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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대이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브레히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이렇게 가슴을 쥐어 짰다. 우리의 시대는 어떤 현실이며,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깊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 우리 시대의 “강한 자”들은 살아남은 “자신을 미워”하기는커녕 그 사실을 후안무치하게 과시한다. 이렇게 되면 사람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짐승이 되어간다. 자기 성찰이 사라진 뻔뻔함의 시대가 되었다. 성서는 이런 류의 사람들을 향하여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무섭게 꾸짖고 있다.

이미 역사 현장에서 신자유주의를 ‘철의 원칙’으로 밀어붙였던 대처가 남긴 어두운 유산은 정치·경제만이 아니라 나쁜 방향으로 바뀐 영국인들의 기질에서도 드러난다는 기사를 읽었다. 대처리즘의 득세 이후 영국인들은 모든 것을 자기 본위로만 생각하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을 중시하고 돈만을 미덕의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그 결과 영국인들은 같이 있기 불쾌한 사람들로 변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도 별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얽히고 설킨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연결된 쇠사슬이 이를 설명하는데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에는 어느 시인과 나누는 흥미로운 대화가 나온다. 일상의 자잘한 즐거움을 털어놓는 제자이자 시인의 말을 듣고 김현은 이렇게 적는다. “그는 갈수록 깔끔해지고, 선생다워진다. 나는 그런 그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남들이 다 병들어 있으면, 아프지 않더라도, 아프지 않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 아닐까? 그러나 여하튼 아픈 것보다는 아프지 않은 것이 더 낫다.”

당연히 아픈 것보다는 아프지 않은 게 좋고, 그래서 행복해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남들이 다 병들어 있으면” ‘나’의 행복을 주저 없이 드러내는 것도 때로 삼가야 한다는 배려심의 가치를 이 대화는 담담히 전한다. 그런 가치가 사라진 시대, 마음이 궁핍해진 시대이다. 어른들의 탐욕과 무책임에 스러져간 아이들을 가슴에서 떠나 보내면서 앓고 있는 부모들에게 무슨 위로가 통할 것인가? 내가 아프고 힘들 때 가장 고마운 이들은 함께 손잡고 울어준 이들이다. 치유의 출발이 공감이란 것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는 자와 함께 울 수 있는 사람이 그리운 시간이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2차대전 전쟁중 전사자 명단을 받아들거나 나치 폭격으로 폐허가 된 런던시내를 둘러볼 때 자주 눈물을 흘려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내가 바칠 것은 피와 땀과 눈물뿐이다”는 명연설로 영국 국민들을 결집시켜 국가 위기를 극복했다니 눈물의 치유 효과가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울어야 할 때 함께 우는 지도자들의 모습, 우리에게도 이런 지도자가 있으면 하는 바램은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원일 것 것 같다.

한편, 일반 시민도 지도자만 욕할 처지에 있는 건 아니다. 언제나 자신은 옳고 남은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 일상에서 적당주의와 무책임, 성과지상주의에 비겁하게 타협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내 잘못은 없었는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위 따로, 아래 따로 놀아서는 절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낼 수 없다. 자성하는 국민이 있어야 희망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도려내야 할 곪은 곳을 하나하나 도려내고 싸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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