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식은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300여명의 졸업생 중 6년 간 정들었던 친구와 선생님들과의 이별이 아쉬워 눈물을 보인 졸업생은 한 명도 없었다.
식이 끝나고 각반의 교실에서 졸업장과 상장을 나눠주면서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제자들의 이름을 한사람 한사람 다정하게 부르며 "중학교 가서도 공부 계속 잘해", "어머니 많이 도와드려", "특기를 끝까지 살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야 한다"는 등 격려의 말씀과 다정한 악수를 건넸다.
나는 제자들의 개성을 잘 알고 적절한 격려와 지도의 말씀을 하는 그 선생님께 경의를 표했다. "공부 더 열심히 하고 착하게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마지막 훈화를 하시던 선생님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러나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반응이 적었다. 그리고는 모두들 헤어져 여기저기서 가족끼리 사진을 찍고 식당으로 우르르 가버렸다. 제자들이 다 떠난 교실에는 선생님 혼자 운동장을 쓸쓸히 내려다보고 계셨다. 나는 담임선생님께 가벼운 인사를 하고 교장선생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졸업생의 학부모와 6학년 담임들과 점심약속이 있을 것 같아 눈치를 살폈으나 아무도 찾는 이가 없었다. 각급 담임 선생님들은 물론 6학년 담임 선생님들까지 모두 각자 그대로 퇴근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학부모들께 "학년이 끝나고 헤어질 때의 선물은 뇌물이 아니고 감사의 인사입니다"라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동안 촌지, 체벌, 정년단축 등의 문제를 보고 들어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학교가 이다지도 냉랭해졌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이렇게 훈기 없는 학교에서 '교육'이라는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질까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일본 중학교 중견 교사이며 '프로교사의 모임' 대표인 가와가미 료오이찌(河上 亮一) 선생이 쓴 '학교 붕괴(學校 崩壞)' 책의 끝머리에는 "학교는 기초학력의 습득뿐 아니라 인간 생활의 지혜와 원활한 대인관계를 위한 사회성까지 배워야한다"고 적혀 있다.
앞으로 세상이 바뀌어도 학교교육의 이 세 가지 큰 틀은 이어질 것이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주체로, 학부모와 행정당국, 사회가 후원자로서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데서 그 작용의 성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정부와 학부모, 그리고 사회의 여러 곳으로부터 따스한 '햇볕'을 듬뿍 받아 학교 현장에 활기가 넘쳐 배우고 가르치는 상호작용이 원활히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