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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진정한 배움이 오는 길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는 명제가 있듯이 인간의 삶에는 고통이 따른다. 이같이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석가모니 부처는 여덟 가지로 정리했다. 생(生), 노(老), 병(病), 사(死), 즉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 애별리고(愛別離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 원증회고(怨憎會苦),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거나 살아야 하는 괴로움. 구부득고(求不得苦),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 오성음고(五盛陰苦), 색(色)과 수(受)와 상(想)과 행(行)과 식(識)의 오음(五陰)에 대한 탐욕과 집착이 번성함으로 인한 괴로움이다.

성인들은 저마다 성인이기 이전에 일단은 천재이며 그것이 말씀의 무게에 날카로운 디테일이 빛을 발하는 까닭이다. 비근한 예가 부처가 말한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거나 살아야 하는 괴로움’으로, 언뜻 빤한 소리 같지만 정작 엄청난 집중력이 아니고는 빼먹기 딱 좋은 항목이 아닌가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고통과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거나 살아야 하는 고통 중 더 가혹한 고통은 어느 쪽일까?

모든 괴로움의 뿌리에는 상황에 휘둘리는 인간의 변덕이 있다. 내가 나를 포함한 인간을 모독하는 것은, 사랑이 쉽게 부패해 미움의 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 속에 거울을 가지고 있다. 그 거울로 말미암아 자신의 결점과 여러 약한 곳을 확실히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거울을 향해 개와 같은 짓을 일삼고 있다. … 자기를 향해 짖든지 물어뜯는다”고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배움의 장(場)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이 보아야 하는 거울이다. 그러나 이 거울 자체를 깨진 거울이거나 아직 어린 것으로만 치부해버린다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배움은 나 자신이 본 내가 아니라 타인을 통하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자각할 필요가 있다. 국가 안에는 많은 조직이 존재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 공공적인 일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은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관리하는 공적 교육기관을 비롯하여 수없이 많다. 플라톤은 갈파하지 않았는가. “국가도 인간과 다를 것이 없다. 국가도 인간의 가지가지 성격에서 만들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과 미워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하는 고통 중 더 가혹한 고통은 어느 쪽일까? 인생이 정말로 무서운 까닭은 사랑했던 사람이, 사랑한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사랑할 것만 같았던 사람이,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이, 때로는 같은 목표를 향하여 함께 가야하는 사람이, 심지어는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어느새 미워하는 사람으로 버젓이 변해 있어서다. 나의 거울인 당신 안에는 어떠한 어둠이 담겨 있을 것인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서로의 거울에 깃든 어둠을 어떻게 닦아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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