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오전 7시부터 순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인문학 강좌가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있었다. 안찬수 강사(시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는 ‘책 읽기, 도서관, 지역사회’라는는 주제로 인도의 독립운동가요 정치가인 간디의 힌두스와라지를 화두로 하여 자치, 독립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핵심은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주인이 될 것인가. ‘책을 읽어라’ 가 아닌 우리가 주체가 되어 ‘책을 읽는다’이다.
이어 우리 나라가 지방자치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진정한 자치가 이뤄지고 있는가를 질문으로 이어갔다. 이러한 문제는 책 읽기와 무관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우리가 질문하는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 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책을 읽을까요?’라는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래 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왜 우리는 대학을 가는가’에서 당혹스러운 대목을 봤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회의 폐막 기자 회견장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만 질문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그런데 기자 회견장을 가득 메운 한국 기자 중 어느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한국기자의 질문이 없어 결국 기회는 중국 기자가 가져갔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두려움 앞에 패기와 열정을 잃어가는 사람들, 더 이상 치열하게 사고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많은 한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 보고 교육의 혁신을 이루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한국이 지목되는가 하면, 모든 사람들이 선만의 대상인 변호사, 의사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사례로 지난 16일 미국 대형 법무법인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는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를 고용해 법대를 갓 졸업한 초보 변호사가 하던 일을 맡게 했다. 로스는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으며, 1초에 10억장의 문서를 검토할 수 있다. 아마존은 AI인 ‘알렉사(Alexa)’가 적용된 주방용 로봇과 비서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구글은 AI가 쓴 연애소설을 최근 공개했다. 그림을 그리는 AI ‘딥드림’은 추상화를 그려 그중 29점을 지난 2월 9만7000달러, 한화로 약 1억1600만원에 팔았다. 멀지 않아 인간이 담당하던 정보수집, 검색, 분석, 이를 통한 결론 도출 및 비교적 깊이가 낮은 사고력을 이용한 분야는 모두 AI의 몫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학교는 ‘질문 없는 학생’을 키워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미 있었다. 정부, 국가기관 등의 간담회에서는 이른바 ‘사전 질문지 작성’이 성행하고 있고, 기업 최고경영자의 조찬 모임이나 국제 콘퍼런스 행사장에선 토론 없는 생명력 잃은 발표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상이다. 진정한 인재는 자기가 던지는 큰 질문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하여 답사하고, 독서하고 훈련하는 자세를 몸에 익히는 것이다. 이런 해답을 찾아가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인재이다.
인간이 AI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기계를 이길 수 있는 건 집약적 정보 검색, 분석을 뛰어넘는 파괴적 상상력과 영성적 직관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 사고하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나리오 없는, 살아 있는 토론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인간을 능가하는 스마트한 기계를 통제하기 위해선 알고리즘화 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간의 사고력이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서가 필수이다. 결국 그런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 많은 나라가 미래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한국의 미래는 사고력의 싸움에서 결정이 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