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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황의 방한이 교육계에 남긴 과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갔다.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교황 방한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고, 또 무엇을 남겼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전세기 안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았다. 방문 둘째 날이었던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사' 직전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는 자리에서 선물 받은 이후 행사 때마다 달던 리본이다.

교황은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교황은 리본을 계속 착용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누군가 내게 리본을 떼는 게 중립적이라고 말했지만, 저는 "큰 고통 앞에서는 누구도 중립적일 수 없다"고 했다. 또 "희생자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 고통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며, "내 위로의 말이 죽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없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그분이 떠나가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일상은 어떤 것인가? 또다시 그 냉혹한 현실에 짓눌려, 아파하는 사람을 외면하고, 지켜야 할 가치를 내팽개치고, 가야 할 길을 못 본 체하는 그 일상, 남을 이겨야만 내가 잘살게 된다는 그 일상이 아닐런지! 우리는 이제 무엇이 변화되어 우리 주변 사람들과 동행하고 교육할 것인가를 이번 교황의 "큰 고통 앞에서는 누구도 중립적일 수 없다"는 언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특히 교육이 변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이 변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이 사회 구성원이 다양하다. 경제적 합리주의 세계관을 가진 집단, 회의주의 혹은 공산주의 세계관을 가진 집단, 자본주의 세계관을 가진 집단, 최근에는 절대적인 진리와 가치를 부정하고, 각자의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바를 인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세계관을 가진 집단, 유교적 세계관을 가진 집단,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집단등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가치를 가진 만큼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집단들이 섞여 살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한 마디로 함축한다면 "학교란 아이들이 그들 자신에 대해, 그리고 세계에 대해, 그 세게 속에서 그들의 위치와 임무에 대해 배우게 되는 사회적 기관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가진 성격은 상호 배타성을 가지고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종교적으로 복합적인 문화에서 공교육의 목표를 설정하여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세대간의 의사소통, 상호이해, 그리고 사회적 목적에서 심각한 차이를 나타내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교황의 메시지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를 원했다. 하지만, 교황은 명확히 실천하는 사랑을 보여주었고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깨어 있으라고 당부했다. 교황 방한의 직접적 목적은 순교자들의 시복과 아시아 청년대회 참가였다. 그럼에도 그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순교자들이 찾았던 새로운 세계, 그들이 목숨 바쳐 이루고자 했던 평화와 정의가 흐르는 세상이 옳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미래 세대를 대표하는 젊은이들에게 자본주의의 새로운 독재가 가난과 약자의 죽음을 일상화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우리를 야만으로 몰아가는 이 시간에 그러한 모순과 야만을 넘어서는 평화와 정의,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라고 권유하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근대 세계의 폐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던 아시아에, 제국주의의 피해를 남김없이 겪었던 분쟁의 땅 한국에서 말이다. 그래서 그는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연대의 세계화를 역설한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교육은 통상 학교 또는 학교 시스템을 위한 교사 혹은 교육과정 설계자들의 세계관에 대한 교화(indoctrination)라고 할 수 있다는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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