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의 학교컨설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학교컨설팅 활동을 통해 학교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학교컨설팅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적절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컨설팅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컨설팅의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이재덕 | 서울 난우초 교사, 한국학교컨설팅연구회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명칭의 컨설팅 활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업컨설팅’, ‘학교컨설팅’, ‘교육컨설팅’, ‘컨설팅 장학’, ‘교수학습 컨설팅’ 등의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컨설팅은 시 • 도교육청 또는 민간 차원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지원 활동의 중심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다(진동섭 • 홍창남, 2006).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활동 가운데 학교컨설팅의 개념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것들을 실천 과정에 반영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그러므로 학교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 학교컨설팅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컨설팅의 개념을 파악하는 중요하다.
학교컨설팅의 개념 학교컨설팅은 학교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 일정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학교와 구성원들의 요청에 따라 제공하는 독립적인 자문 활동으로서, 경영과 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며, 문제 해결 과정을 지원하고, 교육훈련을 실시하며,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인적 • 물적 자원들을 발굴해 조직화하는 일이다. 학교컨설팅의 개념에는 목표, 주체, 과업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학교컨설팅의 목표 학교컨설팅의 목표는 학교가 자생적 활력을 함양하여 교육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는 학교와 학교 구성원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둘째는 학교가 스스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내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며, 셋째는 학생들이 다양하고 풍부한 학습 자원을 접하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넷째는 학교가 사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가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학교컨설팅의 주체 학교컨설팅의 의뢰인은 학교와 학교 구성원으로서, 개인 수준, 팀 수준, 혹은 학교 전체 수준에서 의뢰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의뢰인은 단위 학교의 교원이다. 더 나아가 교사 소집단, 학부모, 행정 직원, 사립학교 재단 관리자, 단위 학교 전체, 교육 전문직, 시 • 군 • 구교육청 및 시 • 도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도 학교컨설팅의 의뢰인이 될 수 있다. 학교컨설턴트는 의뢰인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라면 누구든지 될 수 있다. 학교컨설턴트는 학교와 학교구성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또는 경험(내용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학교와 학교구성원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 관한 지식이나 기술 또는 경험(방법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학교컨설팅 관리자는 학교컨설팅의 전반적인 과정을 관장하고, 학교컨설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한다. 관리자는 의뢰인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컨설턴트를 섭외해서 의뢰인과 컨설턴트를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의뢰인이 자신의 문제를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컨설턴트를 직접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학교별, 지구별 혹은 교육청별로 학교컨설팅을 관장하고 총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PAGE BREAK] 학교컨설팅의 과업 학교컨설팅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문제의 진단, 대안 수립, 해결 과정 지원, 교육 훈련, 자원의 발굴 및 조직 등이다. 이러한 과업들은 일련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고, 하나하나가 상황에 따라 독립적인 컨설팅활동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문제 진단은 의뢰인이 갖고 있는 문제나 앞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는 과제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분석하고, 그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며, 대안 수립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이다. 진단 도구를 활용해 보이지 않던 학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학교구성원들 간에는 서로 밝히지 못할 사실도 제 3자인 컨설턴트에게는 쉽게 털어놓으므로 문제의 원인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대안 수립은 진단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개발하여, 이 중에서 최적의 것을 의뢰인에게 제시하는 활동이다. 대안을 수립할 때는 컨설턴트가 진단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방법부터 의뢰인이 스스로 대안을 찾도록 돕는 방법까지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학교컨설팅의 또 다른 과업인 해결과정지원은 제시된 대안에 따라서 의뢰인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해결 방안이 이론적으로는 잘 세워졌다고 하더라도, 실제에서는 여러 난관에 부딪혀 실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실질적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면 컨설턴트는 실행을 위한 적절한 시나리오를 작성해 실행 절차를 구체화하고, 학교의 실제에 맞게 융통성 있게 대응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 훈련은 강의,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서 학교 구성원 혹은 의뢰인에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식, 기술, 정보 등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컨설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교구성원이나 의뢰인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있을 경우 시행되기도 하고, 별도의 컨설팅 과업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자원의 발굴 및 조직 역시 학교컨설팅의 중요한 과업으로서 앞에서 마련된 대안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발굴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활동이다. 그동안 학교를 도울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산재되어 있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학교컨설팅은 학교 구성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발굴, 선별, 조직해 이들을 상호 연결해줄 뿐만 아니라 교원들 스스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원을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학교컨설팅의 영역(대상) 학교교육은 크게 교수 • 학습 및 생활지도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활동 영역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학교경영 영역으로 나뉘는데, 이 두 영역 모두 학교컨설팅의 대상이 된다. 교수 • 학습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은 ‘수업컨설팅’이 되고, 생활지도를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은 ‘생활지도컨설팅’이 되며, 학교경영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은 ‘학교경영컨설팅’이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학부모나 지역사회와 관련된 활동들도 학교컨설팅의 대상이 된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의 업무 가운데 학교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는 장학이나 평가 활동 등이 학교컨설팅의 대상이 된다.
