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아침 6시에 인천공항으로 집결하여 2시간 55분의 비행시간 후 도착한 쿠시로는 일본 동부의 관문이다. 동부지방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항구 도시이며 안개의 도시로 알려졌다. 이곳이 한때는 어업이 번성하여 60만 인구가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15만으로 감소했다. 한여름 기온은 평균 22도 안팎으로 여름에도 습하지 않으며 서늘하다. 그래서 일본인들도 여름에는 해외보다 쿠시로를 찾는다고 한다.

홋카이도가 일본 역사에 등장하는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이다. 이곳은 원주민인 아이누족이 살았으며, 일본의 전통문화인 신사나 사찰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여러 지역의 이주민이 이주하여 사는 곳으로 자연 그대로 보존이 매우 잘된 곳이기도 하다. 홋카이도에 하코다테, 키타미, 엥가루, 아바시리 등을 중심으로 3번 간 경험이 있지만, 워낙 넓고 오지여서 가보지 못한 홋카이도 동부지방을 택했다. 3박 4일 동안 광대한 태평양을 바라보며, 천혜의 원시림과 온천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쿠시로로의 여행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쿠시로에서 유명한 습원은 람사르 협약 등록 습지이다. 두루미를 비롯하여 야생동물의 귀중한 서식지이기도 하며 세계적으로도 높이 평가받는 곳이다. 이는 천 년의 숲과 더불어 넓은 정원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힐링 산책코스가 잘 정비되었으며 가끔 나타나는 곰을 발견할 수 있다.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는 속도를 50∼60킬로로 제한되어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보이는 것은 울창한 숲과 감자밭, 옥수수, 그리고 가끔 한가하게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이 보일 뿐 사람의 움직임은 거의 보기가 어렵다. 이곳은 동쪽에 위치하기에 아침 해 뜨는 시각이 4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다. 농부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하고 오후 늦게 작업을 하기에 인적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리고 홋카이도의 겨울은 5개월이나 되어 생산활동이 매우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