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6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단일기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물질적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지금은 돈이 곧 경쟁력이고 능력이며 가치가 되어버린 시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부자들의 노하우에 귀를 기울인다. 학교에서도 교육을 통하여 개개인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인간을 기르자는 것이 대부분 학교의 교육 슬로건이 되었다.

부가 목적이 된 시대. 부가 목적인 사람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가족과 나의 친구와 나 자신이 너무나도 가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던 차에 나는 바넘을 만났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인 1810년, 미국 코네티컷 주의 브리지포트라는 항구도시에서 한 소년이 태어났다. 말주변이 좋고 유머가 넘쳐 친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소년은, 24세가 되던 해에 무작정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떠났다.

그후 청년은 돈을 주고 70세 정도의 여성 흑인 노예를 데려와 160세의 세계 최고령자라 속이고, 동물의 털을 물고기의 몸에 붙인 ‘털 달린 물고기’나  원숭이의 몸뚱이에 물고기의 꼬리를 붙인 '인어'를 전시하는 등 특유의 번뜩이는 재치와 기지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여러 차례의 시련과 역경에 부딪히기도 했으나,  ‘지상 최대의 쇼’라는 이름을 내걸고 서커스 공연을 시작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었다. 그로인하여 역사상 거짓말을 가장 잘했던 그의 이름은 P.T. 바넘이다.

광고학이나 심리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바넘은 ‘이벤트를 통한 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사람’ 혹은 ‘바넘 효과의 유래가 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넘의 위대함은 비단 자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속여 큰돈을 번 것에 있지 않다. 미국인들이 그를 위대한 부자로 기억하는 것은, 그가 남기고 간 귀중한 재산 때문이다.

그는 죽기 전에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차례”라며, 평생 모은 재산을 고향인 코네티컷 주에 전부 기증했다. 그 돈으로 만들어진 씨사이드파크는 이후 줄곧 가난한 서민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었다. 바넘은 이처럼 부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번 돈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씨사이드파크는 공놀이를 하고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소풍을 즐기는 서민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만약 그가 목적도 없이 그저 부를 향해 공허한 달리기만을 계속하는 ‘가난한 21세기 사람들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까?
그는 ‘풍족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았다. 이것이 우리가 150년이나 지난 그의 글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부자가 되려 하는가?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의 노예가 되어 끌려가고 있지는 않은가? 무작정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학생들을 다그친다면 설득력이 있을 것인가. 바넘의 삶을 보면서 이 아침에 우리의 가르치는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다시한번 되새겨 볼 일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