는 시로 자신의 마음이나 대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활동이 제시되지만 중학교 단계에서부터는 형식적인 차원으로 바뀐다. 모방 시 작성하기와 같은 활동이 단원에 따라 제시되기도 하지만 단발적인 성격이 커서 시의 감상과 창작에 얼마나 큰 흥미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하지만 시는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 인류의 보편적인 예술로 자유롭게 향유되고 창작돼야 할 중요한 대상이다. 시 창작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지금까지의 형식적인 시 교육과는 다른 차원에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시 창작 교육의 필요성을 살피고 수업에서의 실제 적용 사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시를 사랑하고 자신의 감수성을 아름다운 한 편의 노래로 만들어볼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사람으로 아이들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둔다.

시 창작의 교육적 가치
시 창작의 교육적 가치를 알아보기에 앞서 시가 갖고 있는 교육적 요소를 간략히 제시하도록 한다. 시의 교육적 요소는 다시 말해 시의 어떤 부분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1. 시의 교육적 요소
가. 운율 :
시를 다른 글과 변별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리듬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이다. 시는 산문과 달리 운율을 형성하며 낭송을 가능하게 한다. 부드럽게 천천히 낭송을 하면 시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언어 예술의 경계를 넘어 음악적 아름다움을 넘나들게 된다. 이러한 운율을 직접 만들어 보는 연습은 교육적 가치가 매우 크다. 언어 표현을 정교하게 하며,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과 표현 방법에 대해 학습할 수 있게 된다. 운을 맞춰 시를 구성하고 반복과 생략을 통해 리듬을 형성하는 방법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나. 이미지 : 시를 읽고 떠오르는 이미지는 감각과 관련된다. 언어를 통해 평면적으로 제시되지만 독자의 읽기 과정을 통해 이미지가 연상되고 입체화된다. 시를 쓰는 과정에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노력은 시 전체에서 이루어진다. 시의 속성이 대상과 감정을 형상화한다는 측면에서 심상은 시 창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언어를 통해 다른 감각을 만들어내고 구체화시키는 행위는 고도의 표현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언어 표현의 원리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다. 비유적 표현 : ‘시적이다’라는 말은 어떤 대상을 비유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경우에 쓴다. 적절한 비유는 대상을 구체화시키며 효과적인 전달을 가능하게 한다. 비유적 표현은 감수성과 깊은 관련을 가지며 대상에 대한 비유적 표현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다양한 비유의 유형을 활용해 표현하는 연습이 가능하며 각각의 비유 방식이 갖는 장점과 역할을 이해할 수 있고 실생활에 적용해볼 수 있다.
라. 함축 : 제한된 연과 행 속에 주제를 담아내기 위해 함축이 이루어진다. 함축은 단순히 글자수를 줄이는 일차적 작업이 아니다. 행간에 의미를 담아 구조화시키고 연의 구성을 통해 주제를 입체화한다. 시에서 주제는 표면적으로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감상을 통해 발견된다. 함축은 독자의 개인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시를 창작함으로써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를 하게 된다.

2. 시 창작 교육의 효과
앞에서 언급한 시의 요소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직접 시를 썼을 때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가.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 시는 언어 예술로, 창작의 과정을 통해 다른 예술의 창작 과정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술은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과정으로 감상과 창작을 통해 감수성을 신장시킬 수 있다. 감수성의 신장은 정의적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태도와 동기, 몰입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나. 세상과 삶을 관조할 수 있다 : 시 창작을 위해서는 우선 대상을 깊이 있게 바라봐야 한다. 분석과는 다른 차원의 관조가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의적 차원에서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해진다. 진지한 관조, 관찰의 과정은 대상에 대한 이해와 함께 애정을 형성한다. 특히 대상이 자신의 삶과 관련된 경우 성찰의 기회가 된다.
다. 절제된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 : 아이들은 수많은 언어 정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쓰기에 있어서도 실용적 쓰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어 정확한 정보 전달과 효율성이 강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절제된 언어 양식인 시를 창작해 봄으로써 여유와 깊이를 깨닫게 되고 밀도 있는 소통의 방식을 실생활에서 활용하게 된다.

시 창작 지도의 실제
여기에서는 정규수업 시간을 활용한 시 창작 지도 과정의 실제 사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학교급과 학급의 인원수, 수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1. 주제 선정
어떤 대상을 시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단계로, 교사의 안내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협의해 어떤 내용으로 쓸 것인지에 대해 정한다. 다양한 시의 표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포괄적인 주제를 선정한다. 학교급이 낮은 경우 추상화 과정에 한계가 있으므로 실제 경험이나 독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대상을 주제로 선정한다. 수업과 연관된 내용을 택하거나 시기상 적절한 내용을 택할 수도 있다.
 사례 -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7월에 시 창작 지도를 계획했다. 모의고사와 기말고사가 끝나 비교적 여유가 있었지만, 계속되는 바쁜 일과에 지쳐 있었다. 어떤 주제로 시를 써볼지에 대해 수업 말미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가급적 다양한 표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상적인 주제를 선정하도록 유도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인지 ‘상처와 치유’라는 주제를 선정했고 앞으로 활동이 진행될 것이라는 안내를 했다.

