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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소연아, '삼국유사'와 '에밀'을 읽어 보렴

소연아, 먼저 너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3년 동안 넌 광양여중에서 큰 변화를 이룬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학업을 마치기까지 정말 고생이 많았었지? 우리 학교 본관에 엘리베이터는 있었지만 체육관을 드나들기는 너무 힘들었었지? 어른들은 젊은 청년들과 얘기할 때 흔히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하지만 막상 고생을 하는 당사자들은 어떠한 말로서도 위로받을 수 없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넌 졸업식장에서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졸업식에 참가한 학부모님들에게 보여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 왔다.

특별히 넌 독서를 많이 하였고, 지역의 독서 및 글쓰기 분야에서 상을 휩쓸었고, 신문 읽기를 많이 하여 너의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공부를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 시절은 기초를 닦는 시기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공부를 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내가 아는 연출가요 작가인 이윤택 선생이 한 말이 기억난다. 그는 "시적, 연극적 상상력의 발원지는 '삼국유사'로 그만큼 '삼국유사' 가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감히 이 책을 한국인들에게 제1의 필독서라고 말하고 싶다."고 하였다.

'삼국유사'가 과연 그만큼 대단한 책인가? 네가 중학교에서 배웠으리라 생각되지만 역사서로는 오히려 '삼국사기'가 더 역사적 신빙성이 있는 정통서가 아닐까. 그 대답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삼국사기'에는 단군신화가 없다. 만일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우리는 단군왕검의 자손인 줄도 몰랐을 것이고, 호랑이와 곰이 인간이 되기 위해 마늘과 쑥을 먹으며 동굴 속에서 지낸 내력도 몰랐을 것이고, 단군이 곰의 자손이라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한마디로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디서 온 자손인지 어떤 문화적 코드를 지닌 인종인지 그 원형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삼국유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역사서가 아니다. 우리 민족의 신화가 수록된 경전이며 시학서이다. 우리 시의 원류가 ‘도솔가’라는 것, 월명사라는 위대한 시인이 존재했다는 것을 '삼국유사'는 증거하고 있다. '삼국유사'는 그 자체 한국공연예술사이기도 하다. ‘헌화가’ ‘처용가’, ‘서동요’, ‘해가’는 그 자체 극적 구조를 지닌 연행시다. 이 연행시에 악가무가 붙고 자연스럽게 극적 행위를 요구하는 스토리텔링이 곁들여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드라마가 나올지는 모를 일이다.

'삼국유사'는 제도권적 시각에서 벗어난 한국의 변방 역사서이기도 하다.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제4의 제국 가야는 실종되었을 것이다. 또한, ‘구지가’가 없었더라면 거북신을 섬기는 해인족이 한반도 동남쪽 원주민으로 존재했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삼국유사'가 존재함으로써 고대 한반도에서 독자적인 건국 신화와 문명사를 갖춘 한국인의 삶을 기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넌 앞으로 박완서와 같은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하였는데, 너의 소설을 위한 상상력의 발원지가 무엇이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 답은 분명 고전 속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네가 고교에 진학하는 길목에서 한국적 고전인 '삼국유사'와 서양의 고전인 '에밀'을 읽지 않고서는 책을 읽었음네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자 칸트는 공원 산책에 1분의 오차도 없었다고 하지만 루소의 '에밀'을 읽던 날에는 지각을 하기는 커녕 아예 산책을 포기할 만큼 그 책에 심취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 책이 후대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쳤는가는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인생의 가치는 나와 나의 후대에게 가치를 창조하여 물려주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후손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의 궁극적인 관심사일 수도 있을 것이오, 그런면에서 루소의 '에밀'은 분명히 가치있는 책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감히 너에게 추천하니 꾝 읽어보는 기회를 갖기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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