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대다수가 부모를 꼽는다고 하니 부모의 입장에서 들으면 놀랄만한 일이다. 자녀의 인생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등대가 되어야 할 부모가 자녀를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시사 잡지사가 공동으로 우리나라 초등학교 4~6학년 1천명을 대상으로 한 '부모와 하루에 30분이라도 대화하는가?'라는 설문에서 그렇다고 응답한 학생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나마 자녀와의 대화 내용은 '학원 갔다 왔니? 숙제는 다 했니?' 등등 그 어떤 것도 자녀의 생각이나 사고를 자극하는 대화나 질문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와 정신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훌륭한 자녀를 기른 부모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또한 대화의 형식도 자녀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 때문에 일방적으로 혼내거나 훈계하는 일이 흔하다.
이런 훈계조의 대화로는 자녀에게 좋은 코칭을 할 수 없다. 오히려 반항심만 길러줄 뿐이다. 자녀를 정말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자녀의 말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들어주어야 하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자녀에게 좋은 질문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적극적 경청, 그리고 질문 이 두 가지는 자녀 코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스킬이다.
우리보다 지적인 분야에서 한참 앞선 이스라엘 부모들의 자녀들을 대하는 시각에서 특별하다. 자녀들을 철저하게 독립적인 한 인격체로 본다. 이것은 부모가 범사에 자녀 각각의 의사를 묻는 것에서 시작되고, 그 의사를 존중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러한 문화는 유대 전통과 관련된 부분도 있다. 이스라엘 아이들은 만 12세를 전후로 성년식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성년식은 일생에 있어서 결혼식 다음으로 큰 축하행사가 된다. 부모들은 우리가 볼 때 엄청난 비용을 내서 이 행사를 치른다.
그렇게 성년식을 거치고 나면 우리나라 중1 나이의 이 아이들은 율법적으로 어른 취급을 받고, 한 성인으로서 지켜야 할 모든 것을 지키고 책임지는 존재가 된다. 대학을 가고 가지 않는 것은 철저하게 그 개인의 문제이다. 학비도 대개 자신이 책임진다니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어떤 영역의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그 자신의 선택에 따른다. 보통 이스라엘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이 원하는 선택을 기꺼이 격려해주는 편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바른 판단과 선택을 하도록 부모들은 자녀들을 훈련한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신에 대화를 한다. 생업과 직장에 바쁜 아버지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부모와 자녀는 많이 대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가정에서의 생활 자체가 대화 중심이다. 이 유대 가정의 대화의 핵심은 한 방향의 지시나 가르침보다는 상호 질문하는 속에서 지속되는 것이다. 말을 잘 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부모와 대화의 문을 닫았다면 먼저 부모의 대화의 습관을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