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작은 누구에게나 항상 설렘으로 다가온다. 입학, 첫 출근, 첫 데이트, 결혼, 이사 등 모든 새로운 시작은 기대와 희망, 그리고 막연한 불안감으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중에서도 3월은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을 설렘으로 잔잔히 흥분시키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올해로 교직생활 30년을 맞는 필자에게도 3월은 역시 설렘의 계절로 다가온다. 이번에 강의에 들어올 학생들은 어떤 학생들일까, 어떻게 하면 새 학기를 좀더 재미있고 알차게 보낼까 등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1학기를 시작하게 된다. 기대와 설렘으로 3월을 맞는 것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기 초가 되면 항상 필자를 긴장시키는 것은 학생들의 강의평가도 아니요, 성과급도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얼마나 존경과 신뢰의 대상으로 다가갈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이란 선생님을 존경하고 신뢰할 때만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교육이란 학생들이 선생님의 권위를 인정하고 수용할 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학생들이 신뢰와 존경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강의는 한낱 학점을 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필자는 학생들의 평가대상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지 평가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난해는 교원평가와 관련하여 교육부와 교원단체 간의 갈등이 다른 어느 때 못지않게 심각한 한 해였다. 교원평가 논란의 핵심은 무슨 내용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냐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평가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고 평가의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교사평가의 주체로 처음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포함되는 것으로 논의되다가 교장, 교감과 동료교사로 한정된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교육부는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여 교육에 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교사에 대한 평가주체로 학생과 학부모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평가의 대상으로 인식될 때보다는 존경과 신뢰의 대상으로 인식될 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얻을 수 있는 이점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권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은 우선 교사 자신이 노력해야 할 측면과 교육부나 사회, 그리고 학부모가 노력해야 할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교사가 권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이 교육적인 면에서 전문성이 있어야 할 것이며, 솔선수범으로 학생들에게 본을 보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교사가 가질 수 있는 실질적인 권위이며, 권위의 내재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교사가 교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가르치는 일에 정통하고, 애타적인 동기에 의해 학생들에게 봉사하고 헌신한다면 학생들은 선생님을 동일시 대상으로 여기고 신뢰하고 존경함으로써 선생님의 권위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선생님의 권위가 한층 더 인정되기 위해서는 교육부나 사회, 그리고 학부모 등 주위에서도 선생님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교육부는 제도적으로 교사들의 사회적 지위를 강화해주고 경제적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어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선생님을 존경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며, 방송이나 매스컴은 사회적으로 선생님들을 존경할 수 있는 풍토 조성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교사가 예뻐서라기보다는 선생님들을 그렇게 존경하고 신뢰해야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생님을 평가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존경의 대상으로 인식할 때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를 통해 얻는 이점들이 그대로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이 3월에 교사들도 선생님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각오를 새롭게 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며, 교육부도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고심하여 정책을 개발해야만 한다. 아울러 학부모들도 진정으로 내 자녀들을 생각한다면 내 자식만을 잘 지도해주길 바라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하며, 특히 자녀들 앞에서 선생님을 비난함으로써 선생님의 권위를 허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학년 초만 되면 경쟁적으로 촌지문제 등을 부각시켜 교사 전체를 매도하는 매스컴도 자성할 필요가 있다. 선생님, 그들은 평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존경의 대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