2. 시의 감상
모든 쓰기에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읽어야 한다. 좋은 시의 기준은 무엇인가? 다양한 측면의 접근이 가능하지만 앞서 제시한 시의 교육적 요소를 가능한 한 많이 충족하고 있는 작품이 수업에서 다루기에는 좋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감각적인 형상화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운율, 다층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함축적 시를 선정한다. 이 단계에서도 역시 아이들의 수준에 따라 시를 선정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친숙하게,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시를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례 - 운율과 함축, 이미지의 형상화가 적절히 이루어진 천상병의 <귀천>을 텍스트로 정했다.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의 연보를 통해 시인이 겪었던 고통과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으로의 시를 연관시켜 제시했다. 천상병의 다른 작품을 추가로 제시해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아니 저승에서 이승으로
새들은 즐거이 날아 오른다.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대자대비처럼
가지 끝에서
하늘 끝에서…
저것 보아라
오늘 따라
이승에서 저승으로
한 마리 새가 날아간다.

천상병(1930~1993)
그의 생애에 가장 큰 사건은 1967년 동백림사건이다. 작곡가 윤이상을 필두로 예술인들의 동독 방문이 간첩과 연루되어 있다는 조작 사건으로 천상병은 신체적 ·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된다. 그의 서정적이고 순수한 시는 상처받은 인생의 치유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시의 분석
시어에 밑줄을 긋고 의미를 쓰고 어떤 비유법이 쓰였는지를 분석하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주제의 관점에서 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낭송을 통해 어떤 운율이 형성되는지 분석하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교사가 안내를 덧붙인다.
사례 - 아이들은 <귀천>에 등장하는 ‘소풍’의 의미를 통해 세상을 낙천적으로 보았다는 의미로 분석했고 이러한 시적표현은 상처를 입었지만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잃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유추했다. 분석을 심화시키기 위해 다른 작품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찾게 했고 아이들은 ‘봄’, ‘새’와 같은 시어가 구체적인 치유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분석했다.

4. 소재 찾기
실제 시 창작의 단계로 들어가는 부분으로 주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소재를 찾게 한다. 단순히 쉬운 소재를 찾기보다는 다양한 비유를 동원하고 주제를 함축해 전달할 수 있는 소재를 찾게 한다. 소재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브레인스토밍이나 마인드맵을 활용해 찾게 한다.

사례 - 우선 자신이 갖고 있는 상처가 무엇인지 찾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을 형상화시켜 보고 한두 개의 낱말로 표현하게 했다.
A학생의 실제 활동
나의 상처 - 중학교 1학년 친했던 친구와 사소한 오해로 다투었던 기억,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아 너무 아프고 괴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 레몬 / 연두색
 
5. 창작하기
선택한 소재를 활용해 시를 창작하게 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게 쓰게 하며, 최대한 편한 분위기에서 생각하며 쓰기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어 주는 것도 좋고, 안락한 분위기의 특별실에서 쓰게 할 수도 있다. 창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는 패러디와 같은 기법을 알려주고 흥미 있게 창작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사례 - 각자 시를 쓰는 시간으로 소재의 특성상 개인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지도했다. 경음악을 틀어주고 편한 분위기에서 창작에 몰두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쉽게 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귀천>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패러디하도록 지도했다.

A 학생의 작품
소문은 언제나 그렇듯
나를 집요하게 찾아내고야 말았다. 귀를 막으면 막을수록 더 예리해진 채
내 살갗을 파고들었다.
그때는 무조건 피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아픔은 내 나무에 옹이가 되지만
그곳에 또다른 연두가 돋아난다는 것을
연두는 자라 샛노란 레몬을 달게 한다는 것을
레몬향이 퍼질 때면
모든 고통은 사그라든다.

6. 함께 나누기(시평)
창작 후 자신의 작품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게 한다. 학급 분위기에 따라 이러한 방식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이름을 밝히지 않고 교사가 낭송해 주는 방식도 효과가 크다. 교사가 적절한 평을 더해주고 아이들이 작품에 대한 평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개인별로 자신의 작품을 보관하게 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나눌 수 있게 한다.
사례 - 상처와 치유에 대한 내용을 실명으로 공개하는 것이 다소 부적절할 수 있다는 판단에 작품을 수합한 후 직접 낭송해 주었다.
A의 작품을 들은 아이들은 상처의 상황을 시각적 심상과 후각적 심상을 적절히 활용해 치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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