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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부모님, 가방은 머릿속을 채우는 저수지인데…

교직에 오래 근무하면서 젊은 시절부터 많은 학부모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아온 질문이 몇 가지 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저에게 맞는 일이 뭘까요?“

매우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이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인생을 그다지 오래 살지도 않은 제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는 학부모님들께 감히 뭐라고 대답해드려야 할지 참으로 막막할 때가 있었다. 툭 까놓고 말해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진지하기 짝이 없는 자세로 질문하는 분께 그렇게 말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막막함이나 난감함도 잠깐,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은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언제나 딱 하나로 귀결된다. 물론 듣는 사람 입장에선 꽤 알쏭달쏭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자녀의 가방 안을 들여다보세요.” 이다. ‘할 말이 없으면 그냥 가만히 있지, 장난하냐?‘ 이 말은 장난하는 거 아니다. 여러분 자녀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을 방법,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은 다름 아닌 여러분 자녀의 가방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집에 있는 이 가방, 저 가방,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아무 가방에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매일매일 들고 다니는, 그 가방 속에 있다.

필자는 가끔 전국단위로 보급해야 할 만큼 묵직한 원고를 부탁받거나 당장 써야 할 원고가 다 마무리되지 않으면 자료를 모은 가방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아무래도 자료가 없이 내 머리만 의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요한 참고 자료와 책, 신문 등 상당수의 자료를 모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 수선을 하는 사람은 그에 걸맞게 각종 도구를 다 모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학습에 충실한 아이들의 가방도 살펴본 적이 있다. 역시나 공통점은 필요없는 것들은 없고 하나같이 중요한 자료들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에 다녀도 전혀 초점이 안 잡힌 아이들은 교과서도 챙기지 않고, 단지 몸치장을 위한 도구들로 가득한 것이 오늘날 아이들의 가방 속 모습이다. 내 자녀가 성공하길 진정으로 원한다면 사소한 이야기 같지만, 이것만 챙겨도 접근하는 하나의 방법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설마, 내 아이의 가방이 이런 줄이야… 가방은 머릿속을 채우는 저수지와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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