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해 교육가족 여러분에게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를 외람되나마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교육은 ‘자율’과 ‘경쟁’을 기본 가치로 삼고 선택이 가능한 교육체제를 구축해 가야 합니다. 우선 ‘자율’과 ‘경쟁’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2년이 다 되어도 ‘자율’과 ‘경쟁’은 허울뿐이고 단위학교의 자율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당국의 실질적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교육당국은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해 놓았다고 하고 서울시교육청은 ‘고교선택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이들 모두 자율과 경쟁이 실질적으로 마련되었다고 수긍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여전히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 제한되어 있고, 경쟁을 미덕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가 성숙되지 못한 듯합니다. 또 학교의 입장에서 자율에 따르는 책무성을 지게 하려면, 학생선발권과 프로그램 편성권 등이 주어져야 하지만, 여전히 당국의 규제와 간섭을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예컨대, 여러 형태의 특목고와 자율형 고등학교의 선발을 추첨에 따른다는 조치는 이들 학교의 설립목적과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앞서 ‘선택이 가능한 교육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실제로 선택이 가능하려면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되어야 하고, 자율적인 판단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우리의 사고가 경직되지는 않았는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일생을 같이할 배우자를 국가기관이 배정해 준다면 어떨까요? 이러한 정책은 과거 봉건적 전제군주시대에도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혼만큼 중요한 학교선택을 교육당국이 ‘배정’하는 현행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추첨배정에 의해 전형을 실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른바 평준화 정책을 놓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많은 분들이 평준화 정책이 평등을 실현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며 중학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은 사실과 명백히 다릅니다. 제가 조사한 것만 보아도 서울의 8학군(강남구, 서초구)의 서울대학교 신입생 수가 1학군(동대문구, 중랑구)보다 12배 많습니다. 평준화 정책으로 오히려 불평등이 조장되지는 않았나를 심층 검토해야 합니다. 평준화 지역의 중학교 재학생이 사교육을 받지 않는가 하면,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새해에는 이제까지 평준화 정책에 대한 ‘보완’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자율과 선택의 차원뿐만 아니라 교육 경쟁력 제고의 차원에서도 그러합니다. ‘선택’을 논제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선택이 가능하려면 책무성을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지금 교원평가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지난해에 교총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결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교원평가를 수용하겠다는 교총의 대다수 회원과 회장단의 결단에 많은 국민들이 성원과 지지를 보낸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물론 교총 회원들 사이에서 다른 의견이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만, 거시적이고 대국적인 안목에서 교원평가를 적극 수용해야 합니다. 그냥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든지 하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실질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노력이 새해에도 교총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부연하자면, 교원평가를 따로 떼어놓고 보지 마시고, 학교평가, 학교장평가와 연계한 일종의 패키지(Package) 형태로 하면 평가에 대한 저항도 줄고 객관성과 타당성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경인년은 우리 교육 가족들이 중요한 ‘선택’을 하는 해입니다. 여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교육감을 함께 선출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교육감을 선출하는 데 제가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교육 가족이나 일반 학부모를 포함한 유권자께서 너무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고 교육감을 선택하셨으면 합니다. 예컨대,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하자는 주장은 당장 가계비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연간 약 3조 원 이상의 국가재정이 소요됩니다. 2010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300조 원이 조금 안 됩니다. 무상급식이 과연 타당한 정책인가에 앞서 결국 다른 교육예산을 대폭 줄이거나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입니다. 신년을 맞이해 자율과 경쟁, 그리고 선택이 가능한 교육을 지향하는 예지가 모든 교육가족에게 피어났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