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ee 허지윤 | 강원 원주 대성중 교사
봄날의 미풍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새 학기를 준비하는 나날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께 ‘가르치는 자의 기쁨’을 배운 허지윤입니다. 선생님을 처음 뵌 때는 4년 전 교생실습 기간이었습니다. 제 삶의 방향을 교직으로 정하고, 처음 아이들을 만난 때였지요. 그때 학생과 교사의 중간 위치에서 모호함도 느끼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고 가치 있는 소명인가를 배웠습니다. 선생님은 교직에 대해, 그리고 웃음 속에 배움이 느껴지는 국어수업에 대해 제게 많은 교훈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생실습의 체험은 늘 생생한 현재 진행형으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 후 강원 원주 대성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꿈과 포부를 펼치고 있습니다. 맑은 눈망울을 가지고 잘 커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요즘 한 가지 의논드리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요, 바로 국어수업에 대한 고민입니다. 교실에 들어가서 떠드는 아이들을 가라앉히고 수업준비를 시키는 데 시간이 걸리고, 학생들의 흥미을 유발하거나 관심을 유도하는 부분이 다소 어렵게 느껴집니다. 45분 동안 열심히 수업하며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하는데, 학생들이 그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따라왔는지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생깁니다.
며칠 전에는 아이들과 맛난 음식을 먹으며 제 수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수업 준비를 많이 하고 열심히 수업을 한다는 예의형 칭찬도 있었지만, 배운 내용을 다시 요약 ․ 강조해 주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좀 더 늘려달라는 정중한 요청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교수 ․ 학습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수도 받고 자료도 만들었지만, 좀 더 실질적인 조언과 충고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많이 바쁘시겠지만, 수업을 위해 고민하는 젊은 교사의 열정에 응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
Mentor 강용철 | 서울 경희여중 교사 안녕하세요. 허지윤 선생님!
교육실습 기간에 따뜻한 미소로 아이들을 보다듬어 주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지난달 강원도교육연수원에 출강하며 뵈니,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듯 연수에 열중하시더군요. 열심히 정진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멘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더 교직생활을 경험한 선배로 몇 말씀을 전합니다.
‘수업’은 교사가 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좌우명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수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선생님의 고민은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합니다. 저도 새 학기를 준비하며 올해의 수업을 계획하고 더 좋은 수업을 위한 방법을 늘 연구합니다. 수업연구에 대한 도전과 그에 따르는 노력은 당연한 교사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각종 자료를 이용한 적극적인 동기유발

중학교 교실에 들어가면, 망토를 두르고 책상 위를 날아다니는 학생도 있고 친구들과 음식물을 공동분배하며 동물적인 배고픔을 해소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 학생들을 정숙 지도하고 교과서를 준비시키는데 3~4분이 소요되더군요. 고등학교의 경우도 책상을 베개 삼고 체육복을 이불삼아 자는 학생들을 깨우느라 수업 초기의 시간을 투자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 초기에 적극적인 동기유발을 통해 학생들에게 미리 수업을 준비하는 마음을 심어줍니다. 예를 들어 수업종이 울리면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거나 수업과 관련 있는 짧은 영상을 보여주어 학생들의 눈과 귀를 자극 합니다. 테마별로 정리된 EBS 지식채널이나 유의미한 내용을 담은 감동플래시 등 영상자료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또한 수업 주제를 담은 사진이나 간단한 퀴즈를 제시해,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유도하지요. 예를 들어 칡과 등나무가 얽혀있는 사진을 통해 ‘갈등’의 뜻을 알려주거나, 에셔의 <천사와 악마> 그림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동기를 유발 시킵니다. 또한 곧바로 학습주제를 칠판에 적고 진행하기 보다는 선문답형 질문으로 학생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베니스의 관광자원’이라는 주제라면 “사람들이 왜 베니스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지 아니?”라고 질문을 던지는 경우이지요. 이렇게 학생들은 수업 동기유발이 잘된 수업을 받으면 수업에 대한 교사의 열정을 느끼고 수업 준비를 위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합니다.
수업 말미에 수업내용 확인 필요
선생님의 학창시절을 반추해 보실 때, 어떤 분이 수업을 잘 하시던가요? 한 시간 내내 조금의 여유 없이 속사포를 발사하시듯 말씀하시는 선생님, 입의 양쪽에 침 거품 방울을 뽀글뽀글 만드시며 수업하시는 선생님이었나요?
물론 이 분들이 가장 열심히 수업하신 분들이지요. 하지만 무조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서 수업 받는 학생들이 모두 그 내용을 소화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과식한 학생도 있고, 소식한 학생도 있고, 단식한 학생도 있을지 모릅니다.수업을 진행하실 때에는 지난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Review), 이번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Preview), 왜 하는지(Objective)를 알려주면서 지식과 내용을 전달했으면 합니다. 수업을 마무리할 때에는 새로운 내용을 더 나가기보다는 배운 내용을 정리, 강조하고 다음 수업과의 연계성을 알려주시는 편이 좋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수업의 마지막에 “질문 있습니까?”라는 메아리 없는 외침형 질문을 하기보다는, 배운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을 던져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만드셔야 합니다.
자신의 수업을 스스로 평가해보길 이번 학기에는 교실 뒤에 카메라를 설치해 허 선생님의 수업을 찍어보셨으면 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캠코더 영상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서 얼굴도 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화면을 보니 제 말이 얼마나 빠른지, 아이들에게 질문한 후 기다리지 않고 설명했는지 등을 스스로 깨닫게 되더군요. 더불어 수업에서 중요한 학생과의 눈 마주침이나 동작 및 동선 등 비언어적인 의사소통까지도 살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평가하여 발전시키는 것도 자기장학의 한 전형이라 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이미 느끼신 문제의식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한 소양을 갖추셨다고 봅니다. 전문적인 교과지식과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교수법, 그리고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늘 상기하시면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견지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전달자의 역할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지식과 정보를 찾도록 하는 촉진자 · 격려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을 많이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고문’과 ‘고무’는 한 끝 차이라는 점을 떠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