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시간이 흐르고 나니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퇴직을 하고 있다. 그 숫자가 거의 절반에 이른 것이다. 주변을 돌아봤다.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점점 줄고 있다. 환갑 넘어 일하고 있는 동창들은 거의 ‘사’자다.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변리사, 교사, 약사…. 비교적 퇴출이나 실직 우려가 적은 직업군이다.
그래서 그럴까. 요즘 20, 30대는 직업을 선택할 때 우선 순위가 고용 안정성이다. 돈이나 비전보다 우선시한다. 미혼 여성의 배우자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공무원이 의사나 변호사 등을 제치고 10년째 1위를 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무원도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이 힘들어져 가고 있다. 스스로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직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교직도 완전히 정년까지 근무하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1970년대는 첫 직장이 평생 직장인 때였다. 10년·20년 근속은 흔했고, 30년 장기 근속도 드물지 않았다. 직원은 회사를, 회사는 직원을 집과 가족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많은 게 변하여 현실은 보다 냉혹해졌다. 산업환경과 기업 정서도 급변하여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됐다. 큰 기업들도 쓰러지기 일쑤다. 경기 침체도 장기화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 그러다 보니 장기 근속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국내 100대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11.5년이고, 중소기업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직장생활 중 적어도 4~5번의 이직이 불가피한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기업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기업 실적은 모든 임직원이 만들어낸 부가 가치의 합이다. 기업이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벌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만큼의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 입장에선 좀 더 쉬운 길을 찾고자 하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최근 몇 년 새 고용 부담이 작은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난 근본 이유다. 정규직은 회사가 끝까지 고용을 책임지라고 요구한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유지를 위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이같은 모습으로 근로자들에게 책임을 지우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력 잃은 기업이 고통분담 없이 기사회생하는 경우는 없다.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고용 안정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고용 안정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평생학습을 통한 자기 관리로 경쟁력 확보를 하는 것이 답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필자는 사실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열심히 공부는 안 했다. 오히려 직장에 들어와 더 많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하면서 필요에 따라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2개 과정의 석사과정을 마쳤다. 자칫 공부는 학생 때만 하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업무에 필요한 일과 지식만 익히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천만의 말씀이다.
더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다 나름대로 남들이 모르는 눈물겨운 학습의 시간이 있었다. 퇴출 공포가 적은 직업군들은 대개 남다른 집중 학습의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다. 이 집중 학습의 시간이야말로 확실한 자기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경쟁력이 있으면 고용 불안에 그다지 떨 필요가 없다. 산업은 매일매일 진화하고, 기업은 이 진화 속도보다 빨라야 발전할 수 있다. 직장인은 이런 기업의 진화 속도보다 더 빨리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
어디 ‘사’자 직업군뿐인가? 기술직도 기술을 습득하고 자기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과거 도제제도를 돌아보면, 장인의 밑에서 열심히 배워 숙련되면 자기 사업을 차려 독립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런 실력 앞에 무슨 퇴출 공포가 명함을 내밀고, 구조 조정의 압력이 힘을 쓸 수 있겠는가! 중요한 건 사회의 변화에 따른 개개인의 도전 의지와 노력이다. 세상에 절대로 공짜는 없는 법이다. 배우고 익히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해나가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고용 보장이요, 평생 직업인으로 살 수 있는 길이다. 평생 학습해야 평생 직업인이 될 수 있다. 남이 고용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고용해도 좋을 만큼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