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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변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사회에서는 선생님들이 ‘나라를 세운 사람들(nation builders)’로 존경받는다고 부러워했다. 사실 그렇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어찌 선생님들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나라의 운명을 개척한 주역이었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데에는 뛰어난 인적 자원을 길러준 교육의 힘이 컸고, 열악한 교육환경에서도 사랑과 헌신으로 가르침을 실행한 선생님들이 중심에 계셨다. 

한 개인의 삶을 바꾸어 놓는 데에도 선생님의 역할은 빠지지 않는다. 대통령부터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 있다. 선생님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얘기하곤 한다. 누가 뭐래도 우리에게 선생님은 존경받는 존재이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자칫 상투적으로 쓰이는 것 같지만 이는 진리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은 선생님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만난다. 선생님과 대화하며 ‘꿈’을 키우고, 그들의 가르침으로 ‘지식’을 깨닫게 된다. 우리 가족이 해외 생활 중 초등학교 다닌 우리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선생님에게서 들은 얘기를을쉴 새 없이 조잘댄다. 이 아이에게 선생님은 만물박사요, 지적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사람이었다. 선생님은 때때로 잘잘못을 따져 주는 재판관의 역할도 한다.

이러한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은 옳고 그름을 배운다. 자라면서 인격을 형성하고, 인성을 갖추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선생님들이고 아이들은 선생님에게서 지식보다 중요한 ‘삶’을 배운다.  비록 사교육이 번성해도 우리 부모들은 아이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선생님에게서 제일 듣고 싶어할 것이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그런 존재다. 가끔 교권이 침해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선생님들은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바는 교직의 권위가 날로 실추되고, 선생님들이 위축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사들은 누구나 인정하듯 지식인층이고 엘리트 집단이다.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를 가지고 스스로를 규율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변화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 변호사, 회계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 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많은 교사들이 이른바 무기력의 늪에 빠져있음을 보게 된다. 엘리트 지식인, 교수·학습 전문가로서 자존감과 자긍심을 잃고, 교사라는 폐쇄적이고 동질적인 집단에 머물며 ‘성장판’이 닫힌 채 살아간다고 토로하는 선생님도 적지 않다. 오죽했으면, 어느시 교육감은 ‘선생님들도 명함을 만들자’고 제안했을까. 자신의 소속, 신분, 전공 분야를 자랑스럽게 밝히고, 떳떳하게 세상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교육학 이론에 의하면, 자아 존중감과 자기 효능감은 어떤 영역에서든 행복한 직무 몰입과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핵심 요인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의 현상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럴까? 아마도 첫째 원인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다. 늘 밖으로부터 변화를 요구받는 심정이 편하지는 않다. 교사들이 가진 자기혁신 역량과 교육적 주도력을 무시하고, 이들을 변화시켜야 할 피동적 객체로 대우할수록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들의 변화 의지와 능력을 무시하고 외부 평가와 금전적 인센티브로만 움직이려 할 때, 사랑과 헌신으로 가르치려는 선생님들은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또한, 교사들에게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더디게 대응하거나 적응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우리 사회는 학습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 문화원, 도서관과 같이 다양하고 질 높은 학습자원이 학교 밖에 널려 있다. 교육기부, 재능기부, 또는 멘토링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교육활동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공부의 신’,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처럼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청년 단체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변화를 무시하고, 교육은 자신들만의 전유물이고 학교 안에서만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인식하고 주장할수록 역설적으로 교사들은 위축되는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자신의 역량과 역할에 보다 긍지를 갖고 학교를 변화시키는 데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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