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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가장 중요한 배움의 과정은 상호작용

인간이 성장해 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배움의 과정은 상호작용이다. 갓 태어난 인간의 아기가 언어를 습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어머니와의 상호작용은 ‘순서 주고받기’(Turn-taking)다. 인간의 의사소통에는 남의 순서와 내 순서가 있고, 내 순서에는 반드시 반응해야 한다는 인간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돼지나 소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 포유류는 태어나면 스스로 움직인다. 인간의 아기만 미숙아로 태어나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꼼짝 못한다. 이 아무 생각 없는 아기에게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이렇게 말을 건다.
 
“아이구, 누가 그랬어? 누가?”

누가 그러긴, 자기가 그래 놓고! 그래도 끊임없이 이렇게 말을 건다. 갓 태어난 아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기까지 아무런 반응 없다. 그러나 좀 지나면 아주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엄마가 “누가 그랬어?” 하면 아기는 생긋 웃으면서 반응을 한다. 내 순서가 왔다는 것을 아는 시간이 된 거다. 내 순서가 오면 반응해야 한다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을 배운 것이다. 이 ‘순서 주고받기’를 배워야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끊임없이 주고 받으면서 살아간다. 남에게 ‘순서’를 제때 줄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폼 날 때, 순서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잘 훈련이 된 사람은 성공하게 마련이다. 어떤 인간을 만나면 우린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다. 자기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떤 이를 만나면 참 상쾌하다. 내가 폼 날 때, 순서를 주기 때문이다. 유머 감각이 좋아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유머는 남에게 ‘웃을 순서’를 주는 가장 훌륭한 ‘순서 주고받기’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와 출연한 토크쇼를 관찰할 경우, 사회자가 누구냐에 따라 토론자들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얼마 전 어떤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토론자에게 그 사회자는 헤맬 듯 질문을 하였다. 어려운 이야기만 나오면 꼭 그 사람에게 ‘순서’를 주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안다박사라는 사람이 매번 “네?”만 연발할 뿐이었다.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그래서 그는 방영된 화면을 보며 자신이 미칠 것 같아 환장하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한 마디로 화면에 비치는 모습이 완전 바보였다는 거다. 그래서 그 이후 가는 곳마다 그 사회자 인간을 욕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솔직히 아주 죽도록 밉다고 토로했다.

리더는 훌륭한 사회자가 되는 것을 뜻한다. 상대방을 폼 나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남에게 순서를 안 준다. 폼 날수록 자기만 이야기한다. 가끔 머쓱해서 썰렁한 농담 던져보지만, 아무도 안 웃는다. 스스로 도덕적으로 정당하거나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도 절대 남에게 순서를 안 준다. 혼자만 계속 이야기한다. 설득력 없는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 당신 말이 다 맞아. 그래서?”

이해는 했지만 안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절대 이런 방식으로 설득당하지 않는다. 대화가 아니라 강요 혹은 계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스스로 옳다고 생각할수록,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할수록 친구가 없는 거다. 선생님들은 학급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리더이다. 선생님의 성향과 관심여하에 따라 학급의 분위기가 살고 죽는다. 아이들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잘 알 것이다.

우리 학교에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돈독히 하기 위해 변화된 행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은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다.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이 선생님과 함께 실습하러 온 선생님들이 이 행동에 참여하였다. 본교를 졸업한 예비교사들이다. 이런 행동이 있는 후로 처음에는 선생님의 인사에 이상하다고 여기면서 전혀 반응이 없던 아이들도 차츰 변하기 시작하였다.

시간이란 참 오묘한 것이다. 모든 것이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 속에 숙성되어가는 것이다. 기분 좋은 아침 우리들의 인사는 하루 생활을 여는 피로회복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상호작용이 없는 교실은 수업이 죽어 있다. 일방적 강의로 죽은 교실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아이들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관심을 보여 주는 것이다. 선생님의 변화에 아이들이 변하기 않을 수 없다. 선생님의 변화는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귀중한 열쇠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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