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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이 가을에 좋은 추억을 만들면

두 살이 된 손자 녀석이 추석명절이라며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와, 신나게 놀아야겠다.”고 외쳤다. 어린 눈에 창문 너머로 놀이터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은 달팽이까지 찾아내어 "달팽이가 있다." 면서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의 눈에 놀이터가 비쳐서 놀겠다는 생각이 정확한 감동의 말로 표현된 것이다. 이전에 놀이터를 경험해 보지 않고 처음 만났다면 결코 이러한 감동은 표현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 어린 녀석에게 과거의 경험과 시각이 작용하여 핑크 빛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같은 언어 표현도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인간에게는 기쁨이라는 감정이 먼저 찾아온다. 우리는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감탄하고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열매를 보면서 곧장 스마트폰을 꺼낸다. 그러나 이렇게 찍은 사진은 본질이 아니다. 내 마음에 일어난 기쁨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물을 보면 망막에 비친 것은 허상에 불과하며 이를 지각하고 감정이 먼저 움직인다. 이때 어떤 사람, 어떤 사물, 어떤 사건이 우리 시선에 의미있는 것으로 경험될 때 감정이 움직이게 되면서 관심의 다발이 되어 축적 된다. 그래서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것들은 사실상 제대로 느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좋은 경험의 축적은 감동을 만들기에 소중한 것이다.

소중했던 시간들, 그리고 힘들었던 기억들은 이렇게 우리 안에 하나도 빠짐없이 감정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그러면서 시간 속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면서 어떤 기억들은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지기도 하고, 강하게 자극받은 감정들은 어떤 좋은 기회를 만나면 삶의 에너지로 전환이 된다.

그런가 하면 불쾌한 기억들은 다시 회상할 경우 슬픔을 되새김질 하게 되거나 후회로 괴로워한다. 이러한 삶의 반복 속에서 매사에 너무 일희일비하면 피곤하기에 뇌는 자기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게 되면서 무감각, 무감동의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이는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좋은 감정을 되살리는 일, 그리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의미를 내 마음 속에 채우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이다. 이 가을에 흠뻑 젖고 싶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삶의 추억도 기쁨도 설렘도 이 가을에 듬뿍 담아 가을에 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같은 추억은 독서일수도 있고 여행일수도 있으며 다양한 삶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가을은 짧지만 가을의 추억은 길다는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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