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애야, 네가 엊그제 광양여중을 졸업한 것 같은데 벌써 고 3이 되고, 2016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1차 원서접수가 이달 9일부터 시작되는구나 원서접수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시점인데 진학할 곳은 결정이 되었는지 궁금하단다. 지난 번 편지에서는 공부의 의미를 찾아보라고 했었는데 기억이 나는지? 이번에는 수시 주요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서류평가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수험생이 직접 작성해야 하는 자기소개서에 대해 학부모, 학생들이 관심이 매우 높구나.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높은 학생부 종합전형은 ‘사람이 사람을 뽑는 전형’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서류와 면접평가를 통해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점수 위주의 정량화 된 평가를 벗어나 학생이 지닌 삶의 과정과 체험을 폭넓게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험생이 이룬 결과에서 벗어나 과정을 보겠다는 취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네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자신의 활동과 성취만을 나열하는 자기소개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것이다. 그리고 의사가 되겠다. 물리학자가 되겠다. 제2의 빌게이츠가 되겠다 등이 아니라 "에이즈 병을 해결하겠다, 핵융합을 하겠다, AI에 감정을 접목시키겠다 등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과 같은 것은 나쁜 사례에 해당한다. ‘국어와 수학 과목은 모두 1등급을 받았으며 교내 독서 감상문 대회와 수학 경시대회에서도 각각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서는 수학 경시반 활동을 했습니다. 2학년 때부터 했고 친구들 6명이 수학 선생님과 공부했습니다.’ 이글을 봐서는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가 드러나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수학경시반에서 배운 내용은 무엇인지, 여기서 배운 수학적 사고를 어떻게 응용했는지를 밝혀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수학경시반 활동이 문제 풀이보다는 수학의 원리와 기본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고, 수학과 관련한 다양한 독서활동은 수학실력의 깊이를 더해 교내 수학경시대회 은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자기소개서는 맥락을 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일관된 관심사는 무엇이었는지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활동만을 나열하는 자기소개서만큼이나 피해야 할 자기소개서는 활동 내용의 특징이 없이 자신의 감상만을 적는 자기소개서다. 이같은 것은 주로 교내 활동이 부족했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저지르는 잘못이다. 독서활동이나 관련 동아리 활동뿐만 아니라, 교사에게 심화개념을 질문하거나 친구의 공부를 도와주면서 배우고 느낀 점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 이때 지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와 관련된 활동을 중심으로 적어야 한다. 봉사활동의 경우에는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한 활동을 적어야 한다.
수험생 대부분은 천편일률적인 교내 활동 속에 다른 학생과 차별되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여길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를 좋아하는데 이를 자기소개서에 적어도 될까요?” “만화책을 가장 좋아하는데,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써도 될까요?”라고 활동보다는 취향을 중심으로 자신의 개성을 설명하려는 학생들도 많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학과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소재로 활용한다면, 좋은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다.
‘경제학 동아리를 만들어서 공부를 시작하자 일상생활에서 제가 좋아하는 일들도 경제와 연관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와 경제활동이 연관돼 있더군요. 해외축구에서 이적시장이 열릴 때면 구단 간에 선수 거래를 하고, 이렇게 영입된 선수가 어떻게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구단의 가치가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며 경제활동에서 합리적 선택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습니다.’ 처럼 연관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내용은 평소 경제학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는 점을 해외축구 시장과 연관 지어서 설명했는데 학생 자신의 개성이 잘 드러났다.
자기소개서에서 수험생 자신의 자질과 학업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성장과정을 연대기로 구성하는 것보다는 고교 기간을 중심으로 배움과 전공선택과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유리하다. 단지 좋은 문장을 의식해서 여러 사람이 첨삭하기보다는 자신의 문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의외로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에서 많이 하는 실수로는 정치적 종교적 색채 드러내기나 인터넷에서 검색한 내용 그대로 인용하면 이를 거의 알게 되며,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요인이므로, 다 쓴 자기소개서도 꼼꼼하게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제 너무 긴장하지 말고 네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차분하게 정리하여 네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꼭 이루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