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말 교육부의 체벌 금지 지시가 있었는데 그때 교육현장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악동이 있는데도 체벌을 하지 않고 훌륭한 학생지도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교사는 위선자가 아니면, 도를 닦은 교사이거나 신통력을 가진 교사라고 평가했다. 또 ‘사랑의 매’까지 들지 못하게 하는 것도 교권(?) 침해라고 했다. 과거의 사례를 재론하는 이유는 2010년에 서울 ・ 경기 ・ 강원 교육청의 체벌금지 시행 후에 나타난 교사의 반응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무기력한 교사가 되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문제 학생 지도를 위해서 교육자로서 정열을 기울이지 말아라, 무사안일한 교사가 되라는 것이다. 체벌금지 조치는 난장판인 교육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서울 명문 여대의 교육학 교수는 사대에 진학해서 교육학을 배워보니 매가 아닌 방법으로도 학생지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초 ・ 중 ・ 고교 교사들만 모르는 것 같다는 고백을 했다고 한다. 또 학생 체벌을 하는 교사의 태도를 보면 이성을 잃고, 체벌을 시작하면서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진다고 한다. 학생에 따라 차이를 두며 교사가 특별히 싫어하는 학생에게 더 심하게 체벌한다고도 한다.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과 독일, 영국, 태국도 학생 체벌을 일부 한다. 보수적인 영국은 그동안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해왔으나, 2010년부터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는데 그 이유는 교권 회복과 엄격한 훈육은 교육의 책무라는 인식 전환과 각성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학생 체벌은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일 만큼 장단점이 있다. 절제된 체벌은 필요하다는 교육계와 교사, 학생의 정서를 고려해 체벌의 단점은 시정하고 장점은 살리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기회에 실현가능한 학생 체벌관련 논란의 해법을 제안한다. 첫째, 체벌정책을 수립할 때 교육학계에서 설득력 있게 제안되고 있는 체벌 찬 ・ 반론을 반영한다. 둘째, 교육계에서 체벌 지침과 같은 해법을 입안할 때, 법원의 학생 체벌 관련 판례를 반영하면 교권과 학생의 인권 보호가 가능하다. 셋째, 체벌의 절차적 정당성(Procedural justice)을 존중하면서 체벌을 허용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반영한다.
넷째, 학교에서 체벌이 성행하는 이유와 조건을 제거하는 대책을 추진한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직전 교육에서 학급경영 기술과 방법에 대한 소양을 보다 강화시켜 교단에서의 학생지도 역량을 제고시키면 치기어린 청소년들을 제대로 통솔할 수가 있을 것이다. 다섯째, 교육학(예 : 교사론)에서 개발, 응용하고 있는 교사 효율성 훈련(TET) 프로그램이나 ‘당신도 유능한 교사가 될 수 있다’는 교사자질 향상 프로그램을 각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시 ・ 도교육청 교원 연수원에서 진행한다. 여섯째, 초 ・ 중 ・ 고교에 상담전담 교사를 증원, 배치해 이들이 체벌 대상일 수 있는 학생들의 거칠고 치기 어린 문제 행동을 예방, 치료, 상담하는 등 심리치료 교육에 역량을 발휘하면 체벌 없는 교육 환경 조성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체벌이나 처벌 대상일 수도 있었을 초 ・ 중 ・ 고 학생들 중에 학문적(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이나 아동이상심리학)으로 정신발달장애로 지목되는 불행한 학생들이 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정서 ・ 행동 ・ 성격 장애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 그리고 위기에 처한 청소년(at-Risk Youth)1) 등 제도권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도록 보호하고 지켜주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여덟째, 귀한 내 자녀가 학교에서 체벌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가정에서부터 반듯하게 자라도록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훈육하자. 자식 농사를 학교에만 맡기지 말고 부모가 나서야 한다. 가정에서 부모에게 순종하면 학교에서 교사에게도 순종한다. 내 자녀 이기주의, 과잉보호만 있고 제대로 된 가정교육이 실종된 오늘날 야수같이 거친 청소년들의 생활지도에 교사들은 너무 힘들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동과 청소년 시절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 것인지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 자녀 훈육을 학교에만 일임하고 부모는 방관자가 되어서는 성과를 거둘 수가 없으므로 부모와 교사가 협력하여 그 몫을 분담해서 개입해야 한다.
아홉째, 교사보다 더 크고 힘센 남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여교사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열번째, 교사의 체벌을 금지하더라도 학생 체벌의 상위개념인 처벌권, 훈육권은 인정, 허용하는 것이 교육적이다. 학생의 잘못된 행동(Misbehavior)을 엄히 문책하는 것도 교육의 책무이다. 잘못된 행동을 온정주의로만 다루면 그 학생에게 도움이 안 된다. 어른 사회에서도 상벌기제가 작동한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교육계의 산적한 많은 중요한 문제들 중에서 학생 체벌 문제는 교육감의 4년 임기 중에서 긴급하게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교육 현안은 아니라고 본다. 교육에서 학생과 교사는 경중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중요한 인적 자원이다. 그런데도 학생 위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있다.
체벌 금지조치로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에 따른 교사의 역량이 약화되고 교실붕괴가 심화되는 상황을 과도기적 현상으로만 판단하고 방치할 것인가.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무서워하는 학생 무서움증이 교사에게 나타난다고 하지 않는가. 체벌을 하지 않고도 학생지도가 가능하지만 학교 교실 상황은 이상적인 유토피아가 아니다. 1) 우울증과 불안, 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 학대받는 아동, 이혼한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청소년들, 소년가장, 물질 오・남용에 중독된 청소년, 미혼모, 가출청소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