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5주년 3.1절을 맞이하면서 우리 역사가 가르쳐주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는 일은 역사교육의 무게를 경시하는 풍토 속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흔히 국가 안보는 정치권이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들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대의 전쟁은 총력전임을 그 특색으로 하고 있다. 이제 다시 이땅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6.25와 같은 피난 행렬도 불가능 할 것이며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위치를 사수하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이다.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국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여성들의 역할은 대단한 힘을 발휘하였다. 그것은 바로 가정의 중심을 이룬 어머니들의 가정교육을 빼 놓을 수 없다는 점에 있었다. 얼마 있으면 여순 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사형이 집행 될 아들 안중근을 생각하며, 그 아들이 입고 갈 수의를 바느질 하던 그 어머니 마음이 어떠했을까? 그 어머니는 아들이 마지막으로 입고 갈 수의를 한 달 내내 정성을 들여 바느질 하였다고 한다. 그 수의를 바느질 하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이번 3.1절을 맞이하면서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 묵상을 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떤 감회가 떠오를까!
우리 나라 속담에 남편이 죽으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였다. 하물며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 인간적으로 생각해 보면 가슴에만 묻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었을 것이다.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인 줄을 알아라. 살려고 몸부림 하는 인상을 남기지 말고 의연하게 목숨을 버리거라.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네가 만일 이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조소 거리가 된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공분(公憤)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라며 자식을 가르쳤다.
동아시아와 세계 차원의 3·1정신은 세계주의, 특히 주권독립·공존과 평화였다. 비폭력 평화주의와 주권평등은 그 정수였다. 오늘날 동아시아 화해·공존·평화를 위협하는 중대요소의 하나는 일본의 침략 및 전쟁범죄 부인과 그로 인한 인권·영토갈등·과거사 문제의 악화이다. 얼마 전 영국 정보국은 “3·1운동 때 젊은 여학생들 적극 가담했다” 는 정보를 공개했다.
영국 정보국(SIS)은 1912년 창설된 기관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세계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1919~1923년에 작성된 이 보고서는 '3·1운동에 수많은 젊은 여학생들이 적극 가담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해 임시정부가 본국과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한국인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냈다는 것이다. 의열단은 한국인 비밀결사체로 국내외 지부를 두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에 있는 일본인 관리들을 암살하는 게 목적이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한 가치에 대하여 독립기념관 김도형 박사는 “세계 최고의 정보국 가운데 하나인 영국 정보국 극동지부에서 당시 한국 독립운동에 대한 첩보 내용을 본국에 지속적으로 보고했다는 점과 독립운동에 대한 영국의 관점을 살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요즈음 처럼 역사교육도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배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관심이 희박해진 현실이어서 마음이 무거움을 느낀다. 95주년 3.1절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길인가를 묻는 국가의 장래를 짊어질 후세들에게 3.1정신의 가치를 제대로 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