학교컨설팅의 활용 방안 요즘 교육계는 학교 운영의 자율 확대, 학교 선택제, 정보 공시제 등으로 격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학교들이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학교컨설팅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학교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 학교컨설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누구보다도 학교 경영자인 교장에게 중요하고도 시급한 질문일 것이다. 학교컨설팅을 현장에서 활용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PAGE BREAK] 학교컨설팅 의뢰인 되기 학교경영자는 중장기발전방안 계획 수립, 특성화고등학교 추진을 위한 학교 진단, 전문계고 학과 개편, 기숙사 운영 방안, 효과적인 의사결정 방안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학교컨설팅을 의뢰할 수 있다. 이런 과제를 의뢰하면 연구원과 교원 가운데 해당 과제의 전문가가 컨설턴트가 되어 학교를 진단하고 대안을 설정하며, 실행을 지원해준다. 학교구성원이 전문가를 직접 찾아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적당한 컨설턴트를 직접 찾기 어렵다면 한국학교컨설팅연구회(schoolconsulting.net) 같은 자생단체에 요청할 수도 있다. 한국학교컨설팅연구회는 학문적 연구, 컨설턴트 양성, 메타컨설팅, 강연 등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직접 다양한 학교컨설팅을 하고 있다. 단위학교가 의뢰인이 되어 한국학교컨설팅연구회에 의뢰할 경우는 연구회 홈페이지에서 의뢰서를 다운받아 작성하고, 홈페이지의 컨설팅 신청 게시판에 올리거나 담당자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학교컨설팅을 의뢰할 때 유의할 것은 학교 구성원들 간에 특정 주제로 컨설팅을 받자는 합의가 미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컨설팅 수행 과정 중에 갈등이 발생해 컨설팅 수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학교컨설팅 비용은 과제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무료부터 3000만 원까지 있다. 기간은 과제에 따라 3개월부터 6개월 정도 걸린다. 요즘은 학교선택제의 시행으로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가 구분되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교육의 질을 개선해 선호학교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학교들에는 학교컨설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새 정부 들어 자율학교, 전원학교, 기숙형 공립학교 등 새롭게 시행되는 정책으로 학교현장은 더 많은 자율권을 갖게 되었고, 더 많은 재정을 지원받고 있다. 이런 학교들도 학교컨설팅을 통해서 학교 현황을 진단받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대안으로 제안받는 것이 필요하다. 2009년 7월 30일 중앙일보에는 ‘학교도 이제 컨설팅시대 - 효과 있네’라는 제목으로 경기 파주 문산제일고와 몇 개 학교의 컨설팅 소식이 실렸다. 문산제일고는 주위 학교와 비교하면 비교적 우수한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특목고나 여건이 좋은 대도시로 우수한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이재덕 • 허은정, 2009). 문산제일고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력신장을 위한 기숙사 운영방안’ 컨설팅을 한국학교컨설팅연구회에 의뢰했다. 이 컨설팅에서는 교장, 교감, 교사, 학생, 학부모 등 학교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면담 및 설문조사로 진단을 실시했고, 전국의 기숙사 운영 우수학교를 대상으로 사례를 조사했다. 진단과 사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컨설턴트와 학교구성원들이 모여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학교가 당면한 문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해서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학교컨설팅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컨설팅 관리자 되기 학교경영자는 교사들이 수업 기술이나 생활지도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할 때 지원해주는 학교컨설팅 관리자가 될 수 있다. 연구부장이나 수석교사가 학교컨설팅 관리자가 돼 컨설팅활동을 총괄할 수도 있다. 컨설팅 관리자는 교내 • 외에서 컨설팅을 수행할 만한 전문가를 조사해 명단을 작성하고, 교사들에게 홍보한다. 교사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를 학교컨설팅 관리자에게 의뢰하면, 관리자는 과제에 적합한 컨설턴트를 찾아 의뢰인과 연결해준다. 그리고 컨설팅이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시간, 장소, 재정 측면에서 지원을 한다. 