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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쇼핑을?

월급날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 통장잔고는 바닥을 치는 건지…. 카드사 두세 곳에서 카드대금 나가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우는 소리하는 사람들 참 많이 있죠. 저 역시 그 중 한 명 일겁니다. 버는 건 크게 나아지지 않는데 카드 대금은 왜 상승곡선을 그리고 쭈욱쭈욱 올라가는 건지. 울적할 땐 그저 뭔가 하나씩 장만하는 게 최고의 처방이 아닌 줄 알면서도, 지름신에 지배당하는 신자본주의 쇼퍼홀릭(Shopaholic·쇼핑에 중독된 사람) 진단서.

‘사 버린다’의 메커니즘이 당신을 휘감을 때

한 20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죠. 장보러 마트에 들렀다가 신상품인데 특가 30% 해준다기에 예정에도 없던 등산바지 하나 사버렸고요, 다음 달 휴가 가는 동료 면세점 쇼핑 간다기에 따라 나섰다가 나만 빼고 다 쓰는 것 같은 D사의 화이트닝 라인 화장품을 그냥 질러버렸고요,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쓰러져 TV를 켰는데 홈쇼핑에서 멋진 모델들이 자동복부운동기기를 몸에 감고 나와 뱃살을 빼는걸 보니 저게 바로 내게 당장 필요한 물품인 것 같아 10개월 무이자로 신청했더랬죠. 출근해서 메신저에 로그인 해보니 평소에 좋아하는 E브랜드의 스카프세트가 금일선착순 100개 한정 반값 세일을 한다는 팝업창이 뜨는데, 그냥 넘어갈 리 없었죠.

이 일은 30대 중반 워킹걸 B 선배의 실제 얘기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일주일 만에 70만 원을 ‘지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카드고지서가 날아오는 익월 5일이 되어서야 자신의 만행에 대해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녀는 우울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는 분기별 결산 즈음에, 이런 대형 사고를 친다는 걸 알게 되었다죠.

지르면서 ‘업’되는 나의 가치? 보상심리 작용설
B 선배 말고도 둘러보면 주변엔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쇼핑의 방법도 다양해져 물건을 사는 것 말고도 충동적으로 연간 헬스이용권을 끊는다거나, 해외여행상품을 1회 클릭으로 구매해 버린다거나, 공부도 하지 않을 값나가는 영어교재를 카드 일시불 결제 해버리는 등의 계획 없는 소비로 이어지기도 하죠.

이 쇼핑 중독은 흔히들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뇌 속의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호르몬의 수치가 떨어지면 우울증이 도지곤 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물건을 사게 되고, 이때 비싼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보상심리가 작용하게 된다네요. 뭐 학설은 이러하지만 사실 한 줄로 요약하면 ‘내가 돈 벌면서 이 정도 사고 싶은 것도 하나 못사?’라는 감정이 평소보다 ‘파바박’하고 강해지면서 잦아지면 알코올이나 마약중독보다 무섭다는 쇼핑중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름신을 떼어내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구매하려는 시점에서 하루 정도 미루는 것도 처방 중 하나라고 합니다. 온라인에선 장바구니에만 담아놓고 창을 닫는 다든지, 오프라인에선 일단 찜 해두고 다른 매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 말이죠. 허나 여기에도 부작용은 있습니다. 하루가 지나서 정작 사려고 하면 그 찜해 놓은 물건이 없어지거나 매진되는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어 버린다는 거죠. 쇼퍼홀릭 친구 최 양은 그게 더 스트레스라고 합디다. 그러면서 지름신 금지처방도 라이프스타일이나 성격에 맞춰 따라가야 한다네요. 최 양은 극심한 우울감에 빠져 지름신을 남발하려는 찰나에 ‘이런 거 말고 더 좋은 걸 사자’라는 자기주문으로 극복을 한답니다. 그간 본인의 지름구매행태 분석결과 정말로 별 필요 없는 문구용품이나 생활용품을 온라인으로 잔뜩 구매하고는 카드고지서를 받아보고 때늦은 후회를 수만 번 했다는군요. 그래서 차라리 지르고 싶을 땐 고가의 전자제품을 기웃거리는 게 낫다고 강추합니다. 물론 이외에도 ‘50% 할인’, ‘한정판매’, ‘1+1’ 등 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도 지름신에 대항해 갖춰야 할 덕목이라 하겠지요.

어찌됐든 보는 것으로 즐기거나, 적절한 수준의 쇼핑은 우울한 기분을 날려주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어느새 계절의 여왕 5월이 되었군요. 이번 달은 내가 아닌, 고마운 분들을 위한 합리적 쇼핑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받는 사람이 즐거워할 것을 상상하며 어울릴 만한 선물을 고르는 쇼핑의 재미는 선물하는 사람의 특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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