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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궁중암투의 새로운 전개, '동이'

12일 MBC창사49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동이’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원래 50부작이었으나 60부작으로 연장, 종영했다. 일단 ‘동이’는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든 MBC드라마 시청률을 감안해보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그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허준’(1999), ‘대장금’(2003), ‘이산’(2009) 등으로 이름을 날린 ‘사극의 달인’ 이병훈 피디가 연출한 대하사극이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동이’는 6월초 30.3%의 시청률로 모든 프로그램중 1위를 차지하는 등 방송내내 인기를 끌었다.

뭐니뭐니해도 궁중암투의 새로운 전개가 가장 큰 성공요인이 아닌가 한다. 1956년 TV에 처음 사극이 방송된 이래 2010년까지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한 장편사극은 66편이다. 그중 숙종이 최다 출연자로 나타났다. 그만큼 숙종시절은 장희빈과 함께 사극의 주요 소재였다.

천민 동이(한효주)는 숙빈(‘빈’은 내명부 품계상 ‘비’ 다음으로 두번째 계급)이 된다. 숙빈되기까지와 후일 영조가 되는 연잉군의 생모로서의 궁중생활을 그린 ‘동이’ 역시 숙종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개는 영 새롭다. 최근 ‘추노’나 ‘제중원’ 등 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하사극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사회 분위기와 맞아 떨어진 셈이다.

확실히 ‘동이’는 과거 궁중암투의 사극에서 비켜나 있다. 장희빈(이소연)에 대한 인간적 면모 등도 그렇지만, ‘대역죄인’의 딸 동이가 지존인 임금과 사랑을 맺어가는 과정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것이 멜로로 흐르지 않은 것은 연출의 힘이다. 온갖 사건(서사)을 추리식 기법으로 풀어나간 것 또한 성공을 견인한 요인이 되었다.

‘참인간’으로서의 극중인물 형상화도 특기할만하다. 예컨대 장희빈이나 장무열(최종환)은 눈 앞의 실익을 추구하려다 처참한 최후를 맞지만 숙빈 최씨는 그 반대의 지점에서 그들과 싸운다. 그리고 승리를 일궈낸다. ‘모든 쉬운 길을 버린’ 숙빈 최씨이기에 그들과 결코 같지 않다.

숙빈 최씨는 말한다. ‘마음이 가득차 있어 모든 걸 내줄 수 있는 것’이라고. 피가 천하다고 마음까지 천한 것은 아니라는 이런 메시지는 ‘개판’을 당연시하는 현실정치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이’는 단순히 궁중암투를 그린 과거 사극과 현란히 차별화된다. ‘특별기획’이라 할만한 이유이다.

그래서 ‘애교’로 봐줄만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동이가 숙종(지진희)에게 말하는 “소인의 아버지께서는”(5월 18일 방송)은 당연히 말도 안된다. “소인의 애비는” 정도로 해야 맞다. “사건중에서도 대박사건”{10월 11일 방송} 따위도 잠깐 대하사극임을 망각한 성의 없는 언어 사용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고대소설식 결말이다. 숙빈 최씨가 출궁한 후 빈민을 돕고 천민들 옥사에 관여하는 등 “후궁체면에 할 일은 아닌” 일을 한 것은 명백한 사족으로 보인다. 역사적 사실 유무를 따질 것도 없다. 방송내내 나름대로 유지된 팽팽한 박진감이 훼손되어서다.

끝으로 9월 6일 결방될 뻔했던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소속 연기자들의 출연 거부사태는 유감스런 일이다. 그들의 출연을 거부할 ‘자유’가 유감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하사극인데도 사전 전작제가 아닌 그때그때 활영과 편집, 그리고 숨 가쁜 방송시스템이 유감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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