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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사가 감정노동자로 변하고 있다

얼마전 한 소설가가 서울 강남 못잖게 교육열이 높다는 지역의 이른바 명문중학교에서 말로만 듣던 '교실 붕괴'를 직접 체험하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재량활동의 일환으로 문학강연에 갔는데 절반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코를 박은 채 고개를 들줄 모르고, 나머지 절반은 끼리끼리 숙덕거리거나 책상에 엎드려 자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난장판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그야말로 '개판'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기대하였던 멋진 강의를 들어줄 학생들이 있는 학교가 아닌 사육장으로 변해버린 학교의 모습에 실망하여 한시바삐 도망치고 싶었다니, 이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교육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한사람으로써 가슴이 저려왔다.

이제 이런 학교에서는 어떤 지도 대안이 있을 것인가?
한 배에 탄 학생과 교사는 각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할 것이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재미없게 수업을 하고 너무 엄격하게 통제하고 이것저것 간섭한다고…. 그리고 선생님들은 요즘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하고 있다고…. 그래도 지도상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어 교사는 고성을 내면서 학생들에게 지시적 언어를 남발한다. 한마디로 교사의 노동은 전혀 좋은 결과물을 산출하지 못하여 학교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지역사회로 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출근하는 것이 싫어지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거짓이 아닐 것 같다.

사실 이런 상태는 학교라는, 학급이라는 항공기가 악천후를 만나 공포스런 비행을 하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비행기가 악천후를 만났다고 하여 결코 승무원은 소리를 지를 수 없다. 이 경우 비행기의 승무원은 많은 손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수없이 교육받은대로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대응한다는 것이다. 가장 강도 높게 교육받는 것은 감정 노동자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 즉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손님의 요구에 순응하는 법이라니 승무원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새삼 알게 되었다. 때로는 이착륙시 규정을 무시하고 휴대폰을 사용한 손님의 잘못보다는 친절하게 말하지 않은 승무원의 태도가 문제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담을 넘는 여학생을 지적하여 잘못을 시정하도록 교사가 지도하여도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는 학부모의 항의나, 싸움판을 벌인 아이를 말리는 상황에서 그렇게 아이를 심하게 다룰 수 있느냐는 항의는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고객 만족이 기업 생존의 화두가 되면서 승무원은 기본 업무에 충실하기 보다는 더 활짝 웃어야 하고, 더 낮게 무릎 꿇어야 하고, 더 많이 참아야 하는 감정 노동이 극대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학교도 교육이 서비스로 인식되어지면서 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의 만족도에 눈치를 봐야하는 시점에 와 있다. 교원능력 평가를 통하여 만족도가 낮은 학교나 교사는 생존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 편하게 지켜보기 어려운 환경으로 치닫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교사는 고강도의 감정 노동자로 변해하고 있다. 이러한 극단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교사가 내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한 쉽게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래서 고강도의 훈련을 받는 승무원처럼 교사도 감정 노동자로서 '고강도의 공부'를 하라고 학생 인권조례는 미리부터 제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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