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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고속 성장과 고속 승진 좋은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는 짧은 기간에 양적인 면, 물질적인 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발전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사회의 안정적 발전과 성장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역할을 잘 감당하는 조직이 바로 기업이다. 기업의 창조가 없이 청년들의 창업만으로 사회의 지가속적 성장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창업에 대한 마인드를 가르칠 필요가 높아진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가 길러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 기업가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게 만든 땅콩회항 사건은 젊은이들의 의식구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 외국에서도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조현아 파문’에서 민낯을 드러낸 일부 재벌 3, 4세의 특권의식과 안하무인 행태는 어디에서 왔을까. 창업 2세대만 해도 어린 시절 창업자인 부모의 고생을 지켜본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3, 4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들만의 성’에 갇혀 왜곡된 선민의식에 젖을 위험성이 높다. 다만 행동을 더 조심하고 예의를 지키는 3, 4세도 있어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금물이다.

얼마 전에 어느 그룹의 ‘오너 3세’ 고위 임원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30대였던 그가 동석한 훨씬 연상의 임원에게 하는 말투는 대체로 반말이었다. 그날 일을 전해 들은 후배들의 반응은 이랬다. “그 정도면 비교적 ‘양질’입니다. 임직원을 머슴 다루듯이 대하는 총수 자녀도 있는데요.”라는 것이다. 이런 태도로는 선진 기업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 30대 그룹 오너 3, 4세 임원 32명이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3.5년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간기업에서 대주주인 총수 자녀가 빠르게 승진하는 것 자체만을 놓고 비난을 퍼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과 세상을 잘 모르는 젊은 3, 4세를 너무 일찍 고위직에 앉히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내가 만난 재일동포 기업가는 자기 아들이 손자에게 밑바닥 일부터 시키는 그 모습이 지독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를 아들에게 하자 정작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일을 배울 때 더 험한 일부터 하였다는 것이다. 세상 일은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일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너무 빠른 고속 성장이 위험을 가져오듯 고속 승진도 결코 위험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마땅히 경험해야 할 것을 경험하게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땅콩회항 사건을 계기로 한국 재계는 총수 자녀의 경영 참여나 초고속 승진과 관련해 귀중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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