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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진흥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

현재 우리 사회는 사립학교에 대해 중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즉, 사립학교가 그동안 ‘보다 많은 교육’을 제공하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기 때문에 용도 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늘어난 ‘보다 좋은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그 족쇄를 풀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해방 이후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 •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에게 사립학교는 매우 친근한 존재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는 일반 사람들에게 사립학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특수한 계층의 사람들만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대개 1~2개의 사립학교는 다녔을 정도로 사립학교가 많다. 현재도 중학생들의 10명 중 2~3명, 고등학생은 5명 정도, 대학생은 8명 이상이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다닌 사립학교에 대해 긍정적이고 좋은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이고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근래에 만들어진 영화들 가운데 사립학교와 그 재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들이 제법 있는데, 하나같이 사립학교가 부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보면 사립학교는 정말 고마운 존재로 다가온다. 구한말에는 국가보다도 민간이 먼저 근대학교를 수립해 개화 구국에 앞장섰고, 나라가 망해가는 상황에서도 뜻있는 선각자들은 사립학교를 세워 나라를 지키고자 했다. 나라를 잃은 일제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족 지사들은 사립학교를 세워 국권회복을 위한 근대적 인재를 길러내고자 했다. 또한 광복을 되찾은 이후에도 국가가 학교를 세울 여력이 없었을 때 민간에서 사재를 털어 학교를 세워 교육을 보급하는 데 앞장섰다. 그 결과 많은 국민들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이러한 교육의 보급 덕택에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달성하고 민주화를 이룩할 수도 있었다.
위 두 가지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부분적으로 보면 사립학교의 운영을 둘러싸고 부정과 비리도 있었다. 그러나 그 원인은 사립학교 운영자 개인에게도 있었지만, 더 크게는 사립학교법에 의해 구조화된 부분에 있었다. 즉,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법을 보면 학교 설립자에게는 기부하고 봉사할 의무만 있을 뿐, 학교경영을 자율적으로 할 수도, 학교경영 통해 누릴 수 있는 합법적 이익도 일체 인정되지 않는다. 그 결과 교사를 채용하거나 운영하는 과정에서 온당치 못한 관행들이 생겼고, 그것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묵인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또한 학교를 세운 설립자가 물러난 이후, 2세 혹은 3세로 경영권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그 가족들 간에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요소들이 부각돼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사립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또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측면도 많다. 사립학교의 부정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캐고 홍보해 ‘문제 사학’으로 만들어 관선이사를 파견하고, 자신들이 사학을 장악한 후 특정 이념을 재생산하거나 세력 형성의 기반으로 삼고자 하는 경우도 많았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는 부분적으로 부정이나 비리를 범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교육의 보급과 발전을 통해 국가 및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광복 이후에는 국공립만으로는 팽창하는 교육수요에 부응할 수 없었던 ‘보다 많은 교육(More education)’을 공급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런데 부분적인 문제만을 부각해 그 존재를 위협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원래, 사립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에 응하기 위해서이다. 즉, 사립학교가 선택되는 것은 국공립학교가 양적 혹은 질적으로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을 때이다. ‘보다 많은 교육’을 요구하는 양적 수요는 국공립의 공급이 부족한 경우에 발생한다. 반면에 ‘보다 좋은 교육’(Better education)을 요구하는 질적 수요는 국공립학교에서 제공하는 보편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질 높은 교육을 요구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 의해 생성되고, 일반적으로 국민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증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는 사립학교에 대해 중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즉, 사립학교가 그동안 ‘보다 많은 교육’을 제공하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기 때문에 용도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늘어난 ‘보다 좋은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그 족쇄를 풀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사립학교법을 폐지하고 사학진흥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은 사립학교가 ‘보다 좋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교육선진화를 달성하는데 사학이 앞장서겠다는 결의이다. 다시 한 번 사학이 우리나라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대답해야 한다. 노(No)인지, 예스(Yes)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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