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전환점이 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과연 어느 시기일까?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상당수는 20대라는 사실에 공감하는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 사람에게는 각각 어떤 특별한 연령대 밖에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사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작은 불꽃같은 것이다. 주의 깊고 운 좋은 사람은 그것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커다란 횃불로 키워내 생을 밝히며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청소년기의 감성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확실한 방향을 잡고 현실을 토대로 살아가는 20대에 축적한 문화적 경험들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자양분 삼아 살아간다는 이들이 많다. 그 시절에 접했던 음악이나 책, 영화가 각별한 것은 경험의 주체가 ‘20대의 나’였기 때문일 것이다.
20대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예전에 들었던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하지만 삶이 팍팍해짐으로 돈을 버는 일이 일생일대의 과제가 된 ‘어른’들은 경제활동 이외의 것들에는 도무지 심드렁하다. 일상이 지루한 소설처럼 전개되다 보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어도 거기에 접붙일 경험이 부족하다.
이처럼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도 젊은 시절 학생운동에 환멸을 느끼고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에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방황하는 내 인생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역사 속의 인물, 바로 마키아벨리였다. 그가 내게 준 가장 큰 영향은 역사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기를 변화시키고 그것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무라카미의 말처럼 삶이 지치지 않고 충만해지려면 청춘 시절에 얻은 불꽃을 다듬고 키워 횃불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20대에 얻은 불꽃에 마음이 쏠려 불꽃을 횃불로 만드는 일에 소홀한 게 아닐까. 삶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길다. 그리고 깊은 것임을 느끼게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