컨설턴트는 학교 내에 있는 교원 또는 다른 학교 교원이나 외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컨설팅 관리자가 되어 단위학교 내에서 컨설팅을 총괄할 때는 의뢰인의 자발성과 의뢰인과 컨설턴트 간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자발성이란 의뢰인의 자발적 요청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요한 경우 학교컨설턴트나 관리자가 의뢰인에게 먼저 다가가서 학교컨설팅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의뢰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권유를 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반드시 의뢰인이 하도록 해야 한다. 독립성이란 의뢰자와 컨설턴트가 위계적 관계에 있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컨설턴트가 평가자의 위치에 있다면 의뢰인이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잘하는 면만 내보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11월 23일 자 한겨레신문에는 ‘선생님들 스스로 업그레이드 나섰다’라는 제목으로 서울반포중학교 소식이 실렸다. 단위학교가 주도적으로 학교컨설팅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었다. 반포중은 수석교사가 관리자 역할을 맡았고 연초에 학교컨설팅 연수를 실시했다. 연수 이후 컨설팅관리자는 전교 선생님들로부터 의뢰서를 받고, 의뢰과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컨설턴트를 주위 학교나 상담센터 등에서 섭외했다. 주요 의뢰 과제를 보면 영어독해 지도법, 수업자료 제작법, 부적응 학생 지도법, 흡연 학생 지도법, 효과적인 과학 논술 지도법, 감상수업을 위한 자료제작 및 편집법 등이다. 컨설턴트와 일대일로 만나서 과제를 해결한 교사도 있고, 교과별로 또는 유사한 과제별로 팀을 구성해 컨설팅을 받은 교사도 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단위학교 내에서 학교컨설팅 관리자가 되어 수업 및 생활지도 영역에서 교사들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채워주는 데 학교컨설팅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PAGE BREAK] 학교컨설턴트 되기 의뢰인의 과제만 해결해줄 수 있다면 누구든지 컨설턴트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컨설턴트로 활동해 볼 것을 권한다. ‘내가 과연 컨설턴트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교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원들은 자신의 전공영역에서 이미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경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다만 학교와 학교구성원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 관한 지식이나 기술은 별도로 학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컨설턴트 양성과정 직무연수를 수강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서울대 중등교육연수원과 부산대 교육연구소는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학교컨설턴트양성과정을 마련해 현장의 교원, 전문직, 교수 및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직무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양성과정 이수자들은 기수별로 자치조직을 구성하고,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거나 학교컨설팅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현재 교육청 차원에서 운영하는 컨설팅 조직에 소속돼 활동하는 교원들이 매우 많다. 또한 사적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전수해주는 많은 교사들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컨설턴트로서의 자질을 연마하게 되는 것이다. 컨설턴트의 진정한 실력은 컨설팅수행과정에서 터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위에 있는 교원들을 도우면서 자신의 전문성과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을 더욱 신장시킬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학교컨설팅의 개념과 활용방안을 알아보았다. 학교컨설팅의 개념은 학교컨설팅을 학교컨설팅답게 실행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학교컨설팅을 활용한다는 것은 컨설팅을 의뢰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리자가 되어 단위학교 내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일을 왕성히 일어나도록 하는 것과 직접 컨설턴트가 되어 자신의 전문성을 나눠주는 것도 포함한다. 이런 일들이 교원들과 학교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 바로 ‘새로운 교육개혁’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