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년 전, 시골 남자 중학교 교사로 부임했습니다. 마침 쉬는 시간이라 창문마다 24살 처녀 선생님의 모습을 보기 위해 새까만 교복에 하얀 이를 드러낸 까까머리 중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설렘이란! 그냥 입가에 미소가 돌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순수함과 열정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많이 퇴색되었고, 초임 교사들에게 이야기 들려줄 만큼 나는 잘해왔는가 반성도 해봅니다.
새내기 선생님들에게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초년 시절, 지금은 교장 선생님이 되신 저희 외삼촌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나이가 많은 평교사들에 대한 예의를 깍듯하게 하거라. 그분들은 어려운 시절 박봉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교단을 지키신 분들이다."
여러분처럼 최신 교수기기에 대한 능력은 부족하겠지만 그분들에게 배워야 할 것도 있습니다. 모자라는 부분은 여러분이 채워 주고, 배워야 할 부분은 배워가는 학교 문화를 만드십시오. 업무의 능력과 인격적인 점수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는 서열 파괴 사회라고 하지만 연배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의 파괴는 아님을 명심하십시오. 아울러 다음 몇 가지 당부를 드립니다.
첫째, 즐겁게 수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십시오. 이 시대는 교사를 하기가 매우 힘든 시기입니다. 열정만 가지고도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교사는 때로는 마술사가 되고, 때로는 개그맨이 되어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한 선배 교사는 출근길에 항상 '오늘은 무슨 이야기로 학생들을 놀라게 해주나'를 생각하며 온다고 합니다. 항상 학생들에게 즐거운 수업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둘째, 맡은 업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마십시오. 세상이 자로 잰 듯이 공평하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이겠습니까. 젊은 날 싱싱한 두 팔과 다리로 열심히 달리십시오. 초임 시절의 열정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먼 훗날 돌아보면 그립고 아름다운 시절이 될 것입니다.
셋째, 학생에게 자기 변호의 기회를 주십시오. 아무리 학생이 잘못하여 화가 나더라도 한 발짝 물러서서 냉정하게 잘못에 대해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위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학생에게 자신의 잘못을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넷째, 학생이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다가가십시오. 요즘 세상은 편가르는 것이 유행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편이 아닌 것에 대한 마음의 문은 철통같이 잠그고 있습니다. 순수한 열정만으로는 아무리 안으려 해도 절대로 다가서지 않아 많은 교사들이 허탈해 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기다리십시오.
다섯째, 늘 새롭게 깨어 있는 교사가 되십시오. 어제가 오늘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늘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보며, 새로운 생각으로 학생을 대하고 수업을 연구하십시오. 그러면 매일매일 새 날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치고 힘들 때 자신을 멀리서 돌아볼 수 있는 취미를 만드십시오. 여행가가 되어 보고, 사진작가가 되어 보고, 음악에 취해 보고, 스킨스쿠버에 도전해 보십시오. 그것이 교사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윤활유가 될 것입니다.