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뤽 페리 교육부 장관은 최근 발간한 그의 저서 '학교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편지(Lettre a tous ceux qui aiment l'ecole)'에서 '학생 중심 교육' 원칙을 폐기하자는 의견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민호 고려대 강사가 '교육정책포럼'(한국교육개발원 刊) 최근호에 기고한 '뤽 페리의 학교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편지'에 따르면 페리 장관은 그의 저서에서 자신이 추진하려는 교육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프랑스 학교 문제의 근원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우선 페리 장관은 프랑스 학교가 현재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학교 내 문맹 현상, 2002년도에 약 16만 명의 학생들이 학업 중도 포기, 2002년도에 학교에서 이루어진 약 8만 건의 폭력행위, 중·고등교육에서의 학업성취도 저조 등과 같은 예들을 들며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 대해 철학자인 페리 장관은 1968년 '5월 혁명'에 그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5월 혁명'이 보여준 개인주의의 격화는 전통 대신에 쇄신을, 재능 대신에 진실성(authenticite)을, 일 또는 진지한 노력 대신에 놀이를, 법에 의해 제한된 자유 대신에 무제한적인 자유를 강조했고, 이러한 요인들이 학교를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1968년 이데올로기'는 그 동안 프랑스 학교에 상당한 폐해를 가져왔으며, 일례로 1989년에 제정된 프랑스 교육의 기본 방향에 관한 법률에는 '학생 중심의 교육(L'eleve est au centre du systeme: 학생이 교육체제의 중심에 있다)'이라는 원칙이 규정됐는데, 이 또한 '1968년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았다고 그의 생각을 피력했다.
이어 페리 장관은 "지난 15년간 프랑스 학교교육의 방향을 규정해 온 핵심 원칙 중의 하나인 '학생 중심 교육'은
'민중선동적(demagogique)'"이라고 간주하면서 "이제 새로운 원칙에 의해 대체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새로운 원칙이란 지식 전달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과 학생들의 학습 의무를 교육체제의 중심에 놓는다는 원칙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페리 장관은 '10개의 광범위한 개혁들'을 하나하나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는 문맹에 대한 예방, 대학 첫 번째 싸이클(1, 2학년)에서의 실패 줄이기, 직업교육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학교 폭력과의 싸움, 교육의 지방분권화와 같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페리 장관의 '편지'가 제시하는 여러 논의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학생 중심의 교육' 원칙 폐기에 관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교육의 기본 방향 설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Le Monde지는 지난 5월3일자 기사에서 "교육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이 원칙과 관련해 '민중선동'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복되는 비판의 내용은 이 시스템을 학생들에게 적응시키다보니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요구는 줄어들고 학생들의 권리는 무분별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