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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사는 무엇으로 자부심을 느낄까?

요즈음을 3무 시대라 한다. 청년들이 직업이 없고, 직장이 없으니 결혼하지 못하고, 결혼하지 않으니 아이가 없다. 그렇지만 이제 이를 해결할 변화의 징후들이 보인다. 정부가 특성화고 활성화를 통하여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그만큼 국가 정책은 사회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씨는 이미 10여년전에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정부는 늦게 눈을 뜨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실업계라고 유학 못 가나요. 국내에서 인정해주지 않으니, 유학으로 눈을 넓혀 세계적 IT전문가로 성장하는 꿈과 길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선린인터넷고등학교(옛 선린상고)의 하인철 교사는 2003년부터 유학반을 지도하고 있는 산학(産學) 겸임 교사로 특목고도 아닌 실업계고에서 많은 학생을 미시간대 등 미국의 명문 주립대에 합격시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처음에 유학반 만든다고 할 때 특목고도 아닌 실업계고에서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교사 자신도 실업계고인 광주상고 출신이어서 실업계고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는 대학을 1년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캔자스주립대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네트워킹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현지 법인의 통신장비 업체 한국지사 파견 근무를 위해 귀국한 그는 뜻하지 않게 교단과 인연을 맺었다. 2002년 교육부 요청으로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강의를 했는데 이 강의를 들은 선린인터넷고 천광호 교장이 산학 겸임 교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처음엔 1년만 해보겠다며 매주 한번 학교를 찾아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는 것이다.

“어느 날 한 학생이 ‘미국에 유학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다른 아이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흘려들었지만 저는 한번 해볼 만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는 실업고의 특성을 살려 기술자격증을 취득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나라에서 수시 모집을 통해 재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처럼 미국 대학들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영·수 성적이 대입의 당락을 좌우하지만 미국 대학들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터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2003년 1학년 학생 20여명으로 처음 유학반을 꾸렸지만 ‘실업계 학교에서 무슨 유학이냐?’ ‘돈 많이 드는 유학을 어떻게 가냐?’는 주변의 편견과 싸워야 했다. 간신히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을 설득한 그는 목표를 향해 착실히 한단계씩 준비해 나갔다. 중도에 진로를 바꾼 아이들을 제외한 유학반 아이들의 스케줄은 모두 하교사의 철저한 지도 아래 이뤄졌다. 학생 1명당 7~1개 대학에 자료를 보내는 데만 무려 6개월이나 걸렸다.

그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미국 본사로 들어가야 하지만 연장 근무를 신청해 더 머무르기로 하였다. 하교사는 “우리 학교뿐 아니라 다른 실업계고에도 노하우를 전수해 자기만의 특기를 가진 실업계 학생들이 외국에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며, “내 손으로 세계적인 엔지니어를 키워낸다는 자부심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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