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교육이 대증요법이라면 공교육은 보약처방이라고 할 수 있고, 입시교육이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라면 공교육은 ‘수박 재배식’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자체에서는 고장을 떠난다고 지금 당장 대증요법을 쓰지 말고 먼 훗날을 내다보고 보약처방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
교육은 상식적 안목에서 지적 안목 형성으로의 변화를 의미하며, 지성인을 육성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목적인 미래지향적 활동으로써 치열한 국제 경쟁 사회에서 국가 흥망의 원동력이다. 수박 농사를 짓는 아버님을 도우며 원두막에서 글짓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주렁주렁 열린 수박을 따서 차에 싣고 아버지와 함께 시장에 나가 팔아본 경험이 있는 중학생이 막상 수박에 관한 시험문제에서는 0점을 맞았다. 그러나 학원에 다닌 도심지 학생은 “박과에 속한 1년생 덩굴 풀”이라고 암기해 100점을 맞았다는 픽션이 있다.
이것은 시골 학생은 상식적 안목에 머물고 도심지 학생은 지식이 암기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본질수업을 전개하여 질적 평가를 실시하면 도심지 학생은 0점이고 농촌 학생은 100점이 될 것임에 분명하므로 수업과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입시교육은 칠판에서 수영과 논술 그리고 영어를 가르치고, 도덕과 수학 그리고 과학 교육이 전개되고 필기시험에서 100점만 맞으면 실력이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공교육은 수영장을 찾고, 논술지도에 앞서 다독부터 시키며, 원어민 수업을 전개하고 도덕적 논의를 시키며 수학이나 물리학 그리고 철학을 하도록 한다. 즉, 자기 주도적 지식 구성학습으로 스스로 지적 안목을 형성하게 한다. 그러므로 학교에는 과학실과 도서실, 어학실, 정보실, 실습실 등이 존재한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목적과 방법이 다르고 평가가 다르다. 사교육이 명문대 입학을 목적으로 학습문제(시험문제)를 제시하고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는 개념, 원리, 법칙을 다양한 방법으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면 학생들은 앉아서 주의 깊게 듣고, 이해된 내용을 암기해서 시험문제가 나오면 기계적으로 대입(代入)해서 푼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 훈련이며, 학교에서 방과 후에 개인차에 따라 이해력과 기억력 신장을 위한 보충학습을 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따라서 입시교육은 테니스는 교사가 하고 학생은 구경하고 있는 모습에 비유되기 때문에 비정상적이라고 평가되고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라 혹평 받고 있다. 또한 입시교육은 학생들의 이해력과 암기력, 단순 사고력이 신장되지만 타율, 암기, 경쟁을 학습하기 때문에 공교육에서 추구하는 인간상(건강, 자주, 창의, 도덕)과는 정반대의 인간이 육성될 수가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특히 대학에 들어가면 강의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기초교육을 받아야 하며, 취업 후 또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를 두고 교육적 낭비라 질타하고 입시 지향적 교육행태를 망국적 병리 현상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지금 각급 학교 교실에서는 미국 등 선진 국가처럼 교사가 학습목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학습문제를 선정(수준별 학습을 위해)하고 스스로 인터넷, 도서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여 가설(아이디어 창출)을 설정하고 협동으로 실험, 관찰, 성찰, 토의, 조작 등을 통하여 스스로 개념, 원리, 법칙을 구성시켜야 한다. 즉 학생들이 학문을 듣고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 지식 구성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혁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과학적 탐구력과 창의력이 신장되어 학생의 삶과 대학을 포함한 평생학습에 필요한 수학 능력 신장은 물론 자주성과 도덕성(협동성), 창의력이 육성되고 학습량(많은 문제 풀이 연습)이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확보된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건강관리와 논술의 기초가 되는 독서와 인성의 요인이 되는 사회성, 정서 함양 등 사람다운 사람 육성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입시교육이 대증요법이라면 공교육은 보약처방이라고 할 수 있고, 입시교육이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라면 공교육은 ‘수박 재배식’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자체에서는 고장을 떠난다고 지금 당장 대증요법을 쓰지 말고 먼 훗날을 내다보고 보약처방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지방 고등학교를 명문 고등학교로 만들어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을 길러 놓으면 이들이 오히려 부모님과 고향을 생각하고 취직도 잘하고 고향에 남아 창의적 사업을 일구어 고향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물론 개인차에 따라 어떤 학생은 명문대학에 들어가 지도자가 되겠지만 그것만이 성공은 아니며 교육의 본질적 목표는 지도자가 되기 전에 우선 사람다운 사람을 육성하는 일이다. 그리고 인재의 현대적 의미도 낙제생이었지만 발명왕 에디슨과 같이 인성과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이거나 소프라노 조수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야구선수 박찬호 등과 같이 예·체능이 탁월한 사람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필자가 지방에서의 지도자(군수, 의장, 군 의원, 사회단체장 등)의 특성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명문대학 출신이라기보다는 애향심과 사회성, 도덕성, 협동성과 같은 인성과 창의성이 탁월한 인격자, 즉 교육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에 부합된 민주시민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 사회는 공무원, 회사원은 물론 자영업자까지도 학벌보다는 인성·창의성이 우수한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사회 환경이 그렇게 조성되어야만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치열한 국제 경쟁사회에서 국가가 생존할 수 있다. 근래 지방자치단체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공 기관이 사적 목적 실현을 위한 입시교육을 조장하는 부적절한 행정으로써 국가백년대계를 저해하는 오점을 남길 수가 있다. 따라서 공교육은 현행 법제도와 같이 전문기관인 교육청에 위임하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부족한 예산을 확충하여 적극 지원함으로써 본질적 수업을 통한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슬기로움 교실수업 및 평가 방법의 혁신에 대한 계속적인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