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교 교육과정 중의 수련활동 행사 책임자로 설악산으로 수련활동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학년부장으로 480명 정도 학생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있었지만 2박 3일을 가정과 학교를 잠시 잊을 수 있다는 것으로 설레었다.
학교장에게 신고를 마치고 버스에 오르니 학생들은 그다지 신이 난 표정들이 아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출발을 했는데 그 이유를 수련회 마지막 날 알게 되었다. 수련회 활동 중에 마지막 날 ‘사제 통감’코너에서 학생은 교사에게 교사는 학생에게 원하거나 서운했던 것을 목소리 높여 외치는 시간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제발 선생님 그것만은 말아 주십시오’라는 타이틀로 외치기 시작했다.
1. 선생님 제발 수업시간 꽉 채워서 수업하지 마세요. 우리가 얼마나 답답한지 아세요? 5분이나 10분 정도 여유시간을 주세요. 선생님들도 꼼짝 않고 50분 수업 들어 보세요. 몸이 얼마나 뒤틀리는지 장난이 아니에요! 2. 선생님 제발 저희가 좀 졸더라도 내버려두세요. 조금만 졸게 해주세요. 밤 12시가 넘어 잠들고 새벽 일찍 일어나서 오잖아요. 피곤해 죽겠어요! 3. 선생님들! 너무 수업내용에 치중한 나머지 재미없게 하셔서 막 졸려요. 제발 졸리게 수업하지 말아 주세요. 특히 5교시는 졸려 미칠 것 같아요. 저희들 존다고 야단치지 마시고 조금씩은 웃겨주세요. 4. 쭛쭛쭛선생님!! 매번 수업시간마다 수업 열심히 하면 10분 일찍 끝내 준다고 하셔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수업 종치잖아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학생들의 외침이 끝날 때마다 쳐대는 박수소리와 학생들의 환호성은 설악산을 삼켜버릴 정도였다. 교사들도 함께 웃고 있었지만 “그래 너희들 두고 봐라”하는 마음이었다. 이제 교사 차례가 되었다.
1. 너희들 수업시간에 조금만 잔다고? 한 시간 내내 자서 깨우면 인상 쓰고 안 일어났잖아. 제발 그러지 마라. 진짜 기분 나쁘다. 그리고 자는 학생들 그냥 두라는 말이니 선생님이? 2. 너희들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애들만 예뻐하고 차별한다고 하는데 너희들도 선생님들 차별하잖아. 예쁜 선생님 처녀 총각 샘들만 좋아하고. 나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봐!! 너 ○○○! 내가 오라니까 도망가고 ○○○ 선생님이 부르니까 쪼르륵 달려가고. 그럼 안 되지!! 3. 선생님들이 재미있게 수업하려고 노력하는지 아니? 선생님들도 밤낮 교재 연구에, 업무에, 힘들어! 니들이 그 맛을 알아? 그리고 수업과 상관없는 질문들을 그렇게 많이 하니? 그러니까 수업 분량 못 채워서 종 칠 때까지 수업한 거지!!
교사도 까르르, 학생들도 박장대소, 이렇게 수련활동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숙소로 돌아오며 출발하는 버스에서의 학생들의 밝지 않았던 얼굴의 이유를 알게 됐다. 학교 일정상, 수련원 예약 때문으로 어쩔 수 없이 중간고사 바로 직전에 잡았던 수련활동이 학생들에게 많은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교사들의 가벼운 5월에 비해 학생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학교를 옮겨 그때의 학생들을 만날 수 없고, 수련활동을 함께할 수는 없지만 5월이 되면 절규하던(물론 분위기도 있었지만) 학생들의 목소리가 쟁쟁 울린다. “얘들아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