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ee - 정혜림 | 경기 용인 이현중 교사 수석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이현중학교 교사 정혜림입니다. 저는 이제 교직에 들어 온 지 4년밖에 안 되는 햇병아리 교사인데 벌써 교직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학생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하루하루 보내는 저를 발견하곤 많이 놀랐습니다. 공부하기를 너무 싫어하고, 말 안 듣고, 선생님을 속이고, 서로 헐뜯고 욕하고 싸우는 모습들만 부각되어 짜증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일에 저도 짜증과 화를 내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수업시간에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학생들을 심하게 야단치고 교무실에 데려와 반성문까지 받았습니다. 다음 시간부터 한 번만 더 떠들면 복도에 나가 무릎 꿇고 앉아 있게 하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너무 심하게 야단친 것은 아닌가. 그 학생들에게 화풀이를 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며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되는 것인가요? 화가 날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조건 참아야 합니까? 왜 이렇게 자주 분노가 올라오는 것일까요?
--------------------------------------------------------------------------- Mentor - 이준원 | 경기 성남여고 수석교사 정혜림 선생님의 메일을 받고 나니 선생님의 하루가 눈에 선합니다. 많은 수업시간과 과중한 업무, 그 속에서 개구쟁이 중학생들과 부딪치며 고군분투하시는 선생님. 오늘의 교육 현실은 우리 교사들에겐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선생님에게는 학생들을 받아 줄 수 있는 마음의 폭이 있습니다. 이것을 ‘교사의 수용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몸과 마음이 지쳐 있거나 처리해야 할 업무에 중압감을 느낄 때에는 학생들의 행동을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의 폭이 좁아져서 수용성이 작아지게 되고 그에 따라 분노가 많이 올라오게 됩니다. 이럴 때는 적절한 휴식과 운동을 통한 기분 전환이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의 수용성이 커지면 분노를 표출하는 횟수가 적어지고 수용성이 작아질수록 분노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교사도 사람입니다. 사람은 여러 환경과 인간관계 속에서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노를 표현하며 살아갑니다. 단지 참고 누르며 숨기느냐, 크게 폭발시키느냐 아니면 좋은 방법으로 분노를 풀어 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교사는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분노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학생들도 상처받지 않는 방법으로 분노를 표현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감정을 꾹꾹 눌러 참고 숨기거나, 애매하게 표현하거나, 과도하게 폭발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마음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선생님의 마음을 알 길이 없습니다. 학생들과의 관계만 불편하게 될 뿐입니다. 선생님의 분노를 학생들에게 적절히 표현하거나 다스리는 좋은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I-Message 를 잘 쓰는 것입니다. I-Message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그 학생의 ‘어떠한 행동’이 선생님의 마음에 어떻게 분노를 일으켰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학생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네가 ~ 할 때면 선생님은 ~ 하단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해줘야 합니다. ‘사실’만을 정확하게 표현해야지 그 학생의 평소 태도나 성격 등 과거의 일들까지 비판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한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나 인격적인 문제까지 언급되면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을 받아들이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의 분노는 더 커지고 그 학생과의 사이에 악순환이 계속 될 것입니다. 반드시 선생님을 분노하게 한 그 사건만 구체적으로 전달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그 학생은 선생님이 지적해 준 그 행동만 고친다면 선생님의 분노가 가라앉을 것이며, 선생님과의 관계가 다시 좋아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적극적으로 행동을 바꾸려고 할 것입니다. 학생들은 흔히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식하지 못하고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훈련 받지 못해 그저 자신이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했을 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이 선생님들에게는 불편하고 분노를 일으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선생님은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에서 학생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확대해석하게 됩니다. ‘고의적으로 선생님을 화나게 하려고 그렇게 했다’는 식으로 말이죠.
둘째, 학생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경청해줘야 합니다. 선생님이 장시간 훈계를 하거나 윽박지르는 말로 지도해서는 안 됩니다. 선생님의 이런 말을 들으면 학생에게 부정적인 감정에너지가 전달됩니다. 그러면 그 학생은 입을 다물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저항하고 때로는 더 화를 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학생의 이런 행동을 보게 되면 선생님은 분노가 생기게 되고 그 감정이 그 학생에게 다시 전달되게 됩니다. 그러므로 학생에게 문제가 발견될 때 선생님이 분노를 터뜨리면 선생님의 불편한 마음이나 학생에게 바라는 내용은 전달되지 않고 오히려 상대 학생은 자신을 심하게 비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따라서 “선생님은 너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는 해석 밖에 할 수 없게 되고 마음이 얼어붙고 정상적인 관계를 이어가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런 학생들은 소극적일 때에는 늑장을 부린다거나 수업에 무관심하게 되고 선생님에게 협조하지 않게 되며 적극적일 때는 반항하게 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학생에게서 문제가 발견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적극적으로 그 학생의 문제를 경청하고 피드백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급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학생들과 여러 가지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전학생이 오히려 선생님에게 “이 학교는 전에 다니던 학교보다 너무 안 좋아요. 그 학교 학생들은 참 착했는데…”라고 불만을 말했을 때 선생님이 그 학생의 문제를 지적하고 설득하려고 한다면 그 학생의 진정한 문제를 찾아내지 못하게 되고 그 학생은 이해받지 못한다며 계속 선생님과 학생들에 불만을 품은 채 생활할 것입니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며 “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구나”라고 피드백해주면 그 학생은 자신의 문제를 계속 선생님에게 터놓게 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적극적 경청과 피드백’이라고 하는데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러한 과정 하나하가 선생님의 분노를 줄이고 학생의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셋째, 분노가 자주 일어날 때는 ‘분노일지’를 써 볼 것을 권합니다. 분노일지를 작성하면 선생님 자신의 분노 촉발사고(觸發思考)속에 나타나는 주제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선생님의 분노 패턴을 아는 것은 선생님을 괴롭히는 사고(思考)들을 인식 •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분노의 마음을 다스리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노일지’를 작성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분노 이전에 존재했던 최초 감정을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이 밀려 있어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든지, 좌절된 욕구가 있었다든지 하는 내용을 기록합니다. 2. 분노유발상황을 기록합니다. 선생님의 분노를 유발시킨 불쾌한 사건을 간략하게 적으면 됩니다. 3. 분노촉발사고를 기록합니다. 분노를 촉발시킨 생각을 기록하면 됩니다. 4. 분노지수를 기록합니다. 선생님이 느꼈던 분노의 정도를 반영하는 0부터 100까지의 숫자를 적습니다. 0은 분노 없음, 100은 선생님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정도입니다. 5. 선생님이 분노에 반응하여 실제로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 기록합니다. 6. 분노가 나에게 미친 영향을 적습니다. 선생님이 느낀 감정과 분노의 결과로 발생한 일을 중심으로 -10부터 +10까지 그 영향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선생님의 분노에 대해 정서적이고 객관적인 결과를 간단히 적습니다. 7. 선생님의 분노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6번과 같은 방법으로 짚어보면 됩니다.
선생님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 • 학습 방법이나 기술보다는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관계 형성’입니다. 그 관계가 잘 형성되고 가르치는 일에서 참된 의미를 발견하게 되면 하루하루의 학교생활이 활기차고 기쁨이 넘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질문하신 학생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분노’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훈련을 필요로 합니다. 말씀드린 방법을 잘 이용하고 스스로 노력하신다면 분명히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