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시점에서 바쁜 일상에서 떠나 새로운 감을 잡기 위하여 해외여행 시도를 하였다. 하얀 눈이 쌓인 풍광 속에서 방학식을 마친 후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30일 아침 7시 무안국제공항을 출발, 베트남 에어라인 전세기로 6일간의 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은 다른 말로 관광이라는 말인데 이는 주역에서 유래된 것이다. 본래의 말은 다른 나라의 빛을 본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신이 둘려 쌓인 생활 환경을 떠나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이다. 최근 한류라는 빛이 일어나 우리 나라도 이제 1천만명의 관광시대를 열게 된 시점이다. 이에 한국인의 해외 관광도 세로운 차원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베트남을 택한 이유는 베트남은 한국과 국토 면적이나 인구 규모가 비슷하고, 또 당대에 국가 발전 과정을 직접 목도하였기에 구체적으로 눈에 잡히는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에는 상황이 비슷했던 한국이 지속된 평화로 국가 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던 반면, 베트남은 1975년 월남전 종전 후에도 계속된 중·월 전쟁과 경제 제재 후유증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었으며, 우리 한국인이 뿌려놓은 씨앗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세안 지역 중 베트남만큼 ‘메이드 인 코리아’를 흔히 접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러나 그동안 아세안은 일본의 뒷마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본 자본과 제품, 문화가 생활 속에 널리 퍼져 있는 곳이다. 중국 역시 화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누적된 영향력을 느낄수 있는 곳 이 베트남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한국이 놀라운 약진을 보이고 있다. 이 모습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LG전자, POSCO. 삼성전자의 간판이 주를 이루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를 좌시하다가는 그간 누려온 우월적 기득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본과 중국은 아세안 한류의 원점인 베트남에서 판세를 뒤집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가이드의 멘트이다. 따라서 당분간 베트남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3국 간에 주도권 장악을 위한 각축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에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리 편이 되어줄 든든한 후원군이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사람들, 특히 가정을 이룬 5만 쌍의 한국·베트남 가족이 바로 그들이다. 더욱이 이 숫자는 매년 7천 쌍씩 늘고 있다니 더 이상 베트남은 남의 나라가 아니다. 덕분에 한국과 베트남은 단순한 교역 대상국 이상의 혈연으로 맺어진 사돈의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2세들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은 엄마 나라, 아빠 나라가 되었다.
하노이에 도착한 첫날은 한국의 겨울 날씨보다는 따뜻하였지만 며칠 전까지만 하여도 아주 무더운 날씨였다는데 여행자의 마음이 따스한 덕분인지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였다.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하롱베이에는 한국인들의 움직임이 물결을 이루었으며 방학을 맞이한 초 중학생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여행자들은 아름다운 기암 괴석과 동굴을 가까이 보기 위해 하롱베이를 찾는다. 수세기에 걸쳐 바람과 물의 침식 작용을 받아 형성된 독특한 지형은 경탄을 자아낸다. 일대를 관광하기 위해 그룹 투어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직접 카약이나 정크 보트를 빌릴 수도 있으며 바다 위에 펼쳐진 관광선의 움직임이 장관이었다.
공자는 치국의 도를 묻는 질문에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 하였다. 가까이 있는 이가 좋으면 먼 곳에 있는 이는 절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세상 이치가 다 이럴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이 오랫동안 같이 가는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경제학자는 향후 15년 정도면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베트남이 한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인들의 살림살이가 좀 낫다고 건방지게 우쭐대지만 말고, 옆에 가까이 다가온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얻도록 하는 것이 바로 답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병을 하여 그들과 싸웠던 한국과 베트남이 이제 이런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싸움판에 뛰어든 상처도 아물고 상생의 기